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현옥 칼럼니스트】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아직도 진행 중이고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 팔레스타인이 위험한 대치를 이어나가고 있다. 전쟁은 불가피하게 참전군인은 물론이고 민간인의 희생이 따르고, 필연적으로 장애발현율을 높이는 불행을 야기 한다. 전쟁이 몇년째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대표적인 장애인스포츠 강국이다.
러시아전 참전 상이군 중심으로 구성된 파리 패럴림픽대회 좌식배구의 우크라이나 선수들 경기 모습. ©세계죄식배구연맹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지난 2018 평창패럴림픽에서도 크로스컨트리에서 우리나라 신의현선수와 각축전을 벌이며 멋진 경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2022년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동계패럴림픽에는 폴란드, 헝가리 등 인근 국가의 도움을 받아 차량을 타고 국경을 넘어 베이징행 비행기를 타고 대회 출전을 했다. 당시에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대탈출과 패럴림픽 참가는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는 1986년 소비에트 연방이었을 때 체르노빌 원전사고 로 방사능 피폭이 된 후 장애출현율이 높아진 나라로 패럴림픽 강국이기도 하다. 러시아와의 전쟁이 발발된지 얼마 안돼 참가한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서는 개최국인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했다. 베이징 대회는 참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어렵게 출전했는데, 전쟁조차 그들의 막강한 경기력을 꺽지 못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종합 6위(금24, 은47, 동27), 파리 패럴림픽에서는 종합 7위(금22, 은28, 동32)를 했다. 도쿄 대회는 전통적 강국인 브라질, 호주, 독일, 그리고 개최국 일본보다 앞선 순위였다. 파리 대회에서는 7위였지만 전체 메달 숫자 82개로, 6위를 한 이탈리아의 71개보다 우위에 있었다.
장애인스포츠 강국 우크라이나는 비장애인 스포츠 종목에서도 명성이 높은 나라이기는 하나, 장애인스포츠 강국의 비결이 따로 있다. 우크라이나의 장애인스포츠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발레리 수슈케비치’ 우크라이나 패럴림픽위원회(UPC) 위원장이다. 베이징 패럴림픽 당시 대한장애인체육회 정진완 회장과 상호협약을 위한 MOU 현장에서 한국대표단과 대면한 인물이기도 하다.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대회 현장에서 대한장애인체육회 정진완회장과 우크라이나 패럴림픽위원회 발레리 수슈케비치 위원장이 양 기관의 관계증진과 전 세계 평화와 상호 지원을 협력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대한장애인체육회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알려진 그는 소비에트연방에서 우크라이나가 독립하기 전에 소련 소속 장애인 선수였다. 소련 연방 시절 장애인 차별이 매우 심해서 고초가 심했는데 대학 시절 장애인수영 모임을 통해 저항운동을 시작했고 이후 개혁가의 길을 걸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공산권이 무너지고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1991년에 패럴림픽위원회를 창립해 초대위원장이 되고 현재에 이르렀다. 이후 1990년대 이후부터 정치인 신분으로 ‘인바 스포트(Inva Sport)’라고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장애인스포츠 정책의 토대를 닦는 주역으로 활동했다.
인바 스포트는 우크라이나 24개주 전역에 장애인스포츠센터와 장애 아동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 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장애인 영재와 스포츠 선수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왔다.
인바 스포트는 전세계 스포츠인들이 찾아와 벤치마킹을 하는 명문이다. 장애인스포츠 선진국인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지역이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을 근간으로 현재의 발전을 만들어냈다면 우크라이나는 장애인 지도자 개인의 역량이 이를 키워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비영리단체(NGO) 연합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이 사업은 2003년부터 국가예산을 지원 받으며 공공제도로 정착됐다.
