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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네’에 가려진 가난한 노인·장애인 대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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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장애인 후보 밀착 취재① - 대전시의원 박정선 후보
“6년간 장애인 태워본 적 없는 기사에게 ‘무장애도시’ 선물할 것”
2014.05.28 22:40 입력

6·4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일부 정당이 비례대표 앞 순번에 장애인을 우선 배치하기도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지역구에 출마하는 일은 아직 힘든 일입니다. 이에 <비마이너>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역구에 출마해 현장을 누비는 장애인 후보들을 밀착 취재해 보았습니다. _ 편집자 주

 

대전광역시 서구 월평동은 원래 군시설과 논밭으로 이루어진 허허벌판이었다. 그러나 1963년 대전시에 편입된 뒤 1980년대 말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됐다. 이후 대전 엑스포가 개최되고, 인근에 정부종합청사 등이 들어서면서 대전 최대의 인구가 밀집한 아파트단지가 형성되었다. 지금은 대전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편에 속하는, 소위 ‘잘사는’ 동네다.


이런 동네(월평1·2·3동, 만년동)에 한 장애여성이 시의원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 슬로건도 '장애와 빈곤 없는 대전'이다. 뭔가 이 동네에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슬로건을 당당히 내민 이는 바로 노동당 박정선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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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대전시당 대전시의원 박정선 후보


올해로 만 53세인 그녀는 10살 때 ‘진행성 근이영양증’이라는 근육장애가 생겼다. 젊었을 때까지는 불안하지만 걸어 다니는 것도 가능했다. 그래서 직장생활도 꽤 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장애 상태가 악화되어 지금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한다.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새벽 4시에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녀를, 28일 아침 출근 선전전에서 만났다. 일단 선거 슬로건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조심스레 말을 건냈다. “이 동네가 집값이 좀 쎈 편이죠?” 그녀는 ‘그렇다’라고 대답하고는, 바로 예상치 못한 답을 이어간다.


“이 지역이 중산층 이상인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가 많기는 하지만, 월평 1단지부터 3단지까지는 독거노인, 장애인이 사는 임대아파트가 많아요. 기초생활보장에 의지해서 살아가야 하는 분들도 많구요.”


그런 임대아파트의 면적은 대략 26~29㎥(8~9평) 정도라고 한다. 방은 2개 정도 되는데, 사실상 전동휠체어 하나 들어가면 방 하나는 없는 셈 쳐야 하는 정도라는 설명이다. 즉 이 지역은 ‘좀 산다’하는 사람들과 독거노인·장애인 등 소외계층이 공존하는 곳이다. 월평동의 소외된 이들은 ‘부자동네’ 속에 가려진 존재였던 것이다.


“대전이 장애인복지 우수도시? 누가 그래?”


그녀가 출마하게 된 이유도 바로 이들 때문이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그녀는 ‘부자동네’ 이미지에 가려진 가난한 노인과 장애인을 대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래서 선거공보물에 실린 '단 한 명, 중증장애인 시의원 박정선과 함께 인권, 복지의 대전을!'이라는 구호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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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는 박정선 후보.


그런데 대전은 지난 몇 년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조사한 ‘전국 16개 시도 장애인복지 순위’에서 늘 상위권을 지켜오던 지역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박 후보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조사 결과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우선 이동권이 너무 열악해요. 장애인콜택시의 경우 일단 차량 연결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콜센터 직원과 통화 연결되는 것만 해도 2시간이 넘게 걸리는 때도 있을 정도예요.”


자연스레 지금의 대전 장애인콜택시는 '무늬만 콜택시‘라는 성토가 이어진다. 게다가 다른 지역의 경우 콜택시 예약을 당일 전화로 하면 되지만, 대전의 경우 하루 전에 해야 해서 장애인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그래서 그녀가 이동권 문제 해결을 위해 최우선에 내건 것도 ‘장애인콜택시 상시예약제’이다. 언제 어디서건 장애인이 원할 때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직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장애인콜택시 법정대수 도입률을 100%로 올려야 하고, 식당·편의점·관공서 등 생활 필수 시설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완비하도록 하는 일도 해야 한다. 또한 부양의무제 때문에 복지의 사각지대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지자체 자체적으로 ‘사회적 약자 긴급 생활기금 조성’ 사업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박정선 후보가 보기에 대전의 장애인복지가 ‘상위권’이 되기에는 아직 할 일이 너무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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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후보의 '긴급 생활, 의료자금 지원 기금 조성' 공약을 홍보하는 펼침막이 보인다.


