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3.07.09 13:45

기초생활보장제도, 할 말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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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늦은 3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는 ‘수급권자 권리학교’의 넷째 날이 열렸다. 이번 시간에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일자리를 못 구해 힘들다. 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 게 있다. 내가 죽으면 동사무소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잘 부탁한다.” (한 발달장애 아동을 둔 40대 남성의 유서)

 

“아버지는 그냥 시설에서 죽을 때까지 살라고 하셨어요. 차라리 세월이 빠르게 흘러 죽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그 생각밖에 안 들어요.” (부모님의 재산 때문에 수급권을 받지 못하는 한 장애인 인터뷰)

4일 늦은 3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는 ‘수급권자 권리학교’의 네 번째 시간으로 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먼저 참여자들은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그 외 등으로 모둠을 나눠 문제점을 발표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모둠에서 발표한 참여자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가족 간의 갈등이 발생한 것에 대해 토로했다.

“나 같은 경우 아들 수입이 400만 원 정도 돼요. 네 식구인데 그 정도는 살만해요. 근데 손녀가 장애인이어서 병원을 계속 다니거든요. 그러니까 월급의 반은 거기로 들어가는데, 내가 수급자 신청하니까 무조건 안 된대요. 아들 수입만 보고. 수급자 신청했더니 아들한테 부양의 의무를 알리는 편지 같은 게 갔나 봐요. 아들이 ‘내 생활 알면서 왜 그러느냐’라고 탓하더라고요. 가족끼리 사이도 안 좋아지고. 하도 먹고 사는 건 어렵고 눈치만 보이니까 아들한테는 친구 집에서 산다고 거짓말하고 노숙도 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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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가족관계가 단절된 경험을 설명하는 한 참여자.
 
‘의료급여’ 모둠에서 발표한 참여자는 비급여 항목의 문제점과 한 달 이상 입원하면 주거급여가 끊기는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병원 한 번 다녀오려면 큰돈이 들어가는데 비급여 항목이 너무 많아요. 검사를 하고 수술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검사비가 없어 검사조차 못 하는 거예요. 비급여 항목 좀 줄여주면 좋겠어요. 또 수급권자들은 사실상 한 달 이상 병원에 입원도 못해요. 한 달 이상 입원하면 주거비가 안 나오거든요. 그래서 병이 더 커져요. 그러면 돈이 또 더 들어가고. 한 달 입원하면 집을 빼서 입원해야 합니까. 짐은 어디다 놓고요. 한 달만 방을 뺄 수도 없는데.” 

홈리스행동 달자 활동가는 이에 덧붙인다. “목디스크로 수술하신 분이 있었는데 수술 후에 목을 지탱하는 보조기기는 비급여더라고요. 근데 그 돈이 없어서 못 샀어요. 수술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도 수급권자 대부분이 1인 가구잖아요. 혼자 밥 차려 먹기도 어렵죠.”

‘주거급여’ 모둠에서 발표한 참여자는 중소도시 전세가구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주거비가 현실과 너무 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사실 주거비가 생계비 절반 정도 차지해요. 서울 시내 고시원, 쪽방도 대부분 18~20만 원이고 교통이 조금 좋다 싶으면 25만 원 넘어갑니다. 나라에서 주거급여로 9만 원 주는데 말도 안 되는 돈이에요. 임대제도가 있지만 보증금 200만 원 모으기도 어렵죠. 또 집주인의 횡포가 장난이 아니에요. 계절마다 방세가 들쭉날쭉하고, 여름에 선풍기 틀면 만 원 추가, 겨울에 가스비 만원 추가, 내기 싫으면 나가라고 하고…”

‘생계급여’ 모둠에서 발표한 참여자는 하루 1만 원 조금 넘는 생계급여로 살아가는 막막함에 대해 토로했다.

“생계급여 하루에 1만 2천 원꼴이에요. 그 돈으로 밥 세끼 먹고 담배도 피워야 하고, 교통비도 들고. 아파서 병원 가도 차비를 내야 하니까, 엄두가 안 나요. 이런 것 좀 생각해서 생계급여를 좀 올려줬으면 좋겠는데.”

그 외 여러 사항에 대해서 발표한 한 참여자는 노령연금이 소득으로 책정되는 문제, 주거지가 없으면 수급비가 지원되지 않는 문제, 최저생계비로는 생활이 어려워 일하면 수급비가 깎이는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나이 들면 노령연금도 주지만 수급비에서 제하니까, 그럼 안 주는 거랑 마찬가지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20만 원 올려준다고 하던데 그렇게 되면 그만큼 수급비 깎겠죠. 결국 다 똑같아요. 있는 사람만 혜택 보게 돼 있어요. 정부는 도와준다고 하면서 없는 사람들 못살게 하는 정책만 하고. 또 노숙하는 사람들도 수급비를 주면 쪽방이라도 집을 구할 수 있는데 주거지가 없다고 수급권자가 안 되고. 맨날 수급권자 수급비를 깎아요. 몰래 일했다고. 없는 사람 도와준다고 생색내면서 더 못살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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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권자 권리학교에 참여한 사람들.

