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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동절엔 이례적으로 청소년, 성소수자, 장애인, 도시빈민이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말하는 ‘연대권리선언’을 했다.


지난 5월 1일, 민주노총 주최 123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 본무대 앞쪽에는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수십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본 대회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향소에 조문을 마치고 대오에 합류했다. 이미 정돈된 대열에 맞추지 못해 장애인 대오는 앞쪽에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장애인, 그들은 ‘노동’이라는 범주에 들기는커녕 그 범주 바깥에 자리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장애인의 위치는 관련 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국가에서는 장애인 고용촉진을 위해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시행한다. 그러나 이 법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나마 취업 현장에서조차 중·경증에 대한 차별이 일어나니 중증장애인에 대해서는 ‘더블카운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증장애인 한 명을 고용하면 경증장애인 두 명을 고용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노동할 수 있는’ 장애인에게 한정된 자리이다. 손가락 하나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노동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노동을 팔아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노동할 수 없는 사람의 존재는 무엇인가?

 

2011년 복지부 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은 각종 재활치료나 보조기기 구매 등으로 비장애인보다 월평균 16만 1천 원이 더 든다. 중증장애인은 평균치보다 더 높은 23만 6천 원의 추가비용이 든다. 중증장애인일수록 노동은 더욱 불가능해지나 장애로 말미암은 비용은 더 많이 드는 것이다.

 

노동절 날, 노동절 집회에 나온 중증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통계상 수치로만 잡히는 그것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듣고자 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이들도 있고, 일하고 싶으나 현실 앞에서 그 꿈을 접어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수급비를 받아 살아가나 그마저도 얼마 나오지 않는 수입이 잡혀 깎이거나, 수급자 탈락이 두려워 아예 돈을 받지 않고 활동하는 이들도 있었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라는 노동가요 가사는 물론 자본가를 향한 일침이지만, 일하지 못하는 장애인들도 농담 같은 옛말 앞에 진지해진다. 노동의 불가능성을 통해 노동에 대해, 노동과 맞닿아있는 빈곤과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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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부설 뇌병변장애인스포츠지원센터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모경훈 씨.


△ 모경훈 씨(뇌병변장애 1급, 38세)는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부설 뇌병변장애인스포츠지원센터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모 씨는 이곳에서 중증뇌병변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 종목을 만들고 지원하는 활동을 한다.

 

“중증뇌병변장애인이 할 수 있는 스포츠 종목으로 유럽·아시아·일본 등지에는 전동휠체어 축구가 있어요. 외국 같은 경우 몸값이 1억 넘는 선수도 있죠. 이를 통해 중증장애인도 스포츠와 노동을 접목해서 활동할 수 있는 거예요. 이걸 한국에도 도입하고 싶어요. 지역에 종목별로 생활스포츠 하는 동호회 선수는 많은데…. 한국에 사는 중증장애인도 이러한 (전문 선수) 활동을 통해 노동의 가치도 느끼면서 지역사회에 당당히 살 수 있었으면 해요.”

 

모 씨는 그전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했다. 센터 활동가부터 소장까지 10년가량 활동하다 뇌병변장애인스포츠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났다.

 

이 일을 시작한 지는 1년이 넘었다. 매일 아침 9시까지 마포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한다. 출근을 위해서는 매일 아침 활동보조인이 모 씨 집에 와서 출근 준비를 돕는다. 모 씨는 현재 선수들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 하고 있다.


“상황은 열악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니 열심히 하고 있어요.”

 

모 씨의 한 달에 120만 원가량 받는다. 자립해서 현재 혼자 사는 모 씨는 “한 달 120만 원으로 살기가 굉장히 어렵다”라고 전했다. 월세 50만 원에 각종 공과금까지 포함하면 70~80만 원이 월급에서 쑥 빠져나간다. 나머지 40~50만 원으로 한 달을 살아가야 한다. 이 돈에서 병원비와 전동휠체어 수리비가 10~15만 원, 활동보조자부담비 9만 원이 고정적으로 들어간다. 나머지로 한 달을 살아야 하니 저축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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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옥 씨는 일하고 싶으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 김남옥 씨(뇌병변장애 1급, 50세)는 50평생 일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일하고 싶으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라고 토로했다. 현재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장애인연금을 포함해서 한 달에 65만 원가량의 수급비로 생활한다.

 

김 씨는 놀랍게도 이중 “50만 원은 주택청약적금으로 저축한다”라고 말했다. 무리해서라도 돈을 모으는 이유는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서였다. 20년 넘게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아온 김 씨는 2년 전 시설에서 나와 현재는 명륜동에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주택 평원재에 살고 있다.

 

“지금은 공과금을 안 내는데 앞으로 자립생활하면 공과금 내야 하잖아요. 그게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저축하고 남은 15만 원으로 한 달을 지내는 김 씨는 “사실 거의 생활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동휠체어 수리 등 이런저런 생활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살아가려면은 한 달에 100만 원은 필요한 것 같다”라며 갑갑함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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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전자기기 공장에서 23년째 일하고 있는 유아무개 씨

 

△ 서울의 한 전자기기 공장에서 23년째 일하는 유아무개 씨(지체장애 1급, 48세)는 여전히 월급이 100만 원이 채 안 된다. 그는 CCTV, LCD, 은행 ATM 기기 등을 만드는 일을 한다.

