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영아 칼럼니스트】 어떤 사람과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는 일, 어떤 것이 없어지거나 사라지는 일. 우리는 이것을 ‘상실’이라 말한다.
사람은 사는 동안 숱한 만남과 헤어짐 속에 상실을 경험한다. 아끼던 색연필을 다 써서, 키우던 화분이 말라죽어서,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짐을 겪어서 등 크고 작은 이유로 상실을 겪으며 산다.
상실 중 가장 충격과 후폭풍이 큰 일은 단연 사별이다. 특히나 형제자매, 부모와 같은 가족과의 사별은 어느 것과도 비교 불가한 엄청난 상실감을 가져온다. 이때 가족과의 작별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게 해주는 절차가 장례이다. 장례라는 과정을 통해 가족들은 돌아가신 분과 용서, 화해, 감사, 사랑을 표현하며 마음을 정리하고 헤어짐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사별을 겪은 사람들은 우울, 무기력, 불안, 공포, 슬픔 등의 증상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런 후유증을 경감하고자 애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조금씩 일상을 찾아가는 회복탄력성을 보이는 것이 보편적인 인간군상의 모습이다.
사별의 충격은 발달장애인에게도 다르지 않다. 어쩌면 그 충격이 더 클수 있다. 이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평생 의지한 부모가 시한부 삶이어도, 아끼던 반려견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 직전이어도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설명이 충분히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준비할 정보도, 시간도 갖지 못한 채 갑자기 사별이란 충격에 노출된다. 감정표현에 서툰 발달장애인들은 “너무 슬퍼요” “보고싶어요” 라는 말 대신 도전적 행동이나 격렬한 감정반응을 보이곤 한다.
이때 주변인들의 반응은 발달장애인의 감정이 아닌 행위에 집중된다. 슬픔을 표현하고 상실감을 표출하는 행동으로 여기기보다, 장애로 인한 도전적 행동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감정을 보듬어주고 공감해주기 보다는 행동 개선이 필요한 문제적 존재로 치부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가족이나 사랑하던 반려동물을 상실한 발달장애인들에게는 무엇보다 감정을 살펴주고 공감해주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언어로 감정표현이 어렵다면 가벼운 스킨십, 심리안정 지원,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한 감정표현도 도움이 된다.
색구슬을 이용해 죽음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도록 한다. ©김영아
무엇보다 돌아가신 분의 장례과정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한데, 발달장애인의 충격이 걱정되어 “하늘나라로 가셨어” “다음 세상에서 만날거야”처럼 에둘러 표현하기 보다 “죽음” 이라는 직접적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사별 수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부분 장례는 전문 상조업체나 장례식장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최소한 장애인들이 장례식장의 진입이 용이하도록 편의시설을 개선하고, 상장의례 과정에서 발달장애인들도 예를 갖추고 참여할 수 있도록 장례지도사에 대한 장애이해교육 정도는 해주기를 바라본다. 고령발달장애인의 증가가 장애인복지계의 화두인 만큼 이들이 부모와의 작별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촘촘하고 견고한 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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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복지
2025.04.11 10:20
상실과 애도에는 장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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