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법원, 독립 선언한 장애여성 손 들어줘
- 다운증후군 있는 해치, 부모 상대 자기결정권 소송에서 승소
미 법원, "누가 후견인이 돼야 하는지는 본인 판단 중요" - 2013.08.05 15:42 입력
![]() ▲ 부모를 상대로 자기결정권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마거릿 진 제니 해치(오른쪽)가 부모들과 함께 찍은 사진
(마거릿 진 제니 해치 페이스북 갈무리) |
장애가 있더라도 부모가 아니라 본인의 선택을 우선해 존중해야 한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 3일 미국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시의 데이비드 퓨 순회판사는 다운증후군이 있는 마거릿 진 제니 해치(Margaret Jean Hatch, 29세, 여)가 법적 후견인인 부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해치가 스스로 독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료를 위해서는 법적 후견인이 필요하다는 점이 인정된다”라면서도 “그러나 누가 후견인이 돼야 하는지는 본인의 판단이 중요하다”라고 판결했다고 지난 3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지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해치는 지난해 자신이 일하는 중고물품 판매점의 주인 부부와 함께 살기 위해 이사를 희망했으나, 부모가 반대하자 장애인의 홀로서기를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해치 씨의 부모는 딸에게 장애가 있는 만큼 법적 후견인인 부모의 판단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안전을 위해서는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서 생활해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해치의 부모는 장애인 자녀가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지,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누구를 만날 수 있는지 등을 자신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법적 후견인의 판단이 중요하기는 하나, 장애인 본인의 자기결정권을 더욱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 뒤 해치의 변호인인 마티니스 변호사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너는 그것을 할 수 없다’, ‘너 자신이 그것을 결정할 수는 없다’라고 말해왔다”라면서 “이번 판결은 그것을 바꾸는 산사태를 일으키는 바위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한편, 해치의 아이큐는 52 수준이지만 6살 때부터 글을 읽었고 수년간 공화당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정도로 주관이 뚜렷하다.
현재 해치는 친구인 켈리 모리스, 짐 탤버트 커플과 함께 살기를 원한다. 해치는 5년 전 버지니아 주 뉴포트뉴스의 빈티지 쇼핑가에서 약혼자 사이인 이 커플을 만났으며, 중고물품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켈리 커플은 해치를 점원으로 고용했다. 이내 해치와 켈리 커플은 서로 친구가 되었으며, 특히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켈리의 15살 난 딸 조던이 해치와 잘 지냈다.
하지만 후견인인 해치의 부모들은 켈리 커플이 해치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준다며, 딸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그룹홈에서
관리와 보호를 받으며 살기를 원했다. 해치 부모들은 현재 이혼해 각자 가정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