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0공투단, 문형표 장관 사과 요구 '1박 2일'
- 반포 주공아파트서 1박 2일 농성 여는 추모문화제 개최
경찰, 신고된 문화제 장소 이동 막아 참가자들 분노 - 2014.05.01 03:43 입력
![]() ▲420공투단은 1박 2일 노숙농성의 시작으로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촛불 추모문화제를 지난 4월 30일 반포 주공아파트 앞에서 열었다. |
“송국현 씨도 편안한 저녁을 보내며 방안에서 TV도 보고 싶었을 것이고, 친구들과 맥주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영화도 보고 싶어했을 것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여러분과 같은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죽었습니다. … 5월인데도 제법 쌀쌀한 바람을 맞이하며, 우리는 여기서 1박 2일을 보낼 겁니다. 송국현 씨가 바라던 꿈은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원하던 꿈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원했던 꿈을 이루지 못하면 또 다른 송국현이 나올지도, 우리가 송국현처럼 될지도 모릅니다. … 그를 서럽지 않게 보내주기 위해서라도 꼭 사과를 받아냅시다. 이승을 떠나지 못한 그의 꿈을 꼭 찾아줍시다.” - 장애해방열사_단 박김영희 대표 발언 중에서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촛불 추모문화제가 지난 4월 30일 늦은 8시 30분 반포 주공아파트 앞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장례위원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열렸다.
지난 22일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이 故 송국현 씨의 죽음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문 장관 집 앞에서 무기한 촛불집회를 진행한 지 이날로 9일차가 됐다. 이날은 전국에서 420공투단 참가단체 회원 등을 비롯해 전국에서 400여 명이 참가해, 송 씨를 추모하며 1박 2일 노숙농성 시작을 알렸다.
이날 추모문화제에서 민들레장애인야학 박길연 교장은 “활동보조 제도가 만들어지고 한 분 한 분 지역사회로 나오게 됐는데, 장애등급제가 사람을 (등급으로) 갈라 몇 시간만 살라고 한다”라며 “장애인들은 활동보조 시간이 끝나면 불안함 속에서 다시 활동보조가 올 시간을 기다리며, 천장만 보고 있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박 교장은 “장애 등급이 1급에서 5급으로 떨어지신 한 분이 ‘장애등급제는 소리 없는 사형선고’라고 한 적이 있다. 그 사형선고로 김주영, 파주남매, 송국현이 죽었다.”라며 “김주영 동지 보낼 때 더는 비참하게 동료를 보내지 말자고 울음과 분노로 마음먹었는데 이렇게 또 동료를 보냈다. 그래도 송국현 동지를 편하게 보내려면, 문형표 장관에게 책임 있는 사과를 받고 장애등급제 폐지할 때까지 열심히 투쟁할 수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추모사를 낭독하는 김홍기 학생. 이후 임소연 활동가가 대독했다. |
송 씨와 같은 시설에 있었고 같은 야학을 다녔던 노들야학 김홍기 학생은 친구를 기억하며 추모사를 썼다.
“잘 살아보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3급이라는 이유로 활동보조 없어서 참 힘들었지? 활동보조만 있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는데 소식 듣고 슬펐어. 우리나라 장애인 사람취급 못 받는 게 열 받고, 우리 몸뚱이가 장애 등급으로 묶여있는 게 화가 났어. 자립한 사람들이 같이 술 마시던 때 네가 홀짝홀짝 술 마시고 안주 챙겨주는 그 모습이 생각나 눈물이 난다. 너랑 체험홈에서 같이 살고 싶었는데, 밥 한번 같이 못 해먹고 돌아간 게 안타깝다. … 그래도 네가 떠나고 사람들이 함께 자기 일처럼 슬퍼하고 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직 사과하지 않았지만, 반드시 받아낼게. 그러니 살아있을 때 속상했던 것 다 잊고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었으면 해. 잘 가 국현아. 내 친구야.”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는 장애인문화공간 박정혁 활동가가 쓴 추모시를 낭독했다.
지체장애 5급, 언어장애 3급
뜨거운 화마 속에
장애등급제라는 쇠사슬은
님의 자유를, 님의 희망을
우리들의 꿈들을
송두리째 불살라 버렸습니다.
…
이제 우리, 눈물을 거두고
들불처럼 일어나 쇠사슬을 풀어요.
님을 묶은, 우리를 묶어버린
결박당한 날개의 쇠사슬을 풀어요.
