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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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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남매 화재 사건 희생자 고 박지우 양의 1주기 추모제가 7일 오후 2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렸다.


“삶과 죽음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죽지 말았어야 했던 그 삶이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살다 가야 덜 안타깝고 덜 슬플 텐데, 그렇게 보낸 사회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그 아픔과 무기력함이 1년을 맞이하는 지금, 더 짓누릅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 발달장애인법, 활동보조 24시간 보장,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완화를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그 약속이 우리 삶을 바꾸지 않더라고요. 그 약속이 지우·지훈 삶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 약속 믿고 1년 후를 기약하고 2년 후를 기다리고, 다음 대선 때 또 그걸 믿으라는 이 반복되는 슬픔과 아픔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우리의 삶을 농락하는 권력에 대해 제대로 투쟁하고 싶습니다. 
 
우리 삶이 사람을 죽이는 삶입니까. 왜 우리 삶을 폐기합니까. 우리에게 약속했던 그 약속을 왜 폐기합니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자꾸만 올라오는 울음에 몇 번이나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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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혼굿 도중 바닥에 흩뜨려진 국화 송이와 고 박지우 양의 1주기 추모제에 참여한 사람들.

 

1년 전이었다. 경기도 파주에서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어린 두 남매가 있는 집안에 불이 났다. 당시 집에는 발달장애가 있는 누나(당시 13살)와 뇌병변 1급 중복장애 남동생(11살)만이 있었다. 화재는 20분 만에 진화됐다. 그러나 남매는 질식해 병원에 실려 갔다.

 

그로부터 9일이 지난 11월 7일, 누나 박지우 양이 사망했다. 이어 12월 13일 동생 박지훈 군도 끝내 숨을 거뒀다.

 

부모님이 생계를 위해 집을 비우는 시간, 뇌병변장애 동생을 돌보는 것은 누나의 몫이었다. 누나는 동생을 돌보기 위해 동생과 함께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두 아이의 죽음 앞에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오열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화재사고가 아니라 장애아동을 위한 돌봄지원 체계가 없는 이 사회가 일으킨 인재라고 분노했다. 지우와 지훈이 아닌 저들의 탐욕이 죽었어야 했다고 울부짖었다.

 

장애인부모들은 장애아동과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촉구하며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98일간 노숙농성을 이어나갔다. 박근혜 정부는 발달장애인법을 올해 안에 제정하겠다고 했으나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까지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고 박지우 양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다. 어린 두 남매의 죽음을 추모하는 1주기 추모제가 7일 오후 2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서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말한 ‘맞춤형 복지’가 대체 누구 삶에 맞춰진 맞춤형 복지인가”라고 비판하며 “권력과 돈에 맞춰진 맞춤형으로 우리 삶을 시혜와 동정으로 농락하는 권력에 대해 우리는 투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이것이 지우·지훈을 잘 보내는 길이자 살아 있을 때 못했던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면서 이날 모인 사람들에게 “지우·지훈이 누리지 못했던 그 권리,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우리 손가락 걸고 약속합시다”라며 새끼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추모제에 참가한 사람들 역시 새끼손가락을 치켜들었고 그 손은 이내 곧 꽉 쥔 주먹이 되었다. 사람들은 “투쟁”이라고 외치며 울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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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대표가 “지우·지훈이 누리지 못했던 그 권리,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우리 손가락 걸고 약속합시다”라며 새끼손가락을 치켜들자 사람들 역시 이에 동참하며 새끼손가락을 높이 들었다.

 

이어진 추모공연에서 노동가수 박준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남긴 추모글을 전했다. 어떤 이는 떠올림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진다 했고 또 다른 이는 어른인 우리가 못나서 미안하고 잘 몰라서 미안하고 힘이 모자라 미안하다 전했다. 다만 이러한 비극이 이 땅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박준 씨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 사이에 서서 지우·지훈 영정을 바라보며 추모노래를 이어나갔다. 영정 속 지우·지훈은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복지부를 응시하고 있었다.