이어서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조직국장이 최저생계비 계측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3년에 한 번씩 책정하는 최저생계비는 중소도시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4명의 가족 즉, 엄마와 아빠, 초등학교 5학년 아이, 3학년 아이 이렇게 가상 가족을 설정합니다. 그리고 이 가족에게 1년 동안 필요한 게 무엇인지 쭉 적는 거예요. 친지 만남비, 속옷비용, 겉옷비용, 색종이 몇 장 등. 그리고 이 금액을 12개월로 나누면 최저생계비가 나오는 거예요. 들어만 봐도 허점이 많다는 게 느껴지죠. 중소도시 기준이니까 대도시랑은 차이가 확 나고, 특히 주거비가 크게 달라지죠. 또 4인 가족 중에 어른 둘, 아이 둘 이렇게 사는 가구와 어른 넷 사는 가구 지출이 다른데. 최저생계비 조사에는 노인도 없고, 장애인도 없어요.
 
지난 2010년에 휴대전화비가 처음으로 최저생계비에 포함됐어요. 2000년대 초반부터 모두가 휴대전화를 사용했지만 수급권자가 휴대전화 사용하는 건 국민 정서에 위반된다고 그동안 안 넣었어요. 정밀하지 않고 욕구 반영도 안 돼요. 올해도 최저생계비 계측해서 9월 1일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2014년도 최저생계비를 발표합니다. 그런데 최저생계비를 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에는 수급자도 없고 수급자를 대변하는 단체도 없어요. 의사, 정치인, 교수가 모여서 1년 동안 초등학교 애들이 색종이 몇 장 사용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거죠.”

김 조직국장은 이렇게 책정된 최저생계비, 즉 수급비가 결국에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면 큰돈 들잖아요. 그런데 자기 돈 내야 하는 비급여 항목이 너무 많아요. 비급여항목이라는 이유로 아예 진단도 안 해주고. 아픈 몸 이끌고 갔는데 수급권자니까 보증인 세우지 않으면 수술도 안 해준다고 하고. 보증금도 내야 하고. 이런 것 다 불법이지만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초음파 검사를 해야 나오는 병명을 알 수 있다는데 초음파 검사비가 12만 원이에요. 비급여로. 그러니까 검사도 못 하는 거죠.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고. 한 달 이상 입원할 때 주거비가 안 나옵니다. 그럼 짐 보관할 컨테이너 빌릴 돈이라도 줘야 하지 않겠어요. 4인 가족은 한 명이 입원하면 3인 가족 주거비만 나와요. 잠깐 작은 집으로 이사 갔다 오는 것도 아닌데, 의료비 많이 사용했다고 벌주는 느낌이 드는 거죠.

또 주거급여는 너무 적어서 방세 내고 나면 남지도 않죠. 오히려 생계급여에서 끌어다 써야 하고. 월세가 보통 한 달에 17~22만 원이고 좀 괜찮은 집이면 25만 원 정도이지요. 주거급여가 올라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며 어떤 할아버지가 얘기하시더라고요. ‘밥이야 한 끼 굶을 수 있지만, 방 없이 하루 살 수 있냐’라고.”

박근혜 정부는 기초법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 방안에서 생계급여는 중위소득 30% 기준, 주거급여는 중위소득 40~50% 기준, 의료급여는 중위소득 38% 기준, 교육급여는 중위소득 50% 기준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 조직국장은 “주거급여는 최대 13만 원까지 지원하고 계약한 금액에 맞춰 주거비가 덜 드는 사람은 덜 지급하는 주택바우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의료급여는 근로능력자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더라.”라면서 “수급권자가 190만 명에서 220만 명으로 대폭 늘어난다고 생색내지만, 교육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 것일뿐 사실상 일 년에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조직국장은 “유재중 의원이 발의한 기초법 개정안에는 최저생계비 개념이 아예 빠지고 장관이 수급비를 고시하게 돼 있다”라면서 “또 의료급여를 건강보험공단에 넘긴다고 한다. 건강보험료 낸 국민이 반발하면 보장수준이 줄어들 것은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조직국장은 “국민 사이에 싸움 붙이고, 가난한 사람들을 미워하게 될 것”이라며 “개별급여 도입으로 명백하게 어떤 계층이 좋아지는지 드러나지 않는데 자꾸 좋아진다고 우긴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수급권자 권리학교 네 번째 수업은 참가자들의 열띤 참여 속에 약 두 시간가량 진행됐다.
 
한편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맞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주노총, 빈곤사회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 등 40여 개 단체로 구성된 2013 민중생활보장위원회는 7일 이른 9시 30분 이룸센터에서 출범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8월 23일 2013민생보위 만민공동회와 수급권자 대동한마당을 열고 수급권자 가계부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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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들이 적은 문제점. 식대, 교통비, 냉난방비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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