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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같았던 탈시설-자립의 삶, 서른 세 해 박현 고이 잠들다

등록일 [ 2016년12월23일 22시07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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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색색깔로 물들였던 머리. 그의 삶은 그가 매번 직접 미용재료 샵에 가서 사온 염색약으로 물들였던 머리 색깔만큼이나 다채로웠다. 어느 날은 싱그런 풀빛으로, 또 어떤 날은 붉은 꽃잎의 색깔로 피어났다. 그렇게 알록달록하게 삶을 채워갔던 그는 혼자서만 아름답게 피어나려 하지는 않았다. 탈시설자립생활운동가로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싸우면서도, 시설에서 나오려는 동료들을 돕는 동료상담가로도 열성적으로 활동했다.


그렇게 아름답게 피어나던 그의 삶을, 동지를 갓 지난 겨울의 초입이던 22일 오전, 갑작스레 찾아온 독감과 폐렴이 집어 삼켰다. 2011년 1월 6일 음성꽃동네에서 나와 서울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한지 6년만의 일이다. 박현, 그의 나이 이제 겨우 만 33세.


그가 영원히 잠들고 난 바로 다음 날인 23일 저녁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제에 모인 동료들은 꽃 같았던 그의 삶을 추억하며 영면을 빌었다.


“약자가 없어야 강자가 없다! 이 모든 것이 지켜졌을 때,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은 탈시설에 연대하라. 이 선언이 이루어질 때까지 함께 가자. 자유로운 삶, 시설 밖으로!”


지난해 열린 제1회 탈시설권리선언대회에서 제정된 ‘탈시설 선언문’ 제15조의 내용이다. 이 문장은 故박현 활동가가 제안해 ‘탈시설 선언문’의 마지막 조항을 채웠다. 그가 지금껏 살아 온 인생은 이 문장을 바로 여기의 삶에서 오롯이 실현하고자 애쓴 몸부림 그 자체였다.


그는 1983년 11월 9일 출생해 1995년 충북 음성의 장애인거주시설 꽃동네에 입소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2011년까지, 무려 16년을 살았다. 이미 2008년부터 탈시설 해 지역사회에서 살고자 했으나 세상은 그가 요구한 이 당연한 권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듬해 12월 16일, 그는 동료와 함께 음성군청을 상대로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 소송을 제기해 탈시설과 자립생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이 소송은 사실상 사문화된 법 조항이었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청구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결국 패소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기만의 힘으로 자립에 도전했다. 2011년 1월 6일 서울로 올라와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온전히 누리며 자기 주변의 모든 이들의 삶의 여백을 탈시설-자립생활 운동으로 채웠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서도, 시설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에도,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 위한 투쟁에도, 언제나 그가 있었다. 16년간 살았던 곳 ‘꽃동네’에선 누리지 못했던 꽃 같았던 삶을, 자신에게 주어진 남은 6년 동안 온전히 살았다. 그래서였을까? 그가 꽃동네 탈시설 동료들과 만든 모임의 이름도 ‘더플라워’였다. 


“박현, 그는 시설에서 나와 6년 동안 불꽃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시설에서 계속 살았다면 이름 없이 죽어간 또 한 명의 장애인 중 한명으로, 누구도 기억하지 않은 채로 잊혀지고 말았겠죠. 그는 지역사회에서 살면서 그 많은 삶의 여백을 알록달록하게 채웠던 사람이었습니다.” (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박현이 계속 꽃동네에 살다가 죽었다면 어땠을까요? 사람들이 지금처럼 많이 찾아와 줬을가요? 짧은 삶이었지만 시설이 아니라 바로 여기 지역사회에 살면서 아름답게 살았던 박현을 오래 기억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규식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탈시설자립생활운동가 박현은 24일 화장 후 서울시립승화원에 영원히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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