 

유 씨는 공장에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밥은 공장 내 식당에서 식권으로 사서 먹는다. 공장에는 총 160여 명이 함께 일하는데 이 중에는 장애인도 있고 노숙자 쉼터 등에서 온 사람도 있다. 장애인 중에서 자기 스스로 생활이 가능한 이들은 기숙사에서 살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집에서 출퇴근한다. 기숙사비는 한 달에 3만 원이다.

 

“일하는 건 장애인, 비장애인이나 다 똑같이 힘들죠. 딱 그 정도로 힘들고요. 그런데 임금은 불만족스러워요. 이 돈 갖고 살기 어려워요. (장애인이라고) 월급에서 차별받는 거 같아요.”

 

유 씨는 “23년 일했는데 최소 못해도 150만 원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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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숙 씨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나 수급비 탈락이 두려워 임금은 받지 않은 채 활동하고 있다.

 

△ 정지숙 씨(뇌병변장애 1급, 45세)는 에바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임금은 받지 않는다. 수급자이기 때문이다.

 

“임금 받으면 수급자에서 떨어져서 의료혜택을 못 받아요. 대신 차비 정도만 받고요. 집에 있으면 뭐해요. 이렇게 나와서 배우는 차원에서 활동하는 거죠.”

 

정 씨는 현재 센터에서 동료상담과 장애인차별금지 상담 관련 활동을 한다. 활동에 대해서는 만족하나 임금을 받지 못하니 생활은 어렵다. 수입이 잡히면 수급에서 탈락하거나 수급비에서 깎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급비가 깎이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정 씨의 바람이다.

 

시설에서 17년 살다가 10년 전 탈시설해 지역사회에서 살고 있는 정 씨는 장애인연금 포함해 한 달에 58만 원 정도 받는다. 이중 방세가 20만 원, 생활비로 20만 원을 쓴다.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지만 일하지 못하는 이유가 정 씨에게는 또 있다. 잦은 병원행 때문이다. 몸이 약한 정 씨는 치료를 위해 자주 병원에 가야 하고 2~3년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 매일 진통제, 근육이완제 등의 약도 먹어야 한다. 돈 벌고 싶어도 병원 때문에 꼼짝할 수가 없다.

 

병원에 자주 가니 그만큼 병원비도 많이 든다. 경기도 ‘무한돌봄’에서 2년에 한 번씩 수술비 지원이 나오지만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MRI 한번 찍으면 60만 원 나와요. 보험 적용 안 되면 이거 고스란히 제가 다 내야 하는데 그럼 한 달 수급비가 완전 ‘빵꾸’나는 거잖아요. 동사무소에 지원해달라고 찾아가면 왜 미리 얘기 안 했느냐, 이미 (제가 병원에) 병원비 냈다고 지원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누가 예약해놓고 아프나요? 이런 일 때문에 방세 밀린 적도 있어요.”

 

집주인이 ‘집을 고쳐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현재의 집에 살게 된 정 씨는 이제 사는 곳마저도 위태롭다. 오래된 집이라 군데군데 자꾸만 고장 나는 데 요즘 이 때문에 집주인은 계속 나가라고 눈치다.

 

처음 이사 올 때 화장실 경사로 설치와 문턱 없애는 비용, 집 앞 흙 마당을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시멘트 바닥으로 덮는 것 등 모든 비용을 정 씨가 부담했다. 그러나 집이 오래되니 화장실 갈라진 틈 사이로 온갖 벌레는 나오고 집은 춥다. 주거 환경이 썩 좋진 않지만, 현재 집 보증금 200만 원으로 집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니 최대한 버티고 있다.

 

“(한 달 생활비가) 80만 원만 돼도 좋겠어요. 아껴 쓰니 크게 문제 되진 않지만…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축은 꿈도 못 꾸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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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아무개 씨는 2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현재는 인천의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직업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 유아무개 씨(뇌병변장애 1급, 31세)는 2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현재는 인천의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직업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유 씨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이유는 중증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 동안 공부하면서 체력은 더 나빠졌다. 시험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복통이 오고 근육강직은 더 심해져 결국 공부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현재는 자립생활센터에서 6개월 동안 진행되는 직업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 적은 돈이나마 받고 있지만, 수급비에서 그만큼의 돈이 깎여 나오니 유 씨 손에 쥐어지는 한 달 수급비의 총액은 전과 같이 (장애인연금 포함해) 60만 원이다. 전세라서 다행히 월세는 나가지 않지만 생활은 빠듯하다. 60만 원으로 식비, 관리비, 통신비, 보장구비, 병원비 등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 한 달에 5만 원 겨우 저축한다.

 

유 씨는 장애인에게 일자리 제공하기 전에 장애인연금부터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으로 태어나면 솔직히 돈 많이 들잖아요. 특수학교는 일반학교보다 돈도 더 많이 들고, 물리치료비, 보장구비도 들어가서 경제적 손실이 있단 말이에요. 가족들한테 짐이 될 수밖에 없어요. 일자리 제공 전에 장애 때문에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장애인연금이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유 씨는 ‘보이는’ 부분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실도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에 다니던 유 씨는 결국 휴학했다. 유 씨가 다니는 대학 지역에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저상버스가 없어 통학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설령 대학 졸업을 해도 장애인은 취직하기 어렵고 취업한다고 해도 그 기간이 오래가지 못한다고 유 씨는 설명했다. 유 씨 주변의 장애인 대부분은 취업하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일한다면 장애인 차별상담 전화 같은 일을 하고 싶어요. 장애인이 차별받으면 상담하고 그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는, 장애인 차별에 맞서는 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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