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어린이집 학대 사건으로 돌봄 기관에 대한 구조적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도 이용자에 대한 종사자의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더해 조사과정에서 이용자 간의 성추행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1월 19일 경기도 평택시 ㅍ장애인주간보호센터 이용자 유아무개 씨(지적장애 1급, 29세)가 사회복지사 A 씨에게 팔이 꺾여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 씨는 2층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던 중 과잉행동을 이유로 공익요원에 의해 1층 사무실에 있는 사회복지사 A 씨에게 인계된 상태였다. 이번 사고로 유 씨는 전치 10주의 진단을 받았으며, 오른쪽 팔을 절개하고 철심 7개를 박는 수술을 해야 했다.
![]() ▲경기도 평택시 ㅍ장애인주간보호센터 이용자 유아무개 씨(지적장애 1급, 29세)가 사회복지사 A 씨에게 팔이 꺾여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유 씨는 전치 10주의 진단을 받았으며 오른쪽 팔을 절개하고 철심 7개를 박는 수술을 해야 했다. 사진은 수술 후 모습. ⓒ유영복 |
유 씨의 아버지 유영복 씨(58세)는 A 씨를 경찰에 고발하고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아래 인권센터) 측에 사건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인권센터가 두 차례 진행한 인권실태 조사에서 이용자 간에 성추행이 있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인권센터가 지난 4일 평택시에 제출한 조사 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이용자들의 면담에서 이용자 B 씨가 네 명의 여성 이용자의 가슴을 만졌다는 진술이 나왔다. 후에 이러한 사실을 안 센터장이 B 씨를 혼냈으나, B 씨는 이후에도 또 다른 이용자의 가슴을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 평택시가 설립한 시설에서 일어났지만...문제 해결에 손 놓은 공무원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이 일어난 ㅍ센터가 평택시가 설립한 복지재단 산하 시설임에도, 평택시 복지 담당 공무원은 문제 해결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해당 주간보호센터는 올해부터 전액 시비로 운영되고 있으며, 복지재단 이사장은 현 평택시장이다.
평택시 담당자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성추행에 대해 “지적장애가 심하신 분들은 이래도 예스(Yes), 저래도 예스(Yes)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을 믿기 어렵다”라며 “이에 대해 센터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라고 지적장애인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한 이번 문제의 심각성과 관련해 시내 민간 시설에 대한 인권실태 전수조사 필요성을 묻는 말엔 "이제까지 이렇게 인권침해가 불거진 사례는 없다. 보호자가 오버하시는 것"이라며 "옛날에나 그러한 일이 일어났지 장애인시설에서 인권침해는 없다"라고 밝혀 담당 공무원으로서의 적절성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보호와 관리를 위한 추가 인력 투입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복지부가 발간한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 지침'에 따르면 25명이 이용하는 ㅍ센터는 기능직 1인을 포함해 총 8명을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종사자는 5명뿐이다. 인력 부족 문제는 인권센터가 평택시에 제출한 결과보고서에서도 지적한 사항이지만, 담당자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충원을 거부했다.
담당자는 지난 5일 인권센터의 지적 사항에 대해 해당 주간보호센터에 개선명령을 내렸으며,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 ▲복지부가 발간한 2014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 중 주간보호시설 종사자 배치기준. 이용장애인 4명당 사회재활교사 1명을 배치해야 한다. |
# 종사자 개인 문제 아닌 구조적 문제 드러나
이번 조사를 담당한 인권센터 안은자 팀장은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는 공무원의 발언에 대해 “그러한 편견 때문에 지적장애인의 성추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면서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시설에서 성추행은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이에 대한 민감성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문제는 종사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있었던 구조적 문제들이 드러난 것”이라면서 “시설 이용 장애인들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고 발달장애인의 경우 과잉행동이 일어났을 때 그 행위만을 멈추게 하려는 방법들이 이런 문제를 낳았다. 발달장애인을 이해하려는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아버지 유영복 씨 또한 “대책에 관해 물으면 평택시는 잘하겠다고만 한다. 그러나 인력 충원도 안 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라면서 “지도·감독해야 할 기관에서 이러면 안 되지 않느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현재 유 씨는 신속한 조치를 촉구하며 평택시장에 면담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주간보호센터 운영기관인 복지재단 측은 유 씨의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가 나와야만 A 씨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라며 즉각적인 조치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평택시의 개선사항 지도점검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고, ㅍ센터 센터장 이아무개 씨는 "대답할 이유가 없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 외에도 해당 센터는 인권센터 조사 결과, 입주건물 3층에 식당이 있음에도 이용자들 점심을 식당이 아닌 센터 내에서 하게 한 것, 센터 이용자 모두 성인임에도 종사자들보다 나이 어린 이용자에겐 반말을 사용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인권센터는 △지속적인 성폭력 예방교육 및 모니터링 △존칭 사용 △이용자들 점심 장소를 식당으로 변경할 것 △정기적인 인권교육 실시 △인원을 충원할 것 등을 평택시에 보고했다. 인권센터는 오는 8월 이행사항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