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장애인상’ 수상자 면면
손준호·채경선·현귀섭·권순기·이창화 씨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1-04-20 09:06:59
정부는 ‘제31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올해의 장애인상, 국민훈·포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자를 확정했다. 올해의 장애인상(5명), 국민훈·포장(7명), 대통령 표창(6명), 국무총리 표창(5명) 수상자에 대해 소개한다. 시상식은 20일 오전 11시 백범기념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31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 석상에서 치러진다.
■올해의 장애인상
■올해의 장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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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농아인 문화재 수리기능자 손준호 씨
손준호(남, 56세, 청각·언어장애 1급)씨는 자신이 지닌 장애를 강점으로 승화시켜 우리나라 농아인으로는 유일하게 문화재 수리기능자가 됐다. 손 씨는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 대신 목공예 기술을 연마하는 것에 힘을 쏟았다.
“우리 목공예실에서는 말이 필요 없어요. 서로가 만든 이 목공예품이 서로가 소통하는 방식이죠.”
유난히 청력이 약한 집안내력에 손 씨 또한 두 살 때 청각을 상실했고, 어려서부터 목공기술을 익혔다. 사회로 나가기 위해 익혔던 목공기술은 다른 농인들까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끌어줬다.
손 씨는 공예사를 운영하며 자신과 같은 농아인들에게 목공예 기술을 가르쳐 줬고 공예사에서 함께 일하며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목공예품 분야에 값싼 중국 물품이 수입되면서 사업이 어려워졌고 운영하던 공예사를 정리하고 성심예공원 심용식 씨의 제자로 들어가 현재까지 배우며 일하고 있다.
“준호 씨는 처음 이 곳에 왔을 때부터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어요. 문양 분야는 이 곳에서 배웠고, 문화제 수리기능자로 지정등록이 됐어요. 습득력도 빠르고 집중력도 뛰어나 우리나라 최초의 기능자로 지정됐죠.”
손 씨는 끊임없는 목공예 기술 연마와 함께 농아인들을 위한 일에도 앞장섰다. 많은 농아인들이 상주하고 있는 시흥에 농아인협회가 없어 불편함을 겪는 모습을 보고, 사재로 한국농아인협회 경기도협회 시흥시지부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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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장애인상담자립생활센터 채경선 센터장
오뚜기장애인상담자립생활센터 채경선(남, 52세, 뇌병변장애 1급) 센터장은 뇌병변장애인이다. 불규칙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뇌성마비 특징 때문에 말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지만 ‘장애인에 대해 알아야 더 친해진다’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장애인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렸을 때 밖에 나가면 친구들이 괴물이라고 놀리곤 했어요. 그때마다 ‘순수한 영혼을 지닌 아이들이 왜 나쁜 마음을 가질까?’라고 생각했고 장애란 것이 아이들에게는 낯설어서 그 순수함과 호기심이 잘못된 방법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걸 알았어요.”
채 센터장은 수업 하고 있는 전라북도 초·중·고등학교는 200여곳. 장애인식개선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교육청까지 직접 휠체어를 타고 가 설득한 끝에 2010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올해는 정식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채 센터장은 2009년 장애인들의 올바른 자립을 돕기 위해 오뚜기장애인상담자립생활센터를 설립했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저를 매일같이 업고 바깥 나들이를 시켜줬어요. 그 덕분에 전 제가 장애이인인줄도 모르고 자랐어요. 이런 저의 에너지를 다른 힘든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었어요.”
“장애아이이를 둔 부모님, 아이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세요. 아이가 세상에 나와서 견딜 수 있도록 격려해주세요. 그리고 장애인 여러분 어떤 일이 있어도 좌절하지 마세요. 비장애인에게도 역경은 다가옵니다. 누구든 그 역경을 견뎌내느냐가 관건이니 장애로 인해 좌절하지 말고 오뚜기처럼 일어나세요.”
채 센터장의 지칠 줄 모르는 오뚜기 정신은 주변의 많은 장애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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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한국침례회 대민교회 현귀섭 목사
현귀섭(남, 56세, 정신장애 3급)씨는 기독교 한국침례회 대민교회 담임목사다. 어릴 적 유난히도 똑똑했던 것이 그에게는 독이 됐다.
“예체능 때문에 중학입시에 실패해 조울증을 앓게 됐죠. 그 당시만 해도 동네가 시골이라 조울증에 대해 몰랐어요. 동네 사람들이 미쳤다고만 했어요.”
