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3.05.13 15:00

성년후견제, 취지에 맞게 운영될까?

(*.90.233.69) 조회 수 3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13682065329121.jpg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성년후견제 국제 컨퍼런스가 10일 늦은 1시 30분 한양대 제2법학관 모의법정실에서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성년후견학회 주최로 열렸다.

 

한국보다 앞서 성년후견제를 도입한 일본과 싱가포르의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의 성년후견제가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와 한국성년후견학회는 10일 늦은 1시 30분 한양대 제2법학관 모의법정실에서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성년후견제 국제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일본 법정대학 법학부 후미에 슈가(Fumie Suga) 교수는 현행 일본 성년후견제의 문제점에 대해 “단지 의사결정을 대체하려고만 할 뿐 의사결정권한을 주거나 의사결정을 지원하려고 하지는 않는다”라면서 “따라서 의사결정과정에서 본인의 목소리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후미에 교수는 “특히 최소 개입의 원칙이 없으므로 가부장적 보호주의에 따라 본인의 의사와 희망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라면서 “의사결정능력에 대한 평가도 특정 시점이나 특정 사안에 대한 고려 없이 의학적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후미에 교수는 “이론적으로 성년후견제가 의사결정이 어려운 사람들의 복지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무 관행은 피후견인을 보호하고 피후견인의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것에 머물고 있다”라면서 “더구나 후견인이 의지할 지침도 없기에 후견인들은 상식과 자신의 관점에만 의존하다가 피후견인을 요양시설에 보내는 것과 같은 쉬운 선택을 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후미에 교수는 “특히 가족과 후견인의 의견이 다를 경우 가족들은 종종 후견인에게 자신들의 희망과 욕구를 관철하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일이 빈번하다”라면서 “반면 영국의 경우 정신능력법에 따라 후견인에게 실무지침과 체크리스트가 제공돼 어떤 결정이 피후견인에게 최선의 이익인가를 가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후견인의 의사결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13682067124183.jpg
▲일본의 성년후견제에 대해 발표 중인 후미에 교수.

 

싱가포르 공공후견청 다니엘 고헌(Daniel Koh) 청장은 “과거 정신장애자치료법에서는 자기결정능력에 대한 평가를 ‘있다’와 ‘없다’로 했다면, 현행 정신능력법에서는 자기결정능력의 가변성을 인정하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또한 과거에는 의사결정능력이 완전히 상실한 후 후견인이 임명되었지만, 지금은 의사결정능력이 있을 때에도 영속적 대리권을 작성해 공공후견청에 후견인을 임명해놓을 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니엘 청장은 “싱가포르에서 성년후견제는 급증하는 노령인구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라면서 “이에 따라 지난 3년 동안 싱가포르의 공공후견청은 성년후견제가 부유한 사람들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모든 싱가포르 사람들을 위한 제도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홍보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외국 토론자들의 발표가 끝난 뒤 국내 토론자들이 나와 오는 7월 1일 시행을 앞둔 성년후견제의 내실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다.

 

