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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들의 이어말하기 세 번째 시간이 9일 대한문 앞에서 진행됐다. 이날은 청소년인권활동가 난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반성매매인권운동가 숨, 인권운동가 미류가 함께 했다.

 

비가 갓 그친 습한 날씨 속에서 차별받는 ‘을’들이 대한문 앞에 다시 모였다.

 

지난 9일 저녁, ‘을’들의 이어말하기 세 번째 시간에는 청소년인권활동가 난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반성매매인권운동가 숨, 인권운동가 미류가 함께했다.

 

난다 활동가는 대구에서 초등학교 졸업 후, 경기도 분당에 있는 중학교로 전학 왔다. 2007년 고등학생이 되었고 2008년 학교를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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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활동가 난다
학교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며 자퇴를 고민하던 그에게 담임은 말했다. “학교 그만두면 나중에 배추장사 한다.” 난다 활동가는 그 말을 듣고 결심을 더욱 굳히게 됐다. ‘이런 담임 밑에선 배울 게 없겠구나.’

 

자퇴를 선택하던 당시 “난 내 발로 나왔다”라며 자신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으나 지금 다시 그때를 곱씹어 보면 ‘자발적 선택’이면서 동시에 ‘선택하지 않음’이었다.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 진짜 삶을 찾겠다며 학교를 나왔지만, 학교로부터 쫓겨난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학교를 나온 것이 그의 온전한 자발적 선택이었는가, 내쫓김이었는가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자퇴’라는 선택은 삶에서 분명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것은 한결같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학교와 교육 현실에 대한 소심한 반항이면서 동시에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준 시작점이었다.

 

“처음엔 나 자신만의 경험으로 생각했는데 청소년인권 활동을 하면서 나와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하는 친구들을 만났어요. 다들 비슷한 주제로 고민하지만 각기 다른 경험과 고민을 하고 있어요. 한목소리로 외치는 것보다 우리의 요구와 활동들이 각각 다른 경험들과 만나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울려 퍼질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각자의 이야기를 잘 꺼내면서 지금처럼 어떻게 이어 말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어요.”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는 서울역이라는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서울역은 사람들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찾아오는 장소이자 거처할 곳이 없는 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공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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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 이동현
"사람들은 서울역에 홈리스가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그런데 서울역에 홈리스가 많은 게 문제일까요? 오히려 서울역을 우리 사회 빈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 갖가지 문제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만나는 공간, 이들 질문에 대한 답을 같이 고민하는 공간으로 사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활동가는 서울역을 이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를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라보자고 이야기한다. 여성, 노인, 아동·청소년 등 어떠한 이유를 갖고 쫓겨난 사람들이 서울역에 모인다. 이들의 문제를 응축해서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서울역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서울역은 어떠한가. 이 활동가는 “(과거와 비교하면) 상품은 자유로워졌으나 사람은 불편해졌다”라고 정의한다.

 

2004년 신역사가 문을 열고 2011년 8월부터는 ‘야간 노숙행위금지조치’가 시행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 ‘노숙인 강제퇴거조치’였다.

 

“2012년 5월 전국신상품전시장, 그해 6월 공예품전시장이 생기고 올해 5월 13일에는 중소기업명품관이 설치됐습니다. 서울역 한해 매장 임대, 광고수입이 39억 원 정도 돼요. 이런 돈벌이를 위한 사전청소작업으로 노숙인 강제퇴거조치가 이뤄진 겁니다.”

 

서울역에 머무를 수 없는 홈리스들은 광장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이젠 광장에서도 내몰리고 있다. 청소하는 이들은 홈리스들이 오래 머무르지 못하게 바닥에 물을 자꾸 뿌려댄다. 그렇게 홈리스들은 인근 지역으로 조금씩 흩어졌다.

 

그러자 이젠 주변 상인들이 홈리스들을 내몰기 위한 행동에 들어섰다. 지난 5월 창립된 ‘서울역 환경개선연합회’가 그것이다. 이는 서울역 인근(13~14번 출구 인근) 상인과 건물주들의 연합모임으로 서울역 강제퇴거로 몰린 홈리스들이 서울역 외부로 이동하자 인근 상인들이 영업 손실을 이유로 홈리스들을 서울역으로 다시 내쫓고 있다.

 

이 활동가는 “삶의 위기에 처한 이들이 공공장소에 나와 현실을 알리고 연대를 호소하는 것은 공공장소 자체가 가진 본래 기능이고 성격”이라면서 “그러나 정부와 자본은 이를 위법 행위라며 무단 점유한다고 비난하고 탄압한다”라고 비판했다.

 

이 활동가는 “공공장소답다는 것은 생의 절박함을 의탁하고 호소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라면서 “그 의미를 되살리는 것에 굉장한 의미가 있다”라고 서울역이 본래 가진 공공장소로서의 의미 회복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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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에서 활동하는 숨 활동가는 성판매 여성들이 겪고 있는 차별의 문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숨 활동가는 “성판매 여성들이 경험하는 피해를 아무리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그것을 차별로 인식하지 않는다”라면서 “모든 문제를 성판매 여성의 ‘선택’의 문제로 돌려 버린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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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매매인권운동가 숨
“한번 선택하면 그 안에서의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 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 봐요. 하지만 누구나 선택한 것 안에서도 끊임없이 선택해야만 해요. 이는 결혼했으면, 공장에 들어갔으면, 아무것에도 저항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죠.”