그 후로 병을 고치기 위해 갖은 민간요법을 다 동원했고 약도 먹고 정신병원도 찾곤 했다. 그러다 17살 때 외숙모의 권유로 교회를 다니면서 병이 호전됐다.
“교회를 다니고 기도원을 다니면서 병이 낳더라고요. 그때 ‘아, 나의 길은 목사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 너무 괴로워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을 때 정신장애인들을 위해 살아야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제가 하나님으로부터 정신장애인들을 구원하라는 응답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들을 위한 일을 하자고 결심했죠.”
현 목사는 2005년 편안의 동산 정신장애인 직업재활센터를 설립해 정신장애인들이 일을 배우고 사회성을 길러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조울증이란 병은 약을 꾸준히 먹으면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요. 저는 19년째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조울증 환자 중 이렇게 오래 약을 먹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에요. 왜냐하면 그전에 다들 못 이기고 자살을 하거든요. 중요한건 자신의 의지에요. 정신장애인들은 통제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인내를 갖고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는 것에 매우 취약하죠. 그들에게 직업재활을 통해 인내심을 길러주는 거에요.”
현 목사는 직업재활 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자신에게 정신장애가 있다는 것을 교인들에게 공개했고, 정신장애인도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그는 정신장애인들에게 희망이 됐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정신질환은 더욱 늘어갈 거에요. 그만큼 정신장애인들에게 일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해요. 그리고 정신장애인에게 인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욱 인내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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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여성장애인연대 권순기 대표
대구여성장애인연대 권순기(여, 49세, 지체장애 2급) 대표는 보기만 해도 활력이 넘쳐난다. 회원들 사이에서는 해운의 부적으로도 여겨진다.
“전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그 기운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니, 그 사람이 두 배로 저한테 다시 주더라고요.”
“어느 날 한 회원이 급하게 전화를 했어요. 아들이 오늘 시험을 보러가니까 속으로 기운을 불어넣어 달라. 그래서 운전하는 내내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그 아이가 정말 시험에 붙었어요. 물론 100% 제 기운은 아니겠지만 회원들이 그렇게 생각해주고 그게 들어맞았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죠. 모든 일을 이런 마음으로 하는 거예요. 항상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권 대표가 여성장애인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부터다. 아이 셋을 유산하고 잘 나가던 특수교사 직업을 그만 두고, 네 번째 아이를 간신히 출산했다. 대구여성장애인연대라는 울타리 속에서 가정폭력과 성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는 여성 장애인들을 위해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여성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 것은 그녀가 여성 장애인들을 위해 더 뛸 수 있는 힘이 되어 돌아왔다.
“제가 어렸을 적 여성이기 때문에 고민해야만 했던 것들, 누리지 못했던 것들만큼은 다른 여성장애인들에게 관심과 사랑으로 돌려주고 싶어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상담도 하고 보호작업장도 만들고 교육도 하고 있어요. 저한테 이 일은 제 인생 자체애요. 제가 여성 장애인으로서 살았던 삶이 제가 하는 일 속에 그대로 담겨있어요. 앞으로는 고령장애인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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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복지재단 이창화 이사장
“‘나는 평생 사장이 아니면 회장이었다’라는 말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을 합니다. 그러나 전 젊었던 시절 저를 고용해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창업자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산복지재단 이창화(남, 53세, 시각장애 1급) 이사장은 아무도 자신을 고용해주지 않아 창업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가 좋아 다락방에서 시작했던 조그마한 녹음도서관은 4개의 스튜디오와 수백명의 낭독봉사자를 보유한 대한민국 최초의 도서관이 됐다.
“설농탕 집을 운영할 때 손님이 처음 방문하면 그분의 담배와 커피 기호 등을 메모했죠. 그래서 다시 오시면 피우는 종류로 담배 세개피를 은박지에 싸서 드렸고, 식사를 끝내면 주문하지 않아도 커피를 기호에 맞게 타 드렸어요.”
손대면 대박을 터뜨렸던 사업가이자 사회복지사인 이 이사장은 젊은 시절 사업가로 성공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40대 이후 장애인들을 위한 다산복지재단을 설립했다.
국내 최초로 정신장애인들의 사회복귀시설을 통학시설로 개원했고, 정신장애인들을 취업시켰다. 또한 언어장애인들이 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다산보이스 등 재활보조공학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새로운 사회복지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에도 힘썼다.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축구장, 장애인소비자를 위한 단체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위해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다른 장애인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 됐다.
