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제)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정책(원제: Education Sector Responses to Homophobic Bullying)’ ⓒ유네스코(UNESCO) |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동성애 혐오와 차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반 사무총장이 한국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 사무총장은 유네스코가 펴낸 ‘(가제) 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정책(원제 : Education Sector Responses to Homophobic Bullying)’ 책의 한국어 번역판 발간을 앞두고 이 책을 교사, 행정가, 정책입안자, 학부모, 학생, 시민단체, 그리고 교육에 몸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며 30일 이같이 밝혔다.
한국어판의 반 사무총장 서문은 이 책을 공동번역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산하 성소수자학생인권실행팀 ‘이반스쿨’측이 반 사무총장에게 직접 요청하여 받은 것이다.
반 사무총장은 서문에서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 때문에 폭력과 차별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어느 곳에나 있다”라며 “심지어 안전해야 마땅할 학교나 교육기관 등에서조차도, 학생들과 교사들이 동성애혐오로 인한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반 사무총장은 “이 끔찍한 인권침해 때문에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LGBT) 등 기존의 성 규범에는 들어맞지 않는 학생들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잃게 된다”라며 “이는 세계인권선언에 담겨 있는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 사무총장은 “이 책에서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괴롭힘을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책과 개입방안들이 이미 많은 나라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어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라면서 “이 책의 여러 사례들이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을 없애기 위한 활동의 틀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반 사무총장은 특히 “관용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국가 기관이 오히려 문제의 한 부분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라면서 “저의 모국,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동성애는 대개 금기시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반 사무총장은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온전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며,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마땅하다”라는 말로 서문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 행동은 “반 사무총장이 한국의 성소수자를 위해 직접 메시지를 보낸 것은 처음”이라며 “이러한 메시지는 최근 우리나라의 교육정책가와 입법자들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면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무지개행동 이반스쿨 오김현주 활동가는 “현재 한국에 학생인권조례,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데 이 책이 그러한 부분에 일정 정도 기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번역하게 됐다”라면서 “(반 사무총장의 서문은) 학교에서의 차별을 넘어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이 후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메시지를 준 것이며, 이는 단순한 책 서문이 아니라 동성애 인권에 관용과 포용의 원칙이 적극 지켜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오김 활동가는 “특히 최근 한국에서 차별금지법 철회, 군형법 개정 발의로 동성애 인권 문제가 후퇴하고 있는 상황과 학생인권조례가 위태로운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 사무총장은 최근 몇 년간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지난 4월 15일, ‘인권, 성적 지향, 성정체성에 관한 오슬로 회의’에 전한 비디오 메시지에서는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근거한 폭력과 차별은 우리 시대의 큰 도전이자 방임된 인권적 도전 중 하나”라면서 “나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여러분(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을 비판할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진보를 위해 지도자들을 계속 압박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기념비적 연설로 일컬어지는 2010년 세계인권의 날 연설에서는 “양심을 가진 남녀로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차별을 배격하며 특히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에 근거한 특수한 차별을 거부한다”라며 “문화적 태도와 보편적 인권 사이에 긴장이 있는 곳에서 인권은 승리해야만 한다. 더불어 우리는 동성애를 범죄로 간주하며 성적지향 또는 성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을 허용하며 폭력을 조장하는 법률들의 철폐를 추구한다.”라고 강력히 천명했다.
책 ‘(가제)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정책’은 작년 5월 16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질병목록에서 제외한 기념일인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 Transphobia)’을 하루 앞두고 유네스코가 발표한 것으로 동성애혐오 없는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한 세계 각지의 모범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발간 작업에는 유엔기구, 시민단체, 각국의 교육부, 학계 등 전 세계 25개 국가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무지개행동 산하 성소수자학생인권실행팀 ‘이반스쿨’이 공동번역했으며, 현재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공식 출판을 제안한 상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추천사 전문
유네스코 발간 “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정책 (Education Sector Responses to Homophobic Bullying)” 한국어 번역판 서문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 때문에 폭력과 차별 속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어느 곳에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때문에도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심지어 안전해야 마땅할 학교나 교육기관 등에서조차도, 학생들과 교사들이 동성애혐오로 인한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지독한 인권침해를 멈추려는 국제적인 활동에 신념을 갖고 앞장서서 이끌고 있습니다. 이 끔찍한 인권침해로 인해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LGBT) 등 기존의 성규범에는 들어맞지 않는 학생들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잃게 됩니다. 이는 세계인권선언에 담겨 있는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여야 함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러지 못했습니다. 좋은 정책과 사례들을 담아 이 책을 펴낸 유네스코(UNESCO)에 제가 감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괴롭힘을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책과 개입방안들이 이미 많은 나라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어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여러 사례들이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을 없애기 위한 활동의 틀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교육현장을 모든 사람들에게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활동들에 대해 소중한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교사, 행정가, 정책입안자, 학부모, 학생, 시민단체, 그리고 교육에 몸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저는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의 심각성에 대해 오랫동안 문제제기를 해 왔습니다. 관용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국가 기관이 오히려 문제의 한 부분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76개 국가에서 아직도 성인인 동성 간의 합의된 사적인 관계가 범죄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염려됩니다. 동성애나 비전형적 성별정체성을 범죄로 취급하지 않는 사회에서도 이 문제는 여전히 민감한 이슈이며, 청소년이나 교육과 관련된 경우 사람들은 더욱 민감하게 느낍니다.
저의 모국,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동성애는 대개 금기시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 열거된 사례들은 아주 다양한 상황에서 수집된 것으로, 어느 곳에서든지 혁신적이고 문화적으로 적절한 방법을 이용한다면 학교 내에서 또는 학교를 통해서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을 해결하는 것이 가능한 일임을 보여줍니다.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우리 인류 가족의 구성원인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모든 청소년을 위해, 학교를 더욱 안전한 공간으로 만듭시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온전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며,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2013년 4월 3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