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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자 이사장 사퇴' 단식농성 들어간 지장협 김정록 회장
2010.10.05 19:30 입력 | 2010.10.05 23:51 수정
한국장애인고용공단(아래 공단) 양경자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장애인고용공단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단식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회장단 네 명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번 단식농성에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채종걸 상임대표, 한국지체장애인협회(아래 지장협) 김정록 중앙회장,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최동익 회장,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장명숙 상임대표 등 장애인단체장 4명이 참가하고 있다. 5일 천막농성장을 지키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지장협 김정록 회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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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협 김정록 회장은 "대통령 선거 도왔으니 장애인공단 이사장 자리를 넘겨준 것"이라며 "이는 MB정부의 장애인 감수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김 회장은 “양경자 이사장의 임명은 한 마디로 대통령선거 도와줬으니 3년 동안 공단 이사장으로 높은 연봉 받으며 호의호식하라는 얘기로밖에 안 보인다”라며 “정부가 장애인고용공단을 중요한 자리로 인식하지 않고 아무나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며, 이명박 정부가 장애인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라고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한편, 이날 늦은 3시에는 단식 중인 네 명의 단체장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의 면담이 있었다. 이번 면담에서 단체장들은 7월 말 안 대표가 양경자 이사장 사퇴를 약속하고 이행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또한 양 이사장 임명 당시 공단 임원추천위원회 1/3 이상이 장애인이 아니었다는 법적 하자와 17억 성과급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했다고 지장협 관계자가 전했다.
안상수 대표는 ‘6일 이른 8시에 한나라당 최고위원 중진회의가 있으며, 거기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김정록 회장과의 일문일답.
- 마포대교 가두시위, 장애인기능경기대회 보이콧 등 지난 5월 양경자 이사장 임명 이후에 투쟁을 지속해 오셨는데 이번에 단식농성까지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공단 이사장 문제가 이슈화되고 나서 우리는 우리 요구가 정당하다고 생각해 가능하면 불법집회 같은 건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정부가 철저히 우리를 무시한 처사를 보였다. 역대 정권 모두 장애인당사자가 이사장을 맡았는데 감수성도 없는 사람을 앉혀놓으면 장애인 일자리 문제는 어떻게 되겠나? 홍준표 의원은 ‘자격없는 낙하산 인사는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도 7월 말에 ‘한 달간 기간을 주면 사퇴시키겠다’고 해서 그 약속을 믿었는데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그 이후에 일언반구가 없다. 돈이나 물질 때문에 자존심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장애인이 무시당했기 때문에 장애인단체장 4명이 단식농성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 양경자 이사장 사퇴와 관련해서 오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면담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떤 얘기를 하실 건지?
= 한나라당이 ‘공정한 사회’를 주장하면서 공단 이사장 (임명) 과정에서 심사자격이 없는 사람을 높은 점수를 줘서 이사장에 앉혔다. 또한 공단의 고용촉진이사와 기획관리이사의 사표처리도 양경자 이사장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려고 잘라낸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지금 공단이 실제적으로 마비상태고 일을 전혀 못하고 있다. 오늘 면담을 통해 다시 사퇴를 요구하고 만약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더욱 가열차게 투쟁할 것이다.
- 양경자 이사장 임명이 정부의 장애인 감수성과 관련이 얼마나 있다고 보는가?
= MB정부가 장애인감수성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예라고 본다. 장애인예산 삭감하고 등급재심사해서 사람들 활동보조서비스에서 떨어뜨리고 하면서, 장애인문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양경자 씨를 공단 이사장으로 앉힌 걸 보면 모르겠나. 잘될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환경노동위 청문회 때 보니 장애인 고용률이 감소하고 있는데도 증가하고 있다고 답하는 걸 봤다. 장애인당사자가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데 이런 사람이 장애인공단 이사장이라니 뭐가 되겠나. 이는 대통령 선거 때 양경자 씨가 도움을 줬으니 3년간 공단이사장 맡아 높은 연봉 받으며 잘 먹고 잘 살라는 뜻으로밖에 안 보인다.
- 대통령선거 때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기 위해 양경자 씨를 임명했다면 왜 하필 공단 이사장 자리였다고 생각하나?
= 장애인공단을 중요한 기관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장애인고용문제에 관심이 없으니 ‘공단 이사장자리 같은 건 아무나 앉아도 돼’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는 곧 장애인을 무시한 처사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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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룸센터 앞 양경자 사퇴촉구를 위한 단식농성 천막
- 양경자 이사장의 문제점은 당사자가 아니고 전문성이 부족하며, 정치적 개입으로 이뤄진 인사라는 것인데 이 중 꼭 당사자여야 하느냐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 사실 당사자성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당사자가 해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사자가 아니어도 힘있는 사람이 됐다면 이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무엇보다도 당사자가 돼야 장애인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이 되기 때문에 당사자성이 중요하긴 하다.
- 공단의 김성규 전 이사장과 차이가 크다고 보나?
= 김성규 전 이사장의 경우 휠체어 3대가 망가지도록 열심히 뛰어다녔다. 이런 면을 볼 때 당사자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자리가 장애인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 연금도 중요하고 활동보조서비스 등 기타 제도도 다 중요하지만, 장애인 일자리 문제가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이는 단순히 장애인 일자리의 양을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복지부가 장애인 행정도우미를 대거 뽑는다는데 이처럼 단순작업이 아닌 장애인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공단이 이런 식을 나간다면 결국 예산으로 700여 명 직원이 편히 지내겠다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 단식 이틀째가 제일 힘들다는데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
= 왜 안힘들겠나. 하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임하면 힘든 것이 없다고 했다. 지금 전혀 불편한 것이 없다.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사람이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게 자존심 문제다. 장애인이 이렇게 무시당하고 사는 상황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 선진국의 기준은 그 나라 장애인의 복지다. 장애인 복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박현진 기자
luddite420@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