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2011.04.09 12:30

장애인도 ‘동네에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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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동네에서 살자’
2011. 04. 03. 00시 56분 입력 - 최석윤

아버지와 아들은 오늘도 걷는다. 부산에서 시작한 걷기는 전국을 돌아 서울로 향하고 있다. 말이 걷는 것이지 그 고충을 이해하기는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남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행이라 말할 수 있겠고, 넉넉하니 여유가 있어 그렇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봄날 좋은 여행이라며 어려운 시절에 꽃놀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 부자(夫子)는 '놀이'가 아닌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한 짐씩 짊어지고 다리고 부르트도록 서울을 향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옮기고 있다. 걸음걸음이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의 길이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렵고 힘겨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비는 아들의 삶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금의 환경을 조금이라도 바꿔야 한다는 소박하면서도 원대한 포부를 안고 3월의 칼바람 속에 걷기 시작했다. 벌써 20여 일을 앞만 보고 걷는다.

 

▲부산에서 서울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균도와 그의 아버지 이진섭 님.

 

아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는 자폐성장애가 있으며 성인이 되는 순간부터 사회로부터 고립된 생활을 해야 한다.

 

우리의 복지현실이 그렇다. 학령기에 맞춰진 복지지원은 성인기에 접어들면서 어떤 것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특히 발달장애를 가진 장애성인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임에도 이 나라는 그것을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며, 그 모든 책임은 가족에게 전가한다. 가족들은 장애가 있는 가족 구성원을 위해 헌신적으로 희생하고 있지만, 내일에 대한 불안감은 덜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걷기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다. 성인기에도 시설을 알아보는 아픈 현실이 아닌,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마음이다. 그것이 아버지로서 해줄 수 있는 길이라 믿고 있고, 지금 자신이 아이에게 해 줄 마지막 희망이라 여기고 있는 것이다.

 

발이 부르트고, 물집이 잡히고, 발톱이 빠질 듯 고통이 밀려와도 아이의 미래에 대한 걱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 마음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법을 제정해 장애 아이와 가족 모두가 고통과 불안을 덜어내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이다.

 

‘장애인도 동네에서 살자’는 외침이 외면당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다. 장애인의 삶이 늘 그늘 속에서 사람들의 외면과 손가락질을 감내하며 지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토록 무리하고 어려운 주문은 아니지 않은가.

 

장애인들이 복지의 영역을 넓히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단지 ‘뭔가 하나 더 얻어내려는 술수’ 정도로 여기는 정부 관료들의 생각이 그들을 내몰았으며, 모든 장애인의 삶을 짓밟고 있다. 그런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장애인들이 동네에서 살아가는 것은 더욱 어렵고 힘든 일이 될 것이 뻔하다.

 

부자(夫子)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장애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인식을 바꿔 장애인들도 마음 놓고 거리를 활보하고,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지고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장애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것이다. 자식보다 하루 더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차별과 천대받지 않고 살아갈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장애라는 것이 살아가는 데 있어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불편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나가고, 권리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장애가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속에서 풀어가야 할 하나의 과제이며, 국가가 나서서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마음껏 나래를 펼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으며 그러한 권리를 찾아주자는 것이다.

 

균도 부자(夫子)가 건강한 모습으로 서울에 입성하기를 기원하며, 그들의 소망하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 하루빨리 제정되기를 기원한다. 한 사람의 한 걸음이 보잘것없어 보일지 몰라도 그 걸음이 열 사람, 백 사람의 걸음으로 번져갈 것이고 그 걸음들은 장애인이 살아가기 편한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다.

 

그런 날을 목 빼고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실천을 통해 하나, 둘 우리들의 힘으로 우리들의 손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장애 아이를 둔 부모로서 당당함을 잃지 않고 자신에 찬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아이들도 자신있는 모습으로 세상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그것이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이다. 우리 아이들 모두가 동네에서 환한 웃음으로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그날을 위해 우직스럽게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갈 것이다.

 

 최석윤의 '늘 푸른 꿈을 가꾸는 사람들'

 

복합장애를 가진 아이와 복작거리며 살아가는 정신연령이 현저히 낮은 아비로 집안의 기둥을 모시고 살아가는 다소 불충한 머슴.  장애를 가진 아이와 살아가면서 꿈을 꾼다. 소외받고, 홀대 당하는 모든 사람들이 세상의 한 가운데로 모이는 그런 꿈을 매일 꾼다. 현실에 발목 잡힌 이상(理想)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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