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기초법 개악 저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2013 민중생활보장위원회’는 5일 이른 10시 ‘박근혜 정부 빈곤정책, 빈곤 방지인가 방치인가?’라는 주제로 기초법 개정안에 대한 빈곤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
2013년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에서 명시한 최저생계비 계측연도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에서는 3년마다 최저생계비를 계측한다. 또한 기초법은 14년 만에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 체계로 바뀌는 과정을 밟고 있다. 유재중 의원 등은 지난 5월 기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수급 당사자들과 관련 단체 등은 중생보위의 최저생계비 계측방식을 비판하며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최저생계비 계측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유 의원 등의 기초법 개정안과 정부의 기초법 개정안에 대해 ‘개악’이라고 비판한다.
이에 ‘기초법 개악 저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2013 민중생활보장위원회(아래 2013민생보위)’는 5일 이른 10시 ‘박근혜 정부 빈곤정책, 빈곤 방지인가 방치인가?’라는 주제로 기초법 개정안에 대한 빈곤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허선 교수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초법 개편안에서는 근로능력가구와 근로무능력가구를 분리해 차등적으로 처우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 ▲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허선 교수. |
허 교수는 “연구진은 생계급여에서 근로능력자 가구를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입법과정을 통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라며 “근로능력자가구에는 아동, 노인 같은 근로무능력자가 가구원으로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근로능력자가구에게 생계급여를 배제하는 최악의 안이 선택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허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현행 통합급여의 문제점은 개별급여로 전환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현재의 통합급여 체계가 전부 받거나 혹은 아무것도 받지 않는 것(all or nothing)이라고 비판하는데, 수급자가 필요한 여러 급여를 다 받는 게 문제가 아니라 비수급빈곤층이나 차상위계층이 하나도 못 받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허 교수는 “현재의 급여시스템을 통합급여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잘못된 호칭”이라며 “노인수급가구는 자활급여와 교육급여를 받지 않고 아프지 않은 사람은 의료급여를 받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김선미 책임간사는 발제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초법이 개정된다고 하는데 사실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앞선다”라고 운을 떼었다.
김 책임간사는 “기초법에서 가장 큰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사각지대 해소”라며 “그런데 기초법 개편안에도 사각지대는 계속 배제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책임간사는 “개별급여 도입방식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개별급여 수급권자 선정기준과 적정 급여수준, 급여 지급 방식 등 논의된 것이 하나도 없다”라며 “특히 현재까지 수급권자에 대한 행정 처우를 볼 때 개편 자체가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책임간사는 2010년부터 2년 동안 41만 명이 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탈락했다고 지적하며, 이는 사회복지통합전산망 행복e음이 핵심 수단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책임간사는 “탈락 통보를 받은 수급자 중 이의신청 등의 권리를 잘 모르는 수급권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죽음뿐”이라며 “그럼에도 최근 복지부는 급여를 변경할 때 조사를 먼저 하도록 하지 않고 우선 보장을 중지한 이후 이의신청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김 책임감사는 “현재 기초법은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지만, 실제 빈곤한 삶에는 아직도 진입 장벽도 높고 보장수준도 낮다”라면서 “확대가족까지 적용되는 부양의무자 기준, 현실과 동떨어진 소득인정기준액, 높은 제도진입 장벽 등으로 제도의 본래 목적인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로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위반해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 책임간사는 “기존 통합급여의 방식은 대상자 선정기준의 비합리성 때문에 효율성의 문제가 있다”라면서 “이 문제는 개별욕구를 얼마나 수용해서 개별급여로 얼마나 대상자를 확대할 것인가로 생각해야 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빈곤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으로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토론회에 참여한 사람들. |
이어진 토론에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변호사가 나섰다. 이 변호사는 기초법은 최저생계비와 소득인정액으로 축을 이루는 권리성 급여이며, 최저생계비와 소득인정액이라는 개념이 무너지면 기초법의 본질인 권리성 급여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변호사. |
