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3.07.11 12:28

당신의 식탁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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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9 23:46 입력
비마이너가 가난한 사람들의 ‘차별받은 식탁’을 찾아갑니다. 수급자 가구의 식탁을 찾아 최저생계를 보장하지 못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또한 중증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맛집을 찾아 함께 밥을 먹으며 모두에게 공평한 식탁은 무엇인지 묻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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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쪽방.


쪽방에 사는 40대 남성 김아무개 씨는 이른 11시경 일어나 라면을 끓인다. 쪽방촌 사람들과 함께 쓰는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리고 기다리기를 5분. 다시 방으로 들어와 라면을 먹는다.

관절염을 앓는 김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가끔 고철이나 폐지를 주워다 팔아 챙긴 돈으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신다. 날이 더울 때는 쪽방촌 앞에 앉아 바람을 쐬기도 한다.

관절이 아파 병원에도 가끔 간다. 비급여 항목이 있어 한 달에 내는 약값이 약 1만 원. 비싼 건 아니지만 반찬 살 돈과 맞바꾼 기분이다. 저녁에는 밥을 먹는다. 라면 먹었던 냄비를 씻어 김치와 참치통조림을 넣어 찌개를 끓인다. 밥은 짓기가 어려워 햇반을 데워 먹는다.

월세를 20만 원 정도 내고 나면 늘 생활비에 쪼들려서 먹는 건 대충 때우는데도 식비가 10만 원이나 든다. 새로 개통한 휴대전화는 수급자 할인혜택이 있는 3만 원대 요금제로 했다. 처음 스마트폰을 샀을 때는 잘 모르고 사용한 데이터통화료 비용이 10만 원이나 청구됐었다. 친구에게 빌려 간신히 냈지만 다시 갚아야 한다.

그나마 3만 원도 아까워 해지할까 생각도 했지만, 집 전화도 없는 김 씨에게 휴대전화는 주변과의 유일한 연락 수단이다. 가끔 주민센터 직원이 명절 선물이 들어왔다고 가져가라고 연락한다. 친구들에게서도 가끔 밥 먹자고 전화가 온다.

쪽방의 월세 20만 원은 수급비로 들어오는 42만 원의 절반가량이나 된다. 관절염으로 병원을 오가고 친구들이 밥 한 번 먹자고 할 때 드는 차비가 대략 월 3만 원 정도이다. 식비 10만 원, 병원비 1만 원, 휴대전화비 3만 원, 친구에게 갚을 돈 7만 원. 합이 44만 원. 변변한 외식 한 번 안 했는데 또 수급비가 모자란다.

이번 달에는 꼭 돈을 갚아달라는 친구의 문자. 친구도 단돈 만 원이 아쉬운 일용직 노동자다. 김 씨는 일요일마다 무료배식을 해주던 교회 집사님께 부족한 2만 원을 빌리러 신발 끈을 묶는다. (이 글은 2010 민중생활보장위원회가 조사한 수급자 가계부를 보고 쓴 가상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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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계측한 2010년 최저생계비를 타법지원액 제외 후 구성한 비목별 현금급여의 구성. ⓒ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김선미 책임간사

먹고, 자고, 입고 즐겨야 하는 돈 한 달 57만2168원.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 최저생계비.

한 달 57만2168원. 먹고, 자고, 입어야 하며 심지어 보고, 듣고, 즐기기까지 해야 하는 비용. 2013년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이다.

최저생계비를 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안전행정부 장·차관과 관련 전문가, 공익위원 등 총 1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매년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인 최저생계비를 결정한다. 최저생계비는 3년마다 한 번 계측되며, 계측연도인 올해는 9월 1일 고시된다.  
 
2010년 중생보위가 결정한 최저생계비로는 외식은 석 달에 한 번만 해야 하고, 최소한의 열량만 섭취해야 한다. 석 달에 한 번의 외식에 주어지는 금액은 4인 기준 2만4,000원. 1인으로 환산하면 8,880원이다.

최저생계비 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으로 최저생계를 보장한다. 열량까지 계산해가며, 얼마나 밥을 먹어야 하는지, 일 년에 팬티 몇 장이 필요한지, 색종이는 몇 장을 써야 하는지 정해준다. 기초법에는 과식도, 여벌의 옷도 없다.

기초생활수급자는 TV 수신료, 학교 급식비, 쓰레기봉투비 등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품목을 제외한 46만8453원을 통장으로 받는다. 이 돈으로 밥도 먹고, 옷도 입고, 집세도 내고, 버스도 타고, 휴대전화 요금도 내고, 심지어는 아이들 학원비도, 외식도, 영화도 봐야 한다.

기초법상에 근로무능력자로 인정된 장애인들도 예외는 없다. 장애로 말미암은 추가비용을 조금 더 받기는 하지만, 그건 장애 때문에 드는 추가비용에 사용해야 한다. 수급자들의 식탁은 늘 빈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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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동숭동의 한 식당. 단 한 칸의 계단이지만 휠체어가 들어가기는 어렵다.
 
모두에게 공평한 식탁이란?
 
그렇다면 수급자인 장애인은 그나마 권리로 보장받은 석 달에 한 번의 외식을 할 수 있을까.

비교적 시내 중심가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거리를 둘러보았다. 대부분 오래된 건물이어서인지 계단 한두 개는 만들어놓았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가면 가끔 경사로를 놓아주는 곳도 있고, 뒷문으로 돌아가면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 서너 개 있다. 새로 생긴 와인 집을 찾았으나 역시 계단이다.

없다. 딱히 주인이 장애인은 들어오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들어갈 식당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문턱에서 돌아설 수밖에 없다. 비단 휠체어 이용 장애인만의 일은 아니다. 청각, 시각 등 다른 유형의 장애인도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따가운 시선으로 외식을 꺼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누구나 공평한 밥상은 어디 있을까. 최저생계비는 정말로 최저의 생계를 보장할까. 생계는 보장할 수 있더라도 생활은 보장할 수 없지 않을까. 최저생계비 46만8453원. 이 액수는 무엇을 보장하고 있을까.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김동욱 기획홍보 본부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정해진 월 108만8890원 수준의 2014년 최저임금을 두고 “최저임금 기준은 혼자 사는 단신근로자가 한 달 동안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생계비 수준을 상정해서 만든 제도”라고 표현했다.

한 달 108만 원이 혼자 사는 사람에게 적당한 생계비라면 최저생계비는 그것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아마 김 본부장의 눈에 최저생계비는 ‘헉’ 소리가 나올만한 금액일 것이다.

물가만 자꾸 올라간다는 가난한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커질수록 궁금증은 커졌다. 46만8453원으로 한 달을 사는 사람의 식탁에는 과연 어떤 음식이 올라갈지, 하루에 몇 끼를 먹고 반찬은 무엇을 먹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김 본부장의 표현대로라면 엄청나게 부족해야 할 그 최저생계비로 과연 그들은 안녕한지.

그래서 시작한다. 수급자의 차별받은 식탁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중증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찾아가본다. 모두에게 공평한 식탁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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