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주최로 18일 늦은 2시 대방역 승강장에서 철도공사 규탄 및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최근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승하차하던 장애인의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와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서울협의회)는 28일 대방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권 투쟁을 선포했다.
지난 18일 대방역에서는 안산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선영 활동가(지체장애 1급)가 승강장과 전동차의 큰 높낮이차를 무릅쓰고 하차를 시도하다가 전동휠체어를 탄 채 뒤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김 전 소장은 사고 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해 지금까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강민 사무총장은 “이번 대방역 사고 이전에도 승강장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졌다”라면서 “12년 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사고 이후에도 장애인이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인데, 오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철도 이동권 보장의 끝을 보자”라고 강조했다.
안산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달주 소장은 “사건이 터지면 이것저것 다 해줄 것처럼 말하다가도 결국 예산 핑계, 인력 핑계를 대며 실제로 하는 것은 없다”라면서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함께 이동하지 않더라도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 투쟁하자”라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이용길 대표는 “피해자는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리는 진보신당 장애인위원회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던 길이었는데 일상적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사고를 당했다”라면서 “그럼에도 어제 대방역 역장이 입원 치료 중인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고 회유, 압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진보신당은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라면서 “단 한 명이라도 차별을 받는 장애인이 있다면 그 나라는 행복한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박근혜 정부는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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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는 “지난 18일 사고 후 역무실을 항의 방문했을 때 역장은 ‘나무로 된 안전발판이 있지만 장애인이 어디에서 내릴 줄 알 수가 없어서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라면서 “그래서 인천에서 온 한 장애인이 ‘인천 지하철역에서는 대기하고 있다가 장애인이 내리면 바로 안전발판을 대준다’라고 하니 역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더라”라고 전했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교 소장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예산 절감을 이유로 역무원을 줄이고 공익 요원들을 다른 곳으로 배치할 때부터 이러한 사고는 예견된 일”이라면서 “어제 보문역에 지하철을 타러 갔다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상태라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만 했는데, 장애인이 이동을 위해서 길거리에서 버리는 시간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또한 언제까지 지하철을 타는 장애인들은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에 전동휠체어 바퀴가 빠지고, 단차를 넘지 못해 넘어지고, 시민에게 애걸복걸하며 도움을 받아야 하느냐?”라면서 “지하철을 장애인이 원하는 시간에 안전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으로 만들도록 투쟁해나가자”라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대방역 승강장을 보면 승강장과 전동차의 단차와 간격이 제멋대로 되어 있는데 서울 지하철 모든 역사가 다 그렇다”라면서 “그것을 다 뜯어고치려면 큰돈이 든다고 해서 차선책으로 안전발판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지하철을 타면서 안전발판을 제공한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꼬집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우리보다 지하철 역사의 시설이 더 낡은 일본에서는 장애인이 연락하지 않고 승하차를 하더라도 대기하고 있는 직원이 안전발판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면서 “우리가 직접 이 자리에서 안전발판으로 탑승하는 것과 안전발판 없이 탑승하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보여주자”라고 제안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대방역에 안전발판을 요청해 직접 전동차를 타려고 했다. 하지만 대방역에서 준비한 안전발판은 높이가 정해져 있는 경사로 형태였다. 따라서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의 높낮이차와 안전발판의 높이가 맞지 않으면 여전히 단차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참가자들은 “이게 무슨 안전발판이냐? 공사장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냐?”라면서 강력히 항의했다.
또한 안전발판 없이 전동차에 타려던 참가자들의 전동휠체어 바퀴가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에 연이어 빠져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역무원들은 열차 지연을 이유로 장애인들을 강제로 승강장 또는 전동차 안으로 이동시키려고 해 크고 작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또한 일부 역무원들은 아예 전동차 문을 가로막고 장애인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
삼십여 분간 진행된 비교 체험이 끝난 후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대방역에 있는 안전발판은 안전발판이 아니다. 우리는 접이식으로 되어 있고 높이와 간격을 조정할 수 있는 안전발판을 원하는 것”이라면서 “여전히 철도공사는 승강장 사고가 왜 발생하는지 원인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박 상임공동대표는 대방역, 영등포역 등 인근 5개 역을 관할하는 영등포역 역장에게 철도공사 사장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영등포역 역장은 “오늘 여러분이 말한 안전발판은 확인해서 비치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장차연과 서울협의회는 이날 대방역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6월 첫 번째 주에는 4호선 성심여대입구역, 6월 두 번째 주에는 5호선 여의나루역 등 최근 승강장 사고가 발생한 역에서 기자회견을 연달아 열고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촉구해나갈 예정이다.
![]() ▲ 대방역의 안전발판. 단차에 맞게 안전발판의 높이를 조정할 수 없어 단차와 안전발판의 높이가 맞지 않을 경우 여전히 사고의 위험이 있다. |
![]() ▲안전발판 없이 전동차에 탑승하려다가 앞바퀴가 빠진 모습. |
![]() ▲열차 지연을 이유로 강제로 승강장 또는 전동차 안으로 이동시키려는 역무원들에게 참가자들이 항의하는 모습. |
![]() ▲ 출입문 앞에서 장애인 탑승을 막는 모습. |
![]() ▲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대방역 등 영등포 인근 5개 역을 관할하는 영등포역장에게 한국철도공사 사장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
![]() ▲ 김선영 활동가가 사고를 당한 4-4 지점의 단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