“화상도박경마장, ‘이전’이 아니라 ‘폐지’가 대안”


그녀의 홍보 명함에 적힌 공약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월평동 화상도박경마장 폐지’였다. 그런데 그녀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던 곳 바로 옆에 걸린 새정치민주연합 구의원 후보들의 현수막에는 ‘화상도박경마장 이전’을 내걸고 있었다. 대체 화상도박경마장의 문제는 무얼까?


“지금 화상도박경마장이 있는 건물 주변에는 초등학교가 3개, 고등학교가 2개나 있어요. 그런 곳에 매일같이 도박꾼들이 몰려들어 노상 싸움을 벌이고 유흥가만 자꾸 늘어나는데, 학생들에게 유익할 리 없죠. 처음엔 그것 때문에 지역 경제가 살아날 거란 얘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실제론 그런 효과도 전혀 없었죠.”


이 때문에 지역 주민의 항의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경마장 수입 중 상당 부분이 대전시의 세수로 환수하니 시 차원에서는 ‘경마장 폐지’를 내걸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이 지역 다른 후보들은 그저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만을 내걸고 있다는 것. 그러나 박 후보 쪽의 생각은 좀 달랐다.


“지역의 환경을 위한 시설이라면,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라도 꼭 있어야 하지만, 도박을 위한 경마장은 오히려 없는 게 지역 주민을 위해 나은 거잖아요.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면 어디로 옮겨야 할까요? 우리 동네에만 없으면 된다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폐지하도록 시민의 의견을 모아야죠.”


‘무장애 도시 대전’을 향한 장애인 시의원의 꿈


그녀는 선거 포스터부터 남들과는 좀 달랐다. 다들 스튜디오에서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을 내걸었지만, 그녀만 홀로 “대통령이 책임져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입을 굳게 다문 채 사진을 찍었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인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심판하는 것이 선거에 당선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의지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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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박정선 후보의 현수막.


그녀의 독특함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이 지역에서 유일한 여성 출마자이자, 유일한 장애인이자, 노동당이라는 소수정당 출마자이다. 그래서 선거운동하러 다닐 때마다 “후보가 누구냐?”라는 말을 들어야만 했고, 본인이라고 대답해도 믿기 힘들다는 듯한 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만 했다. 출마할 거면 그냥 무소속으로 나오지 왜 노동당이라는 ‘빨갱이 정당’으로 나왔느냐는 힐난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따가운 시선과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비후보 기간부터 지금까지 꿋꿋하게 버텨왔다고 자부한다. 지금 당장은 ‘중증장애여성 시의원이 가능하겠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중에 후배 장애인들이 정치에 거침없이 나설 수 있는 때를 위해 자신이 먼저 길을 열겠다는 다짐이다. 그래서 예비후보 기간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지역 주민을 만나러 다녔고, 덕분에 지금은 동네 주민 중에 팬도 생겼다.

 

그녀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장애인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그녀만의 열정을 발산하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중앙위원과 노동당 대전시당 장애인위원장을 맡는 등 이제는 장애인운동에 맨 선두에서 지역의 활동가들을 이끄는 위치에 서 있다. 지난해부터는 장애인야학 교장이라는 명함이 하나 더 추가되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이제 ‘대전 시의원’이라는 새로운 명함을 더 추가할 꿈을 꾸고 있다. 시의원이 되면 어떤 대전을 만들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녀는 “대전을 무장애 도시로 만들고 싶다”라는 짧고 선명한 한 마디를 남겼다.


“얼마 전 저상버스를 탔는데, 버스기사가 지금까지 6년 동안 저상버스 운전하면서 장애인을 처음 태워봤다는 거에요. 부족한 저상버스 노선이 장애인이 버스 한번 타려면 2시간씩 기다리게 하고, 결국 저상버스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 거죠. 더 이상 장애인이 버스 앞에서 포기하고 돌아서지 않아도 되는, 저상버스 기사님이 장애인을 태우는 기쁨을 언제나 누리실 수 있는, 그런 대전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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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후보가 선거운동원들과 아파트 단지를 누비며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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