- 박정혁, 故 송국현 동지 추모시 중에서
반포 주공아파트에 산다는 한 시민은 “일부 민원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 주공아파트 주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여러분의 집회·결사 자유도 마음껏 누리게 도우리라 생각한다”라며 “여러분이 오죽하면 휠체어를 끌고 왔을지 그 고민을 나누는 주민들이 있다. 지지의사를 표명하는 주민이 있다는 걸 알고 앞으로도 열심히 뜻하는 바를 이뤘으면 한다.”라고 밝혀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 ▲추모 퍼포먼스 중인 노규호 연구원. |
이날 문화제에서는 단편선 씨, 노동가수 이혜규 씨, 래퍼 한낱 씨, 노래패 유치장, 몸짓패 선언의 몸짓 공연이 이어졌다. 수유너머R 노규호 연구원은 추모 몸짓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노래를 부르기에 앞서 이혜규 씨는 “저 뒤에 서 있는 연둣빛 제복(경찰)들이 이 땅의 장애인들, 없는 이들, 가지지 못한 이들, 빈민들의 인권을 지키는 바리케이드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그렇게 된다면 반포주공 주민들의 민원도 듣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한다. 경찰과 복지부 장관 때문에 듣지 않아도 될 민원을 듣고 있는데,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웠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가는 이 길이 장애해방 이 길이
용두사미로 가다 만다면 모두 죽는다
빼앗긴 자여 짓밟힌 자여 이 땅의 장애인동지여
맹세했다면 끝까지 가자 죽어도 끝까지 가자
- 김호철 글·곡(일부 개사), 이혜규 노래, ‘끝까지 간다’ 중에서
한낱 씨는 “‘우리는 긴다’라는 노래를 만든 지 4년, 5년 됐는데 아직도 이 노래를 지금 불러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아서 속상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밥은 먹었냐고. 밥은 혼자 먹을 줄 아냐고. 밖엔 어떻게 나왔냐고. 어디에 가냐고. 화장실은 어떻게 가냐고. 혼자 할 줄 아는 게 뭐뭐 있냐고. 학교는 어디까지 다녔나고. 나라에서 돈은 얼마나 받느냐고. 어쩌다 장애인이 됐냐고. 나라에서 받는 혜택이 뭐뭐 있냐고. 비 오는 데 왜 나왔냐고. 묻지 말고 지금의 절규를 들어봐. … 우리는 긴다. 활동보조가 보장될 때까지. 부양의무제 폐지될 때까지. 장애등급제 폐지될 때까지. 우리는 긴다.’ - 한낱 노래, ‘우리는 긴다’ 중에서
참가자들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합창하며 이날 추모문화제를 마무리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그자리에서 문형표 장관의 사과를 촉구하는 1박 2일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 ▲손을 잡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부르고 있는 참가자들. |
한편 문화제에 앞서 늦은 4시 30분부터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행진해 온 참가자들은 늦은 6시 반포 주공아파트 근처 도로에서 문화제 자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1시간 30여 분 동안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문화제 장소로 신고된 아파트 정문 앞을 막아서 참가자들의 분노를 샀다.
특히 경찰들은 휠체어를 강제로 들어 나르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으며, 그 과정에서 몇몇 장애인들이 휠체어에서 떨어졌다.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문화제 참가자들이 주민들의 평온을 해친다며 법적 대응을 경고하는 현수막을 들고 정문을 막아서기도 했다.
한편 노동절인 1일 이른 10시부터 송국현 씨 죽음에 대해 복지부 문형표 장관의 사과를 촉구하며 장애인 활동가들이 단식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후 420공투단은 늦은 2시 서울역에서 열리는 노동절 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을 나서는 참가자들. |
![]() ▲행진하는 참가자들. |
![]() ▲반포 주공아파트 정문에 도착한 참가자들이 신고된 문화제 장소로 이동하려 하자 경찰이 막아섰다. |
![]() ▲휠체어에서 떨어진 참가자가 바닥에 쓰러져있다. |
![]() ▲경찰들이 참가자 휠체어를 들고 가는 모습. |
![]() ▲아파트 정문에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법적대응을 경고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일부 주민들. |
![]() ▲420공투단 참가단체 회원을 비롯해 전국에서 400여 명이 추모문화제에 참여했다. |
![]() ▲공연하는 단편선. |
![]() ▲노래패 유치장의 공연을 참가자들이 듣고 있다. |
![]() ▲공연하는 한낱. |
![]() ▲공연하는 몸짓 선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