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지원조례는 심의회 통과, "조만간 공포할 것"
서울시(시장 오세훈)와 서울시의회와의 갈등으로 지난달 30일 시의회가 200억 원을 증액해 의결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예산 등 자립생활예산 집행의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은 11일 늦은 2시 서울시청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자립생활예산의 집행을 촉구했다.
지난 4일 서울시는 시의회가 의결한 증액 및 신규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원안 및 감축예산만을 대상으로 '실 집행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겠다고 밝히고,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예산 등을 '선심성 예산'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장차연 박경석 공동대표는 “시의회가 합법적으로 투표해서 결정한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고, 우리가 누릴 수 없는 오페라하우스 같은 것을 짓는 토목예산에 우리의 권리를 빼앗길 수 없다”라면서 “한 푼도 깎지 말고 자립생활예산을 집행하라”라고 촉구했다.
서울시의회 이상호 의원(민주당)은 “복지체계에서조차 장애인당사자의 권한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어도 12시간 이상의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기 위해, 수용시설에 갇혀 있는 장애인의 삶을 끝내고자 자립생활지원조례와 예산을 통과시켰지만, 오세훈 시장은 공공연히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한 달 넘게 의회에 출석하지 않고 네거티브 공세를 하는 오세훈 시장은 이제 그만 멈추고 시의회로 돌아와 예산을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김동희 장애인위원장은 “과거와 달리 지금 우리가 이렇게 눈발을 맞으면서 투쟁할 수 있는 것은 활동보조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 우리가 집시법을 어길까 봐 경찰이 청사 앞에 나와 있는데, 우리에게 법을 지키라고 말하기에 앞서 시의회에서 통과된 자립생활예산을 집행해 먼저 법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봉사랑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우해중 소장은 “우동민 동지가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투쟁한 것은 중증장애인에게 그만큼 활동보조서비스가 절실했고 활동보조서비스가 없으면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장차연 최용기 공동대표는 “오세훈 시장의 블로그에서 무상급식과 무상의료는 ‘나쁜 복지’, 서울형 그물망 복지는 ‘좋은 복지’라고 쓴 글을 보았다”라면서 “하지만 복지를 잘하고 못하고를 평가하는 것은 오세훈 시장이 판단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 수혜자들이 평가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울장차연 박경석, 최용기 공동대표 등 대표단이 서울시 장애인복지과를 방문해 오세훈 시장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고 장애인복지과장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박 공동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등에 대해서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자립생활예산도 ‘복지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다”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와 의회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자립생활예산만을 따로 떼놓고 이야기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으며, 시와 의회가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이야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최 공동대표가 “서울시가 자립생활지원 조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20여 개 지자체에서 자립생활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동의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며, 자립생활조례는 10일 열린 조례규칙 심의회를 통과해 조만간 공포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