국내 토론자들은 우선 성년후견제가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공공후견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성년후견제 도입을 계기로 장애와 노화를 함께 겪는 치매 환자의 소외와 차별 문제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권위 장애차별기획조사팀 조형석 팀장은 “시설 조사를 가보면 지적장애인의 욕구가 다양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다만 의사표현방식이 다르고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이 있을 뿐”이라면서 “시설 생활인 중에는 무연고, 수급자가 많으므로 앞으로 공공후견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임수철 소장도 “성년후견제 도입을 요구한 이유 중에는 성년후견제가 시설 문제에 대한 안전망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라면서 “그런데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중 무연고로 추정되는 20% 정도의 생활인들이 성년후견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공공후견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최윤영 교수는 “현행 민법에서는 후견인 보수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는데 이는 피후견인 본인의 부담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경제적 취약계층도 성년후견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으로 후견인 및 후견감독인의 보수 및 비용지급에 대한 관련한 입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한국치매협회 윤종철 전문의는 “치매환자는 분명히 의사결정이 어려운 장애인임에도 수가 많고 재정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법정장애인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따라서 성년후견제 도입을 계기로 장애의 개념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윤 전문의는 “또한 성년후견제는 원칙적으로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된 모든 사람을 위한 제도이지만, 현재의 준비상황으로 볼 때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매우 크다”라면서 “이전과 달리 의사결정 잔존능력을 기준으로 몇 가지로 구분해보겠다는 제도적 개선이 전부일 수도 있다는 노파심이 든다”라고 우려했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현소혜 교수도 “치매는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의 전형적인 예에 해당한다”라면서 “그럼에도 치매는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장애등급판정이 불가능하며, 치매로 인해 신체기능의 저하 또는 상실에 이른 때에야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따른 급여를 받을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 교수는 “결국 치매야말로 국민 스스로 대비해야 하는 질환이 되었는데,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성년후견제의 활용이 절실하다”라면서 “치매의 경우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증상이 악화하는 것이 통상이므로 증상에 따라 권한과 제안의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한정후견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3682068801847.jpg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인권 및 권리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사회복지사협회 남기룡 정책교육국장은 “성년후견제의 가장 큰 취지는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된 사람이라 해도 기본적인 가정은 의사결정능력 저하에 명확한 증거가 없는 한 그 개인은 의사결정능력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후견인은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되거나 없다는 명백한 근거가 없는 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성년후견제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신체상에 장애가 있는 사람과 정신상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서로 다르므로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라면서 “성년후견제가 정신적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권리행사 요건의 강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기결정권을 실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 변호사는 “개정 민법에서는 중증장애인에게도 일상적인 행위를 허용하고 있는데 지적장애인 상담사례 중에는 핸드폰 사용 요금 청구가 몇백, 몇천만 원까지 나온 사례가 있어 과연 일상행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라면서 “이때 지적장애인을 뭉뚱그려서 전부 핸드폰 구매가 되지 않는다고 하기보다는 일본처럼 연간 100만 원이라는 식으로 한도 금액을 정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울중앙지검 구상엽 검사는 “성년후견을 새로운 시장으로 바라보고 법률가집단과 사회복지관련집단이 서로 이를 독점 내지 선점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이러한 갈등이 심화할 경우 공급자 중심으로 제도가 운용될까 봐 걱정된다”라면서 “이는 성년후견제의 입법 배경이 사회복지적 요구와 깊이 관련돼 있고 신상보호의 내용이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앞으로 신상보호의 개념과 범위를 정립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이상희 과장은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할 때 노인 부부의 재산만을 보고 이를 지급했더니 많은 노인이 연금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줘 노인 빈곤율이 급증했다”라면서 “이처럼 성년후견제의 경우도 이론적 모델과 현실이 다를 수 있으므로 최소 개입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성년후견제 시행과 관련해 지난 3월 4일 가사소송법 개정안과 후견등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4월 5일에는 가사소송규칙 개정안과 후견등기에 관한 규칙안이 입법예고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 시행을 위해 마련되어야 할 많은 준비사항이 남아 있으며 관계 부처들의 준비도 미흡한 상황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02 인권/복지 장애인가구 가정경제상담 받으세요 file 로뎀나무 2013.04.30 335
801 인권/복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성소수자 차별 반대 발언들 file 로뎀나무 2013.04.30 1012
800 인권/복지 정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계획 세워 file 로뎀나무 2013.05.01 332
799 인권/복지 반기문 총장, 한국 성소수자 차별 “반대” file 로뎀나무 2013.05.01 515
798 인권/복지 인권센터 ‘인권중심 사람’ 개관식 열어 file 로뎀나무 2013.05.01 675
797 인권/복지 장애인권리협약 유보조항, 비준하라" file 로뎀나무 2013.05.01 335
796 인권/복지 연이은 사회복지사 자살, 정부는 사과하라" file 로뎀나무 2013.05.07 952
795 인권/복지 노동이 불가능한 이들의 노동과 삶에 대하여 file 로뎀나무 2013.05.07 650
794 인권/복지 복지부, 20일까지 체험홈 독거 여부 결정 file 로뎀나무 2013.05.07 593
793 인권/복지 지적장애가족 수당 빼앗고 성폭행까지 file 로뎀나무 2013.05.07 430
792 인권/복지 선언하라 권리를, 외쳐라 평등세상을!” file 로뎀나무 2013.05.07 339
791 인권/복지 "인권위 상임위원 중 1명은 장애인으로" file 로뎀나무 2013.05.07 356
790 인권/복지 평등을 향해가는 사회’에 동의하는가 file 로뎀나무 2013.05.13 474
» 인권/복지 성년후견제, 취지에 맞게 운영될까? file 로뎀나무 2013.05.13 361
788 인권/복지 제주해군기지 농성장 강제철거...부상자, 연행자 속출 file 로뎀나무 2013.05.13 349
787 인권/복지 복지부,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조사 file 로뎀나무 2013.05.13 380
786 인권/복지 420인천공투단, 시청 로비 점거농성 돌입 file 로뎀나무 2013.05.14 308
785 인권/복지 지켜지지 않는 약속 ‘발달장애인법’ file 로뎀나무 2013.05.14 415
784 인권/복지 장애인 감면·할인서비스 대안, 지지부진 file 로뎀나무 2013.05.14 579
783 인권/복지 불법 파업 핑계로 손배 청구해 노조 탄압" file 로뎀나무 2013.05.14 382
Board Pagination Prev 1 ...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 152 Next
/ 15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