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제 732조 정신장애인의 보험가입 가로 막아
“김○○(지적장애 2급, 35세) 씨는 2010년 4월 15일 A생명에 전화를 걸어 본인이 지적장애 2급임을 밝히면서 ○○○○종신보험에 청약을 하고, 보험청약절차에 따라 A생명본사에 방문해 건강검진을 받았으나 이후 건강검진 결과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지적장애가 있어 보험가입 안된다고 통보를 받았다.”
![]() ▲'정신적 장애인 보험차별 구제청구소송 제기 기자회견’이 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열렸다. |
정신장애를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부당한 정신장애인들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2일 이른 11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정신적 장애인 보험차별 구제청구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어떤 확인과정도 없이 보험가입을 거절당한 당사자들과 함께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더 이상의 보험차별을 금지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장추련 등은 "상법 제732조는 15세 미만 인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명시되어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의 생명보험 가입을 가로막아 왔다"라면서 “이번 소송은 장애인의 보험가입 차별을 유발하고 있는 상법 제732조에 대한 첫 소송이며,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 시행 이후 최초의 장애인차별 구제청구소송”이라고 설명했다.
![]() ▲ D보험사로부터 보험계약 거부 통보를 받은 정 씨. |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A생명본사로부터 보험을 거부당한 김아무개 씨(지적장애 2급)와 신경계통의 약을 복용하고 하고 있어 D보험사로부터 보험계약 거부 통보를 받은 정아무개 씨(정신장애 3급)가 보험차별 사례를 이야기했다.
2008년 문단에 등단한 수필가 정 씨는 2003년 2달 입원치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재발 이력이 없음에도 D사로부터 별다른 내용확인 절차도 없이 정신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부당했다.
정 씨는 “결혼 후 아이의 미래를 위해 보험에 가입하려 전화했는데 약을 복용하고 있어 안된다고 했다”라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다는 게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어 소송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 씨 역시 건강에 이상이 없고, 소득활동이 있음에도 정신장애를 이유로 A생명본사와 C생명사로부터 보험차별을 받았다. 또한, B생명에서는 특수학교 재학을 이유로 종신 보험을 가입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류승준 변호사.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공익소송지원단 설창일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 대해 “보험회사들은 정신장애인들과 보험을 체결하더라도 상법 732조에 의해 무효가 되기 때문에 법을 방패막이 삼아 정신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732조는 국가인권위조차 삭제를 권고한 바 있으며 국회에서도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나, 마냥 법의 개정을 기다리고 있기보다 장차법상에 명시된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통해 바꿔보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장추련 류승준 변호사는 "상해보험상품에 사망이 보장된 경우가 많은데 732조가 가입을 가로막고 있어 정신적 장애인들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거의 없다”라면서 “보험차별에 대한 진정 대부분이 보험사가 진정인과 보험 가입 조건으로 합의하는 것으로 종결되는 데, 보험사들은 이런 방법을 통해 문제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도록 해왔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보험차별 피해 당사자들과 장애인 단체는 기자회견 후 각 보험사에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46조에 의한 정신적 손해배상 500만 원 이상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장차법 48조에 의한 구제조치를 청구했다.
장추련 등은 "법원으로부터 보험사의 인수거절이 장애인에 대한 보험차별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차별에 대한 구제 또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