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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민들레홀씨 체험홈에서 2011년부터 살아온 전정순(56세, 뇌병변 1급) 씨는 최근 살 길이 막막하다. 3월에 체험홈 거주기간이 끝나 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 씨는 퇴소해도 갈 곳이 없다. 부모님은 돈이 안 드는 시설로 가라고 하지만 시설에는 절대 갈 수 없다.

“체험홈에서 살 수 있는 기간이 2년이라서 나가야 한대요. 여기서 나가면 갈 곳이 없는데. 엄마는 돈이 안 드는 시설로 가라고 하는데 시설에는 가기가 싫어요. 자유가 없으니까. 시설에 가기 싫으면 집으로 들어오라는데 집도 마찬가지예요. 이층집이어서 한 번 들어가면 밖에 다시 나갈 수가 없어요”

▲부모님이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가 되지 못해 영구임대주택조차 신청하지 못하는 전정순 씨.

체험홈 거주 기간이 끝나는 장애인 중 일부는 영구임대주택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전 씨는 수급자가 아니어서 신청 후보자조차 들지 못했다. 또 영구임대주택은 공급이 매우 부족해 신청조건에 맞더라도 입주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부모님 앞으로 명의를 빌려준 건물이 있어서 수급자도 될 수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에요. 동생들이 용돈 쓰라고 한 달에 30만 원 정도 보내주는 것과 장애인연금으로 10만 원 받는 게 전부인데 활동보조서비스 자부담 12만 원 내다가 이번에 올라서 18만 원 내고 주거비 10만 원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어요.”

뇌성마비 장애인인 전 씨는 줄곧 부모님과 집 안에서만 살다가 서른 살 즈음에 가족이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부터 조금씩 바깥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형편이 안 좋아지면서 부모님은 다시 2층 주택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전 씨는 예전에는 걸을 수도 있었지만 장애가 점점 심해져 이제는 휠체어가 아니면 꼼짝할 수 없다. 또한 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데다가 자부담 비용까지 오르면서 활동보조 시간이 늘어난 것도 부담됐다.

“동생들은 30만 원밖에 보내줄 수 없으니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을 적게 하던지, 집으로 들어가서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하라네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거의 나온 적이 없어요. 머리를 자르려고 1년에 한두 번 나온 게 전부예요. 그 외에는 외출해본 적이 없어요.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그런 삶을 살아야 해요”

또한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활동보조서비스 최중증 독거에도 해당하지 않아 활동보조 시간이 삭감된다. 그러면 이제 팔순이 다 돼가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한다.

“나의 인생과 부모님 인생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부모님 이름으로 된 건물 때문에 내가 수급자도 되지 못하고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억울해요. 공부도 하나도 안 가르쳐 놓고, 돈도 하나도 주지 않으면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 하는지…”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소망 활동보조사업팀장은 “전 씨 같은 경우는 수급자도 아니고 가구 소득이 전국가구평균소득 150%를 초과해서 활동보조서비스 같은 경우 자부담 금액이 굉장히 크다”라며 “영구임대주택을 신청하려고 동사무소에 갔었는데 수급자가 아니면 신청을 못 한다고 하고, 행여나 신청한다고 해도 수급자가 아니면 입주할 확률이 굉장히 낮다고 말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아랫글은 전 씨가 민들레장애인야학이 만든 ‘민들레 입을 떼고’라는 시집에서 쓴 시 일부이다. 전 씨가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눈칫밥을 먹으며 살고 있다는 내용이다.

내 마음 알까 몰라 나는 숟가락질 못해요
어느 날 갑자기 숟가락질 하려니까
손이 올라가지 않았어요 그때
내 인생이 여기서 끝이구나 눈물 났어요
다음날부터 엄마가 도와줬는데
떠먹여 주는 사람한테 괜히 미안해서
안 죽을 만큼만 먹으려니까
그때부터 밥을 반 공기 이상 못먹었어요
그게 눈칫밥이지
남이 떠먹여줘야 하는 슬픔인 거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숟가락


조은별 기자 sstar0121@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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