한 사람의 개혁적인 지도자가 오늘날의 장애인스포츠 강국 우크라이나를 만든 것이다. 장애인스포츠의 경쟁력은 아무래도 패럴림픽 성적이 잣대가 된다. 우크라이나는 인바 스포트가 2003년부터 국가의 정책적인 지원을 받기 시작해 이후 첫 출전한 2004 아테네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24개를 따내며 종합 6위를 하며 빛나는 질주를 시작한다. 아테네 하계 패럴림픽부터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에 이르기까지 18년간 하계, 동계 패럴림픽에서 6위 밖으로 단한차례도 내려간 적이 없다.
우크라이나는 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1996년 애틀란타 패럴림픽부터 출전하기 시작해, 2024 파리 대회 때까지 총 695개(금 209, 은 241, 동 245)의 메달을 따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 이전에도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으로 국토 일부를 잃는 비극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이어 열린 2016 리우패럴림픽에서 종합 3위라는 기록을 세운바 있다. 전쟁 와중에도 굴하지 않는 정신으로 기량을 유지하는 우크라이나 패럴림픽팀을 보면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는 강철 같다는 생각이 든다.
리우패럴림픽에서 종합 3위를 하고 나서 수슈케비치 위원장은 “전쟁이 아니었다면 더 잘했을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고 전해진다. 우크라이나의 장애인스포츠 프로젝트 인바 스포트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많은 부침을 겪었다. 2014년 러사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 이후 유럽 최고의 장애인 운동 시설로 평가받던 이 지역 ‘예프파토리아 훈련센터’가 러시아에 넘어갔다. 당시 전국에 분산된 센터들을 동원하며 패럴림픽 선수단의 동요를 최소화 한 우크라이나는 리우 패럴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했다.
리우, 도쿄를 거쳐 베이징 패럴림픽에 이르는 6년의 시간 뒤 우크라이나는 다시 전쟁의 포화에 파묻혔고, 이들은 전쟁터가 된 조국을 빠져나와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또한번 전세계인을 감동시키며 선전을 펼쳤다. 수슈케비치 위원장은 당시 대회 참가를 위해 도착한 베이징 공항에서 그를 기다리는 언론사 기자들에게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은 기적이다. 여기오지 않는게 더 쉬운 선택이었을테지만, 우리의 패럴림픽 참가는 단순한 참가가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하나의 국가로 존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또 한명 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장애를 가져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지만 패럴림픽 영웅으로 우뚝 선 선수,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미국팀에게 첫 메달을 안겨준 바이애슬론의 ‘옥사나 마스터스(Oksana Masters)’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패럴림픽에 참가한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도 선수촌에서 마주치면 그 자체가 화제일 정도로 유명 인사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옥사나 마스터스'. 동하계 패럴림픽을 동시에 출전해 19개의 메달을 따냈다. ©옥사나 마스터스 개인 SNS 계정
옥사나는 1989년 양다리의 일부 뼈가 없는 선천성 무형성 기형으로 태어나 고아원에 버려졌다가 7살 때 미국으로 입양 되었다. 입양 이후 성장을 하며 양다리를 절단하기에 이르렀지만 스포츠를 만나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고 이야기 한다. 동·하계 패럴림픽을 다 뛰는 그녀는 사이클과 조정,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등 4종목의 선수이기도 한데,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미국이 기록한 총 20개 메달 중 3개를 따냈다. 옥사나 마스터스는 2024 파리 패럴림픽 대회 여자 사이클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19개나 딴 선수가 되었다.
방사능 피폭의 희생자로서 패럴림픽 무대에 서면 늘 그녀의 조국 우크라이나를 이야기 한다. 실제로 베이징 대회 현장에서 그녀는 우크라이나인의 아픔을 전달하며 전쟁중단 촉구에 앞장 섰다. 그녀를 지켜보는 카메라가 많았으니 그 전파력 또한 대단했다고 볼 수 있다. 전쟁과 원전사고를 겪은 나라의 비극 속에서 옥사나는 “장애인스포츠는 어렵기에 사랑한다”라는 진심을 담은 발언으로 전세계인들에게 패럴림픽 정신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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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복지
2025.06.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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