내 사랑하는 어머니 어제 꿈에서 잠시 뵈올 때
왜 그리 서러웁게 목놓아 우셨나요
이 못난 자식 때문에 온갖 세상고생 다 하시고
밤마다 소리 죽여 제 이름 부르시는 어머니
울지 마세요 울지 마세요 울지 마세요
오, 어머니 보고 싶어요 보고 싶어요 보고 싶어요
언젠가 뵈올 그날까지 부디 몸 건강하세요

 

- 편지5 (글·가락 윤민석)

지우·지훈의 어머니는 이날 몸이 좋지 않아 추모식에 끝내 참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어린 두 남매의 죽음에 목 놓아 울었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돌봄 체계와 활동보조 24시간이 보장되지 않아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저 세상에 갔는데 이 사회는 여전히 우리 마음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라며 “복지부 장관이 없어도 복지부는 할 일을 해야 할 것 아니냐”라고 규탄했다.

 

윤 회장은 “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 누군가 죽어야만 완벽히 만들 것이라면 부모들이 하나, 둘 먼저 죽겠다.”라면서 “돈 없다고, 다음 정부에 해준다는 말로 더는 현혹하지 마라. 제대로 만들어라”라고 분노했다.

 

23살의 지적장애인 딸을 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최경혜 회장은 “이렇게 나와 있는 시간엔 암 투병 중인 80세 시어머니에게 우리 아이를 맡겨야 한다”라며 갑갑한 마음을 삼켰다.

 

최 회장은 “아직도 대한민국은 아프고 배고파도 자기표현을 하지 못하는 어린 뇌병변장애인을 발달장애가 있는 누나가 돌봐야 하는 곳”이라면서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엔 우리 아이도 ‘우리의 지우·지훈’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막막함을 토로했다.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소장은 “여기 계신 장애인 부모들은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해오셨고 장애인등의 특수교육법을 만들었다.”라며 “얼마 전 고 김주영 활동가 1주기 추모제 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를 폐지해서 모든 장애인이 자립생활하는 날을 2주기 추모제 때 선물로 주자고 이야기했다. 의기소침해지지 말고 함께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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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지우 양의 1주기 추모제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

 

마지막으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고양지부 이은정 회장이 추모시를 낭독했다. 이 회장은 추모시를 읽기도 전에 자꾸 울음이 터져 숨을 고르며 힘겹게 읽어 나갔다.

 

추모시 속에는 아이들을 까맣게 잿빛으로 만든 이 사회의 어두운 제도가, 또랑또랑했던 두 남매의 웃음소리가, 두 남매의 얼굴이 담긴 영정사진을 바라보는 부모가, 그 영정 앞에 놓인 하얀 국화 더미가 놓여 있었다.

동생을 누나 곁으로 보내던 날 너는 따스한 겨울비로 밤새 내렸어
한파로 얼어붙은 땅을 녹이고 동생이 지나는 거리거리 말갛게 흘러
눈 부신 햇살 한 아름 안겨 주었지
지훈이는 떨어지는 눈물방울 위로 새털처럼 가벼이 날아올랐어

 

이제 남은 우리들이 지우의 비가 될 거야
억압과 차별로 얼룩진 세상 환하게 씻고
하늘 끝 포근한 그곳에서 다시 만나자


- 추모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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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고양지부 이은정 회장이 추모시를 낭독하다 울음을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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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헌 씨의 진혼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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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헌 씨의 진혼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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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이 추모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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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자꾸만 올라오는 울음에 몇 번이나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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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대표가 “지우·지훈이 누리지 못했던 그 권리,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우리 손가락 걸고 약속합시다”라며 새끼손가락을 치켜들자 사람들 역시 이에 동참하며 새끼손가락을 높이 들었다. 그 손은 이내 곧 꽉 쥔 주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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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지우 양의 1주기 추모제에 참여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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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씨가 추모곡을 부르고 있다. 박준 씨의 노래에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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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지우 양의 1주기 추모제에 참여한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경호 대표가 지우 양의 영정 사진을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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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남매 화재 사건 희생자 고 박지우 양의 1주기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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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 후 헌화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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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 후 헌화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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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 후 헌화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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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 후 헌화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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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 후 헌화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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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 후 헌화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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