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1.04.09 17:38

독자 여러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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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들께
2011. 01. 19. 15시 49분 입력 - 현아

이번 글은 제 칼럼 타이틀에 걸맞게 편지 형식으로 써볼까 합니다.(손발의 오글거림을 주의하세요.)

 

비마이너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딱 일 년이 되었고, 저의 미국 생활도 그만큼 시간이 더해졌네요. 작년 한 해 비마이너를 통해 접했던 소식은 즐거운 내용보다는 안타깝고 슬픈 소식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모두에게 의미 있는 해가 되었기를 바라며 저의 2010년에 대한 단상을 일부분이나마 나누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미국의 진보적 장애인 정책들이 현실 속에 묻어나도록 글을 써주기를 요청받았고 저 또한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정책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고 소소한 일상과 감상의 단면을 나누는 것에 미숙한 저로서는 결코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소수자로서 섬세한 부분을 포착해 내겠다!’는 처음의 각오는 의식주의 일차적인 욕구와 개인적인 미래를 위한 준비에 묻히고는 했습니다.(글감 고갈의 위기감이 자꾸 드는 것도 이 때문이겠군요.)

 

이곳에서의 경험들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예전의 기억들은 저를 괴롭혔습니다.(꼭 부정적인 의미만은 아닙니다. ^^;) 일전에 글을 쓴 적이 있는,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노숙농성을 이끌었던 단체에서 열린 회의와 이후 집회에도 몇 번 참가했지만, 같은 느낌을 가질 수는 없었습니다.

 

상황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니 일면 당연하기도 하지만, 분명히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사람들과의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음은 충격이었습니다. 활동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연령대가 높으셔서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것은 변명거리일 뿐,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탓이었습니다. 때로는 거대한 정치적 목표보다는 사소한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 장애인계의 활동이 물론 유의미하지만, 평생을 통한 차별의 경험에서 나오는 절실한 외침과, 투쟁을 지지하고 함께하는 학생층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곳에서 한국 장애인운동의 에너지가 그립기도 했습니다.

 

또, 2010년에는 에이즈 관련 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HIV 감염인, 성적 소수자, 에이즈 때문에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 노숙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그들의 사회에 대한 요구와 피부로 느끼는 차별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다양한 소수자층 간의 연대가 많이 부족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몇 해 전 장애해방학교에서 한 활동가가 동성애자와 연대할 수 없다고 발언했던 것을 떠올리고, 며칠 전 캘리포니아 새 주지사의 취임식을 맞아 보건 정책에 대한 예산 삭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수화통역사를 섭외하는 일은 함께 책임을 나누고 해야 할 일임에도 암묵적으로 장애인단체에 전가되는 것에 대해 한 활동가가 분노의 발언을 한 것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2011년에는 조금 더 예민한 사람이 되어 형식적인 연대가 아닌, 나와는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차별을 공감하고 일상에서 그것들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저뿐만이 아닌 올해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글에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추운 날씨에 건강 꼭 챙기세요. 비마이너 1주년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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