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단체는 지체장애인 당사자가 지체장애인을 위해서 일을 하는 곳이고 시각장애인단체는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일을 하는 곳인데, 발달장애인을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부모들이거나 종사자들입니다. 감사하지만 당사자들이 일하는 곳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발달장애인이 발달장애인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합니다.”(알기 쉬운 장애인권리협약 제작위원회 신현욱 위원) ‘발달장애인! 우리가 말한다. 발달장애인법 제정 당사자 토론회'가 25일 늦은 2시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발달장애인법 제정에 대한 당사자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고, 발달장애인법의 제정 및 집행에서 당사자의 욕구를 반영하며, 또한 발달장애인법 제정 과정부터 집행에 이르기까지 발달장애인의 참여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알기 쉬운 장애인권리협약 제작위원회'의 발달장애인 당사자 신현욱, 신승희, 장민원 위원은 △교육을 받을 권리 △일을 할 권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평가할 권리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 △쉴 권리 △차별금지 및 괴롭힘당하지 않을 권리 △개인정보 △결혼할 권리 △동네 사람들과 잘 지낼 권리 △종교의 자유를 가질 권리 △알 권리 △자립생활을 할 권리 △당사자 활동 등 발달장애인의 13가지 권리를 이야기했다. 특히 신승희 위원은 학교에 다닐 때 당한 차별과 폭력을 이야기했다. 신승희 위원은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었는데 친구들이 끼워주지 않았고 나를 때리고 물을 뿌려 머리에 맞기도 했다. 그 일로 부모님께서 학교에 오시기도 했다.”라며 “내가 맞는 것을 보고 동생이 그 친구들을 혼내준다고 했고 부모님도 동생에게 ‘네가 오빠를 잘 챙겨라’라고 말씀해서 동생한테 미안하고 스스로도 창피했다. 동생이 나한테 기대야 하는데 내가 기대고 있어서 동생도 나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나는 비장애인 친구들과 체육 시간에 함께 뛰어놀면서 친해지고 싶었는데 특수학급 시간하고 겹쳐서 내가 하고 싶은 체육 수업을 못했어요. 한번은 특수학급 선생님한테 체육수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특수학급 수업이 더 중요하다고 했어요. 특수학급 수업도 중요하지만 체육수업은 비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면서 친해질 수 있었는데……. 너무 서운했어요.” 또한 신현욱 위원은 “휴대전화가 없어서 혼자 휴대전화를 사러 갔는데 복지카드를 보여줬더니 아무런 설명도 없이 엄마랑 같이 오라고 하더라"라면서 "그래서 다른 가게를 갔는데 그 가게에서는 엄마랑 통화를 해보겠다고 말만 하고 내 이야기는 듣지도 않아서 굉장히 불쾌했다"라고 밝혔다. 신 위원은 "또 휴대전화 설명서도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고, 단어도 너무 어려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라면서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알기 쉽게 설명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자들은 결혼할 권리에 대해 설명했다. 장민원 위원은 “엄마가 남자를 소개해줬는데 남자는 마음에 들었는데 집이 너무 멀어 데이트하기가 어려워서 그만두었다”라면서 “다른 사람도 만나봤는데 아직은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 결혼할 마음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결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현욱 위원도 “나는 빨리 돈을 벌어서 결혼하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나도 정말로 돈 많이 벌어서 내가 진짜로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면 결혼할 것”이라며 “모든 발달장애인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권리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 명의 발제자들은 “권리협약 공부 과정에서 나도 독립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면서 "발달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어른이 되면 부모와 떨어져 살 수 있어야 하며 막연하게 부모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염 변호사는 “작년 그룹홈 시설조사에서 중증발달장애여성을 만났는데 내가 판단하기에는 그룹홈은 그 여성을 위해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했으나 그 여성이 설문조사에서 자립하고 싶다고 말해 굉장히 놀랐다”라면서 “우리가 얼마나 당사자의 얘기를 듣지 않았는지 반성했고, 그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염 변호사는 “비장애인들은 자기결정권이라는 용어 자체를 잘 모르는데 발달장애인은 이해를 잘 못한다고 또는 인식하지 못한다고 자기결정권을 박탈당했다”라며 “또한 나도 휴대전화 설명서가 어렵다.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춰 나오면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어 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 김치훈 법제위원은 “오늘 발제 중에서 중요하게 느낀 것은 자기결정권과 부족한 돈 그리고 괴롭힘 또 결혼, 자립생활의 문제인 것 같다”라며 “이런 문제들을 또 더 함께 얘기해 나가고 의견을 나눌 기회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김 법제위원은 “요즘 유행하는 영화 ‘7번 방의 선물’을 보며 포스터에서 ‘7세 지능을 가진 아빠’라는 문구를 사용해서 참 불편하다. 왜 꼭 성인 발달장애인을 이렇게 설명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6~7세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아니고 그 사람의 연륜과 경험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법제위원은 “이래라저래라 강요하지 않고, 뒤에서 너무 보호하는 것도 아닌 옆에서 같이 걸어가는 것을 하고 싶다”라면서 “이룸센터 앞에서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위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데 발달장애인 여러분도 와서 의견을 얘기해주시고 같이 참여해서 좋은 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발달장애인권익지원연대 윤혜령 집행위원장은 발달장애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프레젠테이션으로 토론문을 준비해와 토론했다. 윤 집행위원장은 “오늘 발제를 들으면서 발달장애인에게 직접 물어보지도 않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것이라며 행한 잘못이 너무 커 이 자리에서 사과하고 싶다”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모여서 발달장애인의 생각을 직접 발표하고 서로 얘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윤 집행위원장은 “이야기를 들어보니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바라는 것이 거의 비슷한 것 같은데 사람들은 왜 발달장애인의 행복한 삶이 자신의 행복과 다른 것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라면서 “그러기 위해 발달장애인이 많이 모여서 큰소리로 같은 말로 세상을 향해서 외치자”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등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세 시간가량 진행됐다.
조은별 기자 sstar0121@beminor.com |
인권/복지
2013.03.27 11:04
“발달장애인, 우리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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