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나온 지 3년 만에 어처구니없이 죽었다”
- 활동지원 사각지대 피해자 고 오지석 씨 추모제 열려
추모제 후 장례식 가려는 사람들, 경찰 무리하게 막아서 - 2014.06.03 23:06 입력
![]() ▲‘장애인활동지원 사각지대 피해자 고 오지석 씨 추모제’가 3일 늦은 3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렸다. 추모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
어머니와 같이 산다는 이유로 활동보조 24시간 지원을 받지 못해 사망한 근육장애인 고 오지석 씨(32세, 지체장애 1급) 추모제가 열렸다. 3일 늦은 3시 오 씨의 추모제가 열린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1백여 명의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이 참석해 그의 죽음을 함께 슬퍼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살던 오 씨는 호흡기 없이는 스스로 5분도 채 숨 쉴 수 없는 중증 근육병 장애인이었다. 그러나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는 이유로 독거·취약가구 특례적용에서 제외되어 오 씨가 정부에서 받는 활동지원서비스는 한 달에 고작 118시간이었다. 여기에 서울시 월 추가 지원 100시간, 송파구에서 60시간을 받아 월 278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았다. 하루 9시간 이외에 나머지 15시간은 어머니가 오 씨를 보조해야만 했다.
오 씨는 결국 지난 4월 16일 활동보조인이 퇴근하고 어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인공호흡기에 이상이 생겨 긴급 후송된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47일 만인 지난 1일 새벽 2시 50분경 숨졌다.
이날 추모제에서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서울센터) 박찬오 소장은 “고인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근육병을 발견한 뒤 학교를 중단하고 계속 집에만 있었다. 27살부터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았으나 그때도 계속 집에만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환자로 보는 것이 싫어 구급차를 타는 것조차 싫어했다.”라며 “침대형 수동휠체어를 얻고 나서야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세상에 나온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하늘나라로 떠나고야 말았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서울센터 남민 동료지원팀장은 살아생전 고인의 활동을소개했다. 남 팀장은 “고인은 KTX를 이용하려 했으나 누워있는 중증장애인이란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한 적이 있었는데, 직원 면담을 통해 사과를 받아내고 KTX를 이용했다”라며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에선 중증장애인이라 위험하니 문 앞에서 보다가 남들보다 먼저 퇴장해달라는 요구를 받자 장애인차별이라며 차별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남 팀장은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친구다. 그런데 활동보조 24시간이 보장되지 않아 어처구니없이 하늘나라로 떠났다.”라며 “활동보조 24시간 제도를 꼭 실현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국가에 대안을 만들라고 하니 시설이 대안이라고 한다. 시설이 대안이 되려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도 있어야 한다. 정부는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놓고 그러한 이야기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시설에서 나오면 불타 죽고 목숨 걸고 살아야 하는데 누가 시설에서 나오려고 하겠나”라고 분노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이 세상 사람들은 ‘0’을 넘어 ‘100’을 향해 살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은 여전히 ‘0’도 되지 않는 마이너스의 삶을 산다.”라며 “최소한 ‘0’은 되어야 하지 않는가. 우리의 싸움은 정당하다.”라고 강조했다.
![]() ▲1백여 명의 참가자들은 추모제 후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가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에 막혀 이동하지 못했다. 한 장애여성이 경찰의 저지에 항의하고 있다. |
참가자들은 추모제 후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가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에 막혀 이동하지 못했다. 경찰은 미신고 집회라며 인도 위에서부터 횡단보도를 막아섰다. 이에 참가자들은 “장례식장에도 가지 못하느냐. 어떻게 추모하려는 사람을 막을 수 있느냐.”라며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으나 경찰은 끝내 거부했다.
결국 참가자들은 길 양쪽으로 흩어져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하려 했다. 그러나 경찰은 방송통신대 방향과 혜화역 2번 출구 방향의 길을 모두 막아선 채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이동을 원천 봉쇄했다. 경찰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길은 막은 채 비장애인의 길만 열어주자 장애인 활동가들이 이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에 의해 사방이 막힌 장애인들은 결국 혜화역 2번 출구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휠체어 한 대밖에 타지 못해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30분 이상 기다려야만 했다.
결국 참가자들은 폭우 속에서 한 시간 넘는 대치 끝에 늦은 6시경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모여 광화문 해치마당으로 이동했다. 이날 저녁 7시 광화문 해치마당에서는 ‘장애인활동지원 사각지대 피해자 고 오지석 동지 추모 및 고 송국현 동지 49재’가 진행됐다.
![]() ▲‘장애인활동지원 사각지대 피해자 고 오지석 씨 추모제’가 3일 늦은 3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렸다. |
![]()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남민 동료지원팀장(왼쪽)과 고 오지석 씨의 영정. |
![]() ▲추모제에 참가한 장애인 활동가들. |
![]() ▲한 참석자가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
![]() ▲고 오지석 씨의 추모제가 열린 3일 늦은 3시 마로니에공원엔 폭우 속에서도 백여 명의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이 참석해 그의 죽음을 함께 슬퍼했다. |
![]() ▲참가자들이 추모제 후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이동하려고 하자 인도 위에서부터 막아선 경찰들. |
![]() ▲경찰은 미신고 집회라며 인도 위에서부터 횡단보도를 막아섰다. |
![]() ▲참가자들은 “장례식에도 가지 못하느냐. 어떻게 추모하려는 사람을 막을 수 있느냐.”라며 길을 열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끝내 거부했다. |
![]() ▲경찰의 저지에 항의하는 사람들. |
![]() ▲경찰의 저지에 항의하는 사람들 |
![]() ▲참가자들은 길 양쪽으로 흩어져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하려 했다. 그러나 경찰은 방송통신대 방향과 혜화역 2번 출구 방향의 길을 모두 막아선 채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이동을 원천 차단했다. 경찰 방패에 막힌 방송통신대 방향. |
![]() ▲경찰 방패에 막힌 혜화역 2번 출구 방향. 결국 장애인들은 엘리베이터를 통해서만 길을 건널 수 있었으나 이마저도 30분씩 기다려야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비를 맞은 채 길게 늘어선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 |
![]() ▲이날 추모제에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 연행을 위해 경찰 저상버스가 대기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