 

숨 활동가는 “성판매 여성들이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위 자체가 구매자들에게 '진상'으로 찍힌다”라며 “구매자들은 여성들이 선택하여 그곳에 있는 이상, 어떠한 선택권도 없다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곳을 택했다는 이유로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감수하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실제 성판매 여성의 경우, 그 안에서 성폭력을 당해 경찰에 고소해도 경찰은 이를 성폭력이라 판단하지 않는다. 숨 활동가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무렇지 않다면 우리가 직접적인 차별의 주체가 되진 않겠으나 차별에 공모하는 것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합법화나 근절주의와 같은 직접적인 법적 문제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차별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아요. 여성이 왜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는지, 여성은 왜 스스로 그 일을 택하고 있는지, 성판매를 한다고 하여 어떠한 차별이든 겪어도 되는지 등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숨 활동가는 “성산업 자체가 합법화되거나 완벽히 죽지는 못할 것이다. 비범죄화와 함께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길 바란다”라면서 “남성과 여성은 같은 조건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남녀를 똑같이 처벌하는 것은 성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있는 이들에 대한 간접차별”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인권운동가 미류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미류 활동가는 서울에 처음 와서 머물렀던 하숙집에 대한 기억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당시 미류 활동가가 지내던 하숙집에서는 아침밥과 온수가 7시 반부터 8시 반까지만 제공되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머리를 감을까, 밥을 먹을까 고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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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가 미류

어느 봄날, 미류 활동가는 집에 가는 길에 딸기 한 봉지를 샀다. 그런데 집에 가니 단수 중이었고, 다음날에도 단수는 이어져 그날 저녁이 되어서야 물이 나왔다. 딸기를 씻으려고 봉지를 여니 그새 곰팡이가 하얗게 피어 결국 하나도 먹지 못하고 버려야 했다.

 

서러운 마음에 다음 날 아침, 주인아주머니께 “단수가 될 예정이면 미리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했더니 아주머니는 “이래서 내가 여자는 안 받는데, 내가 있었으면 안 받았을 텐데”라고 답했다. 미류 활동가가 집 계약할 때 주인아주머니가 없어 그 딸과 계약했던 것.

 

“그렇게 불편하면 다른 집 알아봐.” 주인아주머니 말에 그는 “저 오늘 이사 갈게요”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그날로 집을 나왔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미류 활동가는 주거권과 관련한 활동을 하면서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흔들린다는 것이야말로 모욕이란 것을 깨달았다. 미류 활동가는 “나의 삶이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차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 집에서 계속 살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여자라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누군가로부터 지시받아야 할 이유는 없죠. 누군가로부터 지시받는다는 것은 내가 온전한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증거예요. ‘주거권’은 집에 대한 권리, 그 자리에 있을 권리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집 자체, 자리 자체는 아니에요. 그 자리에서 온전한 사람으로 있고자 하는, 있을 수 있도록 요구하는 권리이고, 그렇게 함께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해요.”

 

미류 활동가는 이것을 차별금지법과 연관해 설명했다. 

 

“차별금지법이 성소수자, 청소년,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닌 것도 그래요.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과 없어야 할 사람을 정하는 권한이 민간자본에 의해 휘둘러지는데 그런 것이 용인되는 순간 그 자리에서 누구나 쫓겨날 수 있어요.

 

이 대한문이라는 자리도 그렇게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농성장, 분향소이기도 하지만 이 자리를 통해 우리 이야기가 이렇게 오가고, 이런 이야기로 평등을 예감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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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회를 맡은 나영 활동가는 이들 이야기 속에서 ‘선택’이라는 부분에 집중했다.

 

“난다 님이 학교 나온 것을 선택했지만 그게 정말 선택한 건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고 했는데 그런 경우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나는 이 집을 나가겠어’ 결심했지만 그게 미류님 개인의 온전한 선택이긴 힘들었던 것, 숨 님 이야기에서 성판매 여성이 ‘선택’했다는 이유로 겪고 있는 모든 것들이 개인의 책임처럼 당연시되고 있는 것, 이동현 님 이야기에서 홈리스들이 개인의 선택만이 아닌 조건으로 계속 그곳에 있게 되는 건데 사회는 그 사람에 대해 쉽게 낙인찍죠.”

 

이러한 선택의 문제에 대해 미류 활동가는 “홈리스 인권을 이야기할 때, 밀리고 밀려서 서울역으로 올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서울역에 온 것을 선택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라며 “그런데 이 선택이란 말은 너무 기만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동현 활동가 또한 “노숙하는 이들은 길에서 자는 것을 선택한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길 아니면 시설밖에 없다”라며 “서울역이냐, 을지로냐, 영등포냐에 대한 선택은 있겠지만 그 외에 시설이 아닌 다른 선택은 없다”라고 전했다.

 

나영 활동가는 “어떤 공간에 있든 ‘선택’했다는 이유로, 어떤 존재라는 이유로 배제되지 않고 폭력이 당연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너무 필요하다”라며 두 시간가량 이어진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다음 ‘을’들의 이어말하기는 ‘냄새의 출처’라는 주제로 8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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