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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합동조사단, 열악한 환경 현장 조사 후 시설 폐쇄조치
무급으로 장애인 착취해도 자원봉사자 방문 끊이지 않아
2010.08.26 00:00 입력 | 2010.08.26 20:50 수정

▲고양시에 있는 미신고 장애인생활시설 ○○공동체. 생활인들은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 비주거용 거처에서 살면서 무급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었다.

 

"병만 봐도 끔찍해."

 

온갖 재활용품이 수북이 쌓여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공동체. 생활인들은 작업장과 구분이 되지 않는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 비주거용 거처에서 살면서 아무런 대가도 없이 수거한 재활용품을 분리해 고물상에 넘기는 일을 하고 있었다. 가마니마다 빈 병이 가득 담긴 작업장에서 만난 한 생활인은 "일이 어떠시냐?"라는 물음에 "끔찍해"를 연발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곳은 실상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미신고 장애인생활시설이지만, 언론 등을 통해 장애인들이 일을 하며 생활하는 바람직한 공동체로 소개됐고 그동안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생활인들의 거처인 컨테이너.

▲병을 분리하는 작업장의 모습.

▲생활인들은 밤늦게 서울까지 나가 노래방 등에서 빈 병을 수거해온다고 말했다. 수집된 병들을 모아둔 모습.

 

○○공동체 원장 김아무개 씨에 따르면 이곳은 경기도 41개 중고등학교와 네트워크 계약을 맺어 '자원봉사' 또는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곳이었다. 학생뿐만 아니라 사법연수생, 의료기관 종사자, 군 간부 등도 멀리서 찾아와 자원봉사를 했다. 심지어 ○○공동체는 복지부 푸드뱅크 모범 업소로 지정돼 있었다.

 

사회복지시설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와 보건복지부,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 등으로 이뤄진 장애인 미신고생활시설인권실태 민관합동조사단(아래 민관합동조사단)은 24일 ○○공동체를 현장 조사해 생활인에 대해 긴급 분리조치하고 폐쇄조치에 들어갔다.

 

○○공동체가 제출한 명단에 따르면 공동체 인원은 총 37명이었다. 10명은 인근 정신병원 등에 장기 입원 중이었고 8명은 가족 등과 함께 살면서 공동체 생활을 해 현재 시설에 거주하는 인원은 19명이었다. 이 중에는 비장애아동 5명도 있었다. 그중 1명은 고양시에서 가정 위탁으로 의뢰해 들어왔다. 이날 민관합동조사단은 이곳에서 떠나기를 원하는 장애인 4명과 노인 3명의 거처를 다른 장애인생활시설과 주간단기보호시설로 옮겼다. 2명은 보호자에게 인계됐다.

 

이날 현장조사에서 원장은 공동체의 월 지출이 2천만 원인데 반해 월수입은 생활인들의 수급비 6백만 원, 원장 강사료 4백만 원, 재활용품 판매 수입 3~4백만 원, 기타수입 등으로 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수증은 수급비만 정리돼 있어 정확한 재정 내역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재활용품 사업 등을 위해 공동체가 소유한 차량은 16대나 됐지만 정작 생활인들은 무급으로 일하고 있었다. 생활인들은 원장에게 가끔 과자를 사 먹을 정도의 돈을 달라고 해 받는다고 말했다.

 

인근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생활인과의 면담에서는 "원장이 도망가는 생활인을 잡아 컨테이너에 가두고 밖에서 용접했다", "나도 도망가다가 잡혀서 병원으로 옮겨졌다", "공동체로 오면 기초생활수급자로 만들어준다는 제의를 받고 와 몇 달 생활하니 수급자가 됐다"라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입원 중인 생활인 중 의사소통이 가능해 면담을 진행한 사람들은 "일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라면서 다들 "○○공동체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이날 현장조사에 대해 원장은 "솔직히 나는 장애인 인권에 대해 잘 모른다"라면서 크게 반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분리조치가 시작되자 "수십 년 동안 우리가 돌보았던 사람들이 떠나는데 인사를 나눌 시간도 주지도 않는 당신들이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라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공동체는 1996년 그린벨트 구역인 이곳에 텐트를 치며 자리를 잡았고 1998년부터 재활용품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장에 나온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내가 본 시설 중에 가장 열악한 환경이었고 한국사회에서 장애인 인권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라면서 "이런 곳은 이미 폐쇄가 되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생활인들이 조그마한 보따리를 들고 나오는 동안에도 자원봉사를 하러 왔다는 학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었다.

 

▲온갖 재활용품을 모아둔 곳에서 생활인이 쓸만한 것을 찾고 있다.

▲거처하는 곳의 내부 모습.

▲열악한 환경에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아동들도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 복지부 지정 푸드뱅크 모법 업소로 지정돼 먹거리는 푸드뱅크로 해결하고 있었다.

▲분리조치를 희망한 생활인들이 간단한 짐만을 들고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
<출처 :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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