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3.03.15 10:36

차별 당사자를 범죄자로 모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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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0일 경찰청과 치안정책연구소에서는 '정신병 전력이 있는 범죄자 3명 중 2명이 재범을 저지른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조사에서도 사기 사건을 제외하고는 정신질환인의 재범률이 다른 사람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대검찰청과 보건복지부의 다른 통계를 보더라도 전체 인구 중 정신질환인은 0.6%로 예상되는데 2011년의 강력 범죄 중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사건은 전체의 0.4%였다고 한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정신질환이 더 많은 범죄를 유발한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음에도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사건이 일어나면 이런 식의 보도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

인권운동사랑방 반차별팀은 작년에 홈리스, 성적지향, 장애, 이주 등 여러 영역에 대해 인터넷상에 등장하는 혐오표현을 모니터링했다. 이 과정에서 유사성을 보였던 것은 차별 당사자에 대한 혐오 표현 유형 중 하나가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다.

그러한 차별의 시선에 노출되는 대표적인 예가 홈리스이다. 최근에 복원된 숭례문(남대문)에 방화사건이 일어났던 2008년 당시 경찰은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자 '노숙인 차림'의 인물이 범인이었다는 식으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경찰은 홈리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검색을 벌였지만 실제로 잡힌 범인은 홈리스가 아니었다.

이후에도 범인을 특정할 수 없는 사건에 '노숙인 차림'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경찰의 시선은 그대로 언론에 반영되어 '거리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식으로 홈리스를 우범자로 보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선은 결국 홈리스들을 스스로 위축시키게 만든다. 2008년에 있었던 한 연구 조사에서 ‘노숙인들은 사회로부터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다.’는 질문에 서울지역 노숙인의 64.4%가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남기철, '늘어가는 노숙인; 가혹한 의자 뺏기 놀이', "월간 복지동향" 제124호)

실제로 이유 없는 구타나 명의도용 등 범죄의 피해를 받는 경우가 많음에도 이러한 차별의 시선 때문에 홈리스들은 숨게 되고 자아존중감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 외에도 남성 이주노동자를 성폭력 범죄자로 간주하는 기사들이나 정신질환인을 절망범죄(묻지마 범죄) 유발 집단으로 보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차별당사자를 공격하는 안전담론

안전 담론이 확산할수록 '정상적인 일반인'과 '잠재적 위험군'을 분리하려는 시도, 그를 통해 국가권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더욱 노골화된다. 자신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가 특정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특정 집단을 ‘위험군으로 분리’해냄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고 하기 쉽다.

실제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 및 공권력의 왜곡된 발표들이 이어지면 사람들은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러한 위험군의 통제는 국가 권력에 기대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국가 권력은 이러한 집단 심리를 이용해 안전 관리라는 명분으로 대대적인 불심검문의 진행, 경찰 권한 강화 등을 통해 공권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들을 벌인다.

작년에 서울역파출소에서는 서울역 인근 상인과 행인들을 대상으로 홈리스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 그런데 '경찰에 바라는 점'에 관한 문항에서 선택지는 '엄격한 처벌', '격리 수용', '보호 조치'만이 제시되었다. 홈리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이용해 공권력 강화의 필요성을 대중들에게 확인시키려는 의도가 아닐까.

이 외에도 출입국관리소의 무자비한 이주민 단속, 경찰의 홈리스 등을 대상으로 한 불법적인 집중 불심검문 등은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묵인되기 쉽다. 더 나아가서는 부실 수사와 같은 공권력의 문제를 차별 당사자에 대한 공격적인 여론몰이로 넘어가려는 경향도 나타난다.

▲이태원역에 설치된 선간판, 지금을 철거되었다.<사진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차별당사자에게 위협적인 공공장소

사회적 소수자인 차별 당사자들을 '위험군'으로 그룹 지어 분리하려는 노력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차별 당사자들의 자아존중감 위축, 사회적 접촉면의 축소로 이어지게 된다.

공공 영역에서 만나는 정신질환인, 홈리스, 이주민에게 보내지는 시선들 그리고 언론의 기사 등의 내용을 차별 당사자들은 내면화되기 쉽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이미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그룹 지어진 차별당사자들은 타인이 자신들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더욱 민감하기 쉽다.

그런데 앞의 조사에서도 보이듯이 '범죄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더해졌을 때, 그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될 것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공공질서를 명분으로 홈리스들이 서울역에서 쫓겨나고, 다시 거리라는 공공장소에 나온 이들을 집중적으로 불심검문하는 상황에서, 그 공공장소는 차별당사자들에게는 '안전'한 곳이 아니라 그들의 자아 존중감을 ‘위협’받는 곳이 된다.

이미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낙인찍힌 시선은 차별당사자들이 그러한 상황에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위축되게 만들어버릴 위험이 있다. 결국 안전을 명목으로 한 사회적 폭력은 차별당사자들에게 더욱 가혹한 법이다.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두려움에 노출되지 않고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은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나의 안전'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인권이 침해되고 그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묵인되어서 안 되는 것도 분명하다.

* 이 글은 인권오름 337호 솟을터에도 실렸습니다. 초코파이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초코파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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