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8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
열사정신 계승! 전쟁책동 분쇄! 공안탄압 규탄! 민중생존권 쟁취!를 슬로건으로 22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8일 늦은 4시 광화문광장에서 범국민추모제 행사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이날 범국민추모제에서 양성윤 상임행사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광주항쟁이 폭동으로 조롱받고 뜬금없는 종북타령에 민주와 인권과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이 폄훼 당하고 있다”라면서 “스물두 번째 범국민추모제를 맞아 열사들께 고개를 들 수 없다”라고 밝혔다.
양 상임행사위원장은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기막힌 현실에서 민주주의는 질식되고 노동자 민중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라면서 “이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 민중 세력의 탓이 크며, 22회 범국민추모제를 맞이하여 다시 한 번 열사들의 뜻을 되새기고 각오를 다지자”라고 강조했다.
리얼리스트100 김혜자 시인의 추모시 ‘문득 다른 세상을 보았다’는 삼성백혈병희생자 유족 정애정 씨와 용산철거민희생자 유족 이충연 씨가 낭독했다.
(죽은자) 근로계약해지통지서가 A4 한 장이면 끝났지
20년 경력도 한솥밥 먹어온 세월도 A4 한 장이면 백지가 되었지
‘월요일부터 오지 마세요’ 핸드폰 메시지 한 줄이면 족했지
비정규직 파견노동자이므로 문자 한 줄이면 충분했지
부재로 처리되었지 그래서 우리는 이곳에 없는 부재자가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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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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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 저 높이 올라가는 자본의 왕국엔
저를 세일하는 전광판만이 별인 양 반짝인다
(죽은자) 타는 몸뚱이 그날의 외침은 흑백의 사진 속에 봉인되고
기념비 우뚝한 거리와 사업에 골몰한 가슴들 속에 전태일이 없다 노동이 없다
(산자) 미싱은 제자리서 돌고 돌며 블라우스보다 가벼운 일당 토해내는데
꺼지지 않는 저 자본의 왕국은 연중무휴다
(죽은자) 아직은 세일하지 마라 값싸게 팔아넘기지 마라
(산자)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는 빈 뱃속에서 울리는 소리
(죽은자)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는 빈 밥그릇이 부딪치는 소리
(산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함께 나눠 먹는 밥
(산자와 죽은자가 함께) 쇠창살을 두드려라 빈 밥그릇 들고
살아서 밥상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자를 위해
저의 눈물로 흙 이겨 뚫고 나갈 터널을 만들고 있는 지하의 굼벵이를 위하여
한 번도 벌어진 적이 없는 우리의 잔치를 위해
![]() ▲추모사를 하는 백기완 소장. |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은 추모사에서 “유신독재, 군사독재에 싸우다 돌아가신 여기 450여 분의 열사들을 추모하는 자리에는 내가 아닌 박근혜가 와서 역사의 피눈물을 알아야 한다”라면서 “내년부터는 이런 잠깐의 위령제 말고 유신잔당 타도를 위한 현장에서 피눈물을 흘리자”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투쟁현장 영상 발언에는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 유명자 재능지부 조합원, 김수억 기아차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송전탑 농성 중인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천의봉 조합원, 고건일 강정마을대책위 위원장 등이 현재 진행 중인 각 투쟁의 현장 소식을 전했다.
참가자들은 장애해방열사 단 박김영희 대표와 한국청년연대 윤희숙 의장이 읽은 결의문을 통해 “지금 이 땅 노동자 민중이 살아가는 상태와 노동운동, 민중운동의 현황을 돌아보면 인간해방 세상을 위한 열사들의 고귀한 희생에 우리가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음을 겸허하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면서 “참된 민주주의와 자주통일의 실현, 노동해방·인간해방 세상의 건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으신 열사들의 고귀한 정신을 이어받아 분열을 극복하고 통 크게 단결해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열사들의 제단에 헌화하는 것으로 추모제를 마무리하고, 광화문광장~정부종합청사~조선일보~대한문 쌍용차 분향소를 광화문 민중올레를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은 행진 경로에 따라 계속 통제해 곳곳에서 참가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22회 범국민추모제는 대한문에서 정리집회를 열고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범국민추모제에는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공동투쟁단, 노래로 물들다 등이 추모공연을, 이삼헌 씨가 추모춤을 공연했다.
한편 행사위원회는 이날 범국민추모제에 이어 △통일열사·희생자거리(6월 12일 이른 11시 한미연합사 앞) △노동열사거리2(6월 14일 늦은 7시 30분 현대자동차 본사 앞 농성장) △열사 묘역 정비(마석모란공원 열사묘역 6월 23일 이른 11시 / 망월동 묘역 6월 29일 이른 10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 ▲장애해방열사 단 박김영희 대표와 한국청년연대 윤희숙 의장이 결의문을 읽고 있다. |
![]() ▲유가족 인사를 하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배은심 회장. |
![]() ▲정태수 열사 영정. |
![]() ▲최옥란 열사 영정. |
![]() ▲'노래로 물들다'가 들불의 노래를 부르며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
![]() ▲한 참가자가 최옥란 열사 사진을 피켓으로 만들어 들고 있다. |
![]()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광화문 민중올레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기만적인 박근혜 복지를 비판하고 있다. |
![]() ▲서울시청에 모인 추모제 참가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