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주택 신청…생활 불가능한 곳 배정 ‘씁쓸’

모두가 아는 것처럼 자립생활의 이념과 현실의 일상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고 하는 비유만큼이나 어려움의 연속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할 듯하다.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 중에 대표적인 주거문제를 토로하고 싶어서다. 매달 적은 기초생활수급비를 가지고 지출 계획을 빠듯하게 세우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하는 월세를 아낄 요량으로 주민 센터에서 날라 온 매입주택 신청을 했다.
뭐든 없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신청의 기회라는 게 그만큼 된다는 보장도 희박하기에 신청만 충실히 한 후 혹시나 하는 기대만 하면서 기다렸는데, 그게 당첨이 되었다는 통보를 받게 됐다.
늘 고만 고만한 일상의 흐름에서 이것은 큰 소용돌이라고 할 만큼 기분을 업 시키기에 충분했었다. 그러나 선택만 하면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제시된 7개의 주거형태는 승강기가 없는 다세대 주택의 2, 3층이거나 아무리 주거 진입을 위한 개조를 하려고 궁리를 해도 안 되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온갖 기대에 차 서 전동휠체어로 언덕을 오르내리고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누볐건만 남는 건 실망과 행정당국에 대한 원망만 들 뿐이었다.
뇌병변 1급 장애인에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것은 서류상으로나 신청할 당시 이미 파악이 된 사항일 테고, 대체 이런 아이들 장난도 아닌 상황을 어떻게 정리를 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겪은 설명을 했지만 뭐 방법이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만을 늘어놓고는 아직 두 번의 기회는 더 줄 수 있다는 친절한(?) 얘기만 하면서 “장애상태를 고려해서 배정해 주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제도나 담당 부서의 행정력이라는 것이 터무니없게 운영되고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씁쓸하게만 여겨졌다.
*이 글을 보내오신 김병민(경기도 성남)씨는 자립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시설에서 나온 중증 뇌병변장애인입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