이 변호사는 “이 개정안은 사회적 합의기구로서 기초보장제도의 민주적 정당성을 보장하는 기구인 중생보위의 최저생계비 결정 권한을 박탈하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개별급여 소관 장관에게 전속하는 것”이라며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예산의 편의에 맞게 일정한 재량으로 최저생계비를 결정할 길을 열어 놓게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변호사는 “개정안이나 대안은 기초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권리성 급여의 본질을 훼손하고 기초생활의 보장이라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초를 무너뜨리는 개악”이라며 “개정안은 수급권자를 최저생계비가 아닌 소득인정액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 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해 행정부의 재량급여로 전락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개별급여체계로 전환하는 방식이 적어도 생계급여를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하면서 나머지 개별급여로서의 현물급여들은 비수급 빈곤층과 차상위계층을 포괄하는 형태의 권리성 급여인 맞춤형 개별급여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대명 기초보장연구센터장은 “최근 공청회에서 발표한 제도개편 방안은 기초법의 보장성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층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또 다른 방식을 제안한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노 센터장은 “발표자들의 제안처럼 기초법에 기본법 성격을 부여하고, 급여별 최저보장수준 산출방식을 명확히 규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기초법 개정안의 부칙 등에 ‘향후 욕구별 급여의 합이 기준연도(2014년도)의 최저생계비에 중위소득 증가율 등을 반영한 해당연도 최저생계비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라는 조항을 포함시켜 제도 개편 이후 급여의 보장성이 약화하는 것을 막는 방안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노 센터장은 “제도개편 과정에서 근로능력자를 생계급여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징벌적 조치가 능사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라며 “오히려 급여체계 개편과정에서 근로능력수급자의 탈수급을 강조하는 외부의 압력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의료급여는 지금도 자부담이나 비급여로 이용하기 어려운데 근로능력자가구는 의료급여에서 배제한다고 한다”라면서 “의료의 공공성을 이야기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급여를 시행해야 하는 이 시대에 쪼개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
이어 박 상임공동대표는 “부양의무자 기준 문제는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풀기보다 잘라야 한다”라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삶을 복잡하게 만들고 찌질하게 만들어 거지 취급하고 범죄인 취급하는 등 교묘하게 짜인 실타래를 잘라 버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복지가 복날에 개고기 먹이는 것도 아닌데, 복지를 이야기하는 권력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휴머니즘이라도 있다면 이런 식으로 최저생계비의 권리성마저도 바꾸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기초법은 보편적 복지를 이야기하는 이 시대의 정신에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박 상임공동대표는 “기초법이 권력의 시혜로 표현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펼쳐나가야 할 방향으로 표현됐으면 좋겠다”라면서 “여기서 항상 예산 문제가 나오는데 돈 없다고 배 째라고 하는 권력의 배를 가르니 피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가 튀어나온다”라고 밝혔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오늘로 319일째 광화문에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농성하고 있다”라면서 “부양의무제 폐지하자고 하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것이 조·중·동의 합의를 원하는 것인지 가난한 사람들의 합의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 토론회를 계기로 조금 더 힘차게 부양의무제 폐지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마무리했다.
![]()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이른 9시 30분 이룸센터에서 2013민생보위 출범식이 진행됐다. |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주노총, 빈곤사회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 등 40여 개 단체로 구성된 2013민생보위는 이날 토론회에 앞서 이른 9시 30분 이룸센터에서 출범식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1999년 기초법이 제정된 이래 우리 사회의 마지막 사회안전망으로 역할을 했다”라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넓은 사각지대와 낮은 보장수준으로 그 최초의 취지를 다 해내지 못해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참가자들은 “이는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와 가난한 이들을 서로 옭아매는 부양의무자 기준 등의 악조항들로 인한 것이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급여를 도입한다고 한다”라면서 “박근혜 정부의 개별급여 안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고 권리를 쪼개 수급자를 늘리는 조삼모사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더 이상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외면하지 말라”라며 “부양의무자 기준의 족쇄와 최저생계비, 빈곤층의 목을 죄는 악조항을 바꿔나가기 위해 2013민생보위는 오늘부터 힘찬 여정을 시작한다”라고 선언했다.
2013민생보위는 오는 11일부터 8월 22일까지 내부 토론을 거쳐 8월 23일 2013민생보위 만민공동회와 수급권자 대동한마당을 개최할 예정이다. 더불어 수급권자 가계부 조사도 진행한다.
![]() ▲구호로 마무리하는 참가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