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4일 한 장애인단체 행사에 참석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이 제천영육아원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는
모습을 보도한 KBS 뉴스 화면 ⓒ
KBS |
제천영육아원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지역구 국회의원이 인권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 내용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회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향상을 위한 연대회의는 16일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이들 단체는 인권위 독립성 훼손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담당조사관에게 해명을 지시한 인권위 현병철 위원장에게 자진사퇴 등을 촉구하고, 인권위에 압력을 행사한 송광호 의원(새누리당)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제천영유아원 아동학대 사건은 지난 5월 2일 인권위가 2012년 9월부터 8개월간 피해자들과 직원들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인권위의 조사 결과를 보면, 제천영유아원에서는 아동들을 각목이나 손바닥으로 때리거나 청양고추나 마늘을 먹게 하는 등의 가혹행위를 했을 뿐만 아니라 화상을 당한 학생의 치료를 지연하기도 했으며, 엄한 규율로 아이들을 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제천영유아원 운영법인은 지난 6월 이사회를 열어 시설의 자진 폐쇄를 결정했다. 제천시도 지난 3일 운영법인에 시설장 교체를 주 내용으로 하는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했다.
그러나 행정처분 다음 날인 4일 송광호 의원은 한 장애인단체 행사에 참석해 인권위의 결정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으며, 직접 현병철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내용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현 위원장은 사건 담당조사관에게 송광호 의원실에 가서 해명할 것을 지시했으나, 해당 사건 담당조사관이 이는 문제가 있다며 거부하자 조사과장을 다음날 바로 송광호 의원실로 보내 해명하도록 했다.
이 같은 사실은 12일 제천영육아원 아동학대 사건을 한 방송기자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방송기자는 이러한 압력에 대한 해명을 인권위에 요구했고 인권위는 12일 이에 대한 해명서를 내놓았다.
인권단체들은 이 해명서가 질의에 대한 답변은 빠져 있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해명서라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등은 17일 성명에서 “인권위가 경찰 등 행정부의 인권침해만이 아니라 시설에서의 인권침해에도 어떻게 권력의 눈치를 보며 허수아비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기에 심각하다”라면서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전화를 걸어 시설의 인권침해를 두둔한다면, 도대체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인권은 어디에 호소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단체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권위의 역할을 가로막는 무자격자 현병철 위원장의 자진사퇴가 시급하다”라면서 “또한 낮은 인권의식으로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린 새누리당 송광호 국회의원은 제천영육아원의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며, 인권위에 부당한 압력행사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등은 송광호 의원에게 질의서를 보내 인권위의 독립성 및 조사기능을 훼손한 행위에 대한 해명과 피해자들에게 대한 사과 등을 요구했다.
또한 현병철 위원장에게는 송 의원의 전화를 받았을 때 인권위의 독립성에 대해 발언을 했는지와 조사관이 거부했음에도 조사과장을 의원실에 보내 해명을 강행한 이유, 자진 사퇴할 의향 등을 물었다.
한편, 제천영육아원 폐쇄와 관련해 연합뉴스 등을 보면 지난 15일 사회복지대표협의체에서 참석한 최명현 제천시장은 제천영유아원 측에 시설 폐쇄가 아닌 시설장 교체 수준에서 아동학대 사건을 정리하자는 의견을 전달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최명현 제천시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제천시 승진 공무원 임용장 수여식에서는 “인권위원회 난 정말 기분 나쁘다. 왜 편견을 두드냐는 거예요. 선생님한테 대드는 데 가만히 있을 선생님이 누가 있어”, “(시설 폐쇄로) 100여 명 인구나 더 줄어 버리면 사람 한 명에 교부세 15만 원씩 내려오는데 (못 받잖아요)”라는 발언으로 제천영육아원 측을 두둔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