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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가정, 부모와 자녀의 서로 다른 시선

가끔 장애가 싫어서, 다른 사람들이 알까봐 ‘쉬쉬’

모두 있는 그대로 인정,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 가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7-03 16:10:28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손자가 어찌나 할아버지 말을 안 듣든지 할아버지는 손자를 팬티만 남긴 채 발가벗겨서 댓돌 아래 두 팔을 들고 서 있으라는 벌을 내렸다. 얼마 후 할아버지는 벌 선 손자가 어떻게 하고 있나 싶어서 문을 열고 나가 보니 벌 선 손자 옆에는 벌거벗은 한 남자가 서 있는 게 아닌가.

할아버지는 깜짝 놀랐지만 자세히 보니 벌거벗은 남자는 자기 아들이 아닌가. 할아버지는 어이가 없어 벌거벗은 아들에게 웬일이냐고 물었다.

“내 아들이 벌거벗고 이렇게 벌을 서고 있으니, 당신 아들인 저도 이렇게 벌거벗고 벌을 서고 있는 겁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벌거벗고 벌을 서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애처롭고 가슴 아팠지만 차마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어서 아버지에 대한 항의로 같이 벌을 서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비장애인 이야기인데 만약 그 벌을 서고 있는 아이가 장애아라면 그 아버지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말아톤’에서 엄마와 아들 초원이. ⓒ네이버 영화에이블포토로 보기 ‘말아톤’에서 엄마와 아들 초원이. ⓒ네이버 영화
우리 사회에서는 예로부터 효(孝)를 중시하여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한탄하는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보다는 자식이 죽었을 때에 슬픔이 더 크다고 해서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열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장애를 가진 자녀는 더 아프고 시린 손가락이다. 자녀의 장애를 처음 발견한 부모의 심정은 뭐라고 말 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 그렇지만 정신을 차리고 병의원을 전전하고 세상에서 좋다는 약은 다 구해 먹이면서 지옥 같은 고통을 참고 견뎌낸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의 장애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치료만 하면 예전처럼 온전해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안타깝게도 한 번 입은 장애는 고착이 되고 말지만.

그래도 부모들은 기적처럼 자녀의 장애가 온전히 치유되는 꿈을 꾸고 있다. 부모가 그렇게 꿈꾸고 있는 동안에도 세월은 가고 아이들은 자란다. 커나가는 자녀를 보면서 자녀의 장애를 인정하기까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다.

어리기만 하던 아이는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었다. 그동안 부모의 고통은 말 할 수가 없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본인의 고통은 어떠했겠는가. 이제 부모의 몫은 자녀도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고 좀 더 당당하고 자신 있게 우리 사회에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장애 자녀에 대해서는 보호와 양육, 그리고 지원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어떤 발달장애인은 성인이 되어도 지원자가 아니라 대리인이 되는 등 자신의 의지를 당당하게 표현하지 못해 평생을 부모의 보살핌 속에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어 어떤 부모는 자녀 보다 하루만 더 살기를 바란다고 한다. 그런 부모에게는 자신의 삶은 없고 헌신과 희생 그리고 고통과 하소연만 있는데 그 하소연은 과연 누가 들어 줄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은 가고 장애인도 자라서 어른이 된다. 어려서 장애를 입었거나 중도장애인이거나 장애인도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여 자녀를 낳는다. 부모가 장애인이라면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장애를 접하고 이해하게 되어 장애인 부모가 자랑스럽고 부모에 대한 사랑이 더 애틋한 경우가 많다.

‘아이 엠 샘’에서 아빠와 딸 루시. ⓒ네이버 영화에이블포토로 보기 ‘아이 엠 샘’에서 아빠와 딸 루시. ⓒ네이버 영화
예전에 목발을 사용하는 지체 3급의 한 장애인이 있었다. 그는 바깥에서는 목발을 짚고 다녔지만 집에 들어서면 현관에다 목발은 세워두고 집안에서는 깨금발로 다녔다. 그에게는 유치원에 다니는 일곱 살 딸이 있었는데 아버지와 딸은 서로가 서로를 끔찍이도 좋아했다.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면 딸은 아버지의 얼굴에 뽀뽀세례를 퍼붓고 아버지는 딸을 부둥켜안고 깨금발로 껑충껑충 뛰기도 했다.

가끔 딸의 소꿉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기도 하는데 어쩌다 아버지가 집에 있는 날이면 아이들은 현관에 세워진 목발이 신기해서 만져 보기도 한다. 그럴 때면 딸은 깜짝 놀라서 친구들에게 소리쳤다. ‘안 돼! 우리 아빠 다리야, 만지지 마!’

그 장애인은 딸의 고함소리를 자랑스러워했다. 어쩌면 그 딸은 아버지도 소중하고 아버지가 소중하기에 아버지의 분신 같은 목발도 소중해서 친구들조차 못 만지게 했을지도 모른다.

세월이 흘렀다. ‘안 돼! 우리 아빠 다리야, 만지지 마!’ 친구들에게 소리치던 딸이 지금은 아버지의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필자는 어른이 된 딸을 보지는 못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누구나 자식은 금지옥엽으로 키운다. 특히 장애인은 행여나 자녀가 자신 같은 장애인이 될까봐 노심초사한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이 승승장구 했을 때 그 기쁨이나 뿌듯함은 말 할 수가 없다. ‘세상 사람들아! 나도 아이를 이렇게 잘 키웠다.’ 세상을 향해 소리라도 치고 싶었을 것이다.

필자가 만난 장애인들도 본인의 고통 뿐 아니라 부모의 입장이나 자녀의 입장을 얘기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자녀들은 장애인 부모의 심정을 십분 이해해서 부모를 고맙게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가끔은 부모의 장애가 싫어서, 부모의 장애를 다른 사람들이 알까봐 쉬쉬하며 숨기거나 아예 인연을 끊는 자녀들도 있다.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의 장애를 숨겼을 때, 부모는 장애로 인해 겪었던 어려움보다 더한, 가슴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 한탄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리고 개중에는 자녀가 장애아라서 몰래 갖다 버리는 부모도 있고,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도 있다. 자녀 입장이나 부모입장에서는 참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영화 ‘말아톤’에서는 장애아들 초원이를 마라톤 선수로 키우는 엄마의 애환이 담겨 있다.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은 아빠 샘이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샘에게서 사랑하는 딸 루시를 뺏어가려는 내용이 그려졌다.

자녀의 장애나 부모의 장애나 본인은 물론이고 장애를 바라보는 가족들까지 어렵고 힘들기는 마찬가지겠지만 고난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 장애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장애자녀나 부모의 장애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물론 인생에서 정답이 있을 수는 없지만 장애도 개성이라고 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또는 장애인가족이라고 해서 언제까지 울고만 있어야 되겠는가. 장애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제외하고는 우리 사회의 보통사람들처럼 울고 웃으며 가슴을 펴고 당당해져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지금여기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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