“장애는 말 그대로 조금 불편할 뿐 생활을 할 때,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그리 큰 장애가 되지 않아요. 만일의 사태에 대해 준비하고 문제점을 진단해 개선책을 모색하는 등 철저히 준비한다면 장애인도 성공할 수 있어요. 장애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불행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장애를 딛고 일어나 보려는 장애인의 노력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요?”
국민훈·포장,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수상자
■국민훈장
모란장: 김정록(남, 61세,지체,한국지체장애인협회장)-중증장애인을 고용해 장애인일자리 제공 및 장애인 인권과 복지운동가로 장시간 활동. 장애인당사자인 장애인단체장으로 다양한 장애인단체계의 의견수렴과 화합에 노력.
목련장: 장석범(남,65세, 시각,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대구광역시지부 상임고문)-시각장애인 심부름센터 확대 운영 및 점자도서관 확장, 시각장애인 국제음악 교류회 등 개최로 시각장애인복지에 공헌.
석류장:이승호(남,61세,대한의수족연구소 대표)-장애인 보장구 제조업을 경영하며 자체 기술개발 투자 및 신제품 보급, 장애인에 대한 무료 의수족 보급 사업 등을 활발히 전개.
이상주(남,67세,미국 남가주 충청향우회 의과분과 위원장)-장애아동 무료시술사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화상 정형장애아동, 시각장애인 무료 각막 지원 사업 전개, 미국 LA 밝은사회운동 클럽 활동으로 한국 이미지 제고.
■국민포장
정천용(남, 58세, 지체, 인천광역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교통사고예방, 뺑소니 추방운동 등 교통장애인 발생 근절 운동과 교통장애인 유자녀 돕기 등 장애인복지 발전에 노력.
이청자(여,68세,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장)-장애인복지관 및 지역사회자원을 연계한 프로그램 보급과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자료 보급, 저소득층 여성장애인을 위한 역량강화 및 교육사업 노력.
변창식(남,64세,지체,남산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장)-체육, 문화, 취업알선 등 재가 장애인 사회활동 참여를 유도하고 지역 장애인복지단체간 연대 및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사회복지 실천가로 활약.
■대통령표창
강주배(남,51세,만화가)-'장애인먼저실천' 홍보대사로 2000년 5월부터 임명되어 '용하다 용해! 무대리 캐릭터'를 장애인 관련 포스터 제작 제공, 홍보 활동 등을 통해 장애인 인식개선에 큰 공헌.
원준호(남,50세,사회복지법인엘리엘동산 시설장)-장애인시설장으로 한마음일터 인쇄사업을 활성화해 중증 장애 근로인들의 임금 향상과 시설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
박의봉(남,58세,부산광역시 지방행정사무관)-중증장애인의 거주, 재활, 자립지원과 장애인연금제도 안정적 정착과 성공적 시행으로 10 기관표창 수여에 큰 공헌.
강복희(여,54세,한국장애인부모회 부회장)-장애인 자녀를 양육하면서 뇌병변장애인들의 교육환경개선과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장애인단체의 임원으로서 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리를 위해 힘씀.
함창환(남,46세,전라남도 지방사회복지주사)-전국최초'장애인차별금지 및 인권증진 조례' 제정 참여 및 무지개마을 조성 등 다양한 장애인시책 업무를 원활히 추진하여 장애인복지증진에 기여.
박명혜(여,78세,사단법인 자행회 회장)-'가혜 이방자여사'의 장애인 사랑과 복지이념을 장애인단체 자행회를 통하여 구현하고, 자혜학교와 수봉재활원등 시설 운영을 통한 장애인 복지에 기여.
■국무총리표창
임인석(남,42세,지체·언어,세계구족회화협회 족필화가)-장애인 족필 화가로 청소년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고 세계 구족회화협회 정회원, 한국 장애인미술협회 회원 활동으로 장애인인식개선에 노력.
이영득(남,63세,지체,사단법인 부산척수장애인협회장)-지역 장애인 단체의 갈등을 순조롭게 조정하여 부산 척수장애인협회를 설립하고 가정 및 사업장에서 각종 재해로 인한 장애 예방을 위하여 노력.
김봉진(남,48세,청각,국제농아인미술협회장)-청각장애인으로 호남농미회를 조직하여 지역의 농아인 미술인들의 작품교류의 장을 여는 등 장애인 문화예술 발전과 국제교류 증진에 기여.
변수종(남,68세,제주시 한림읍장애인지원협의회장)-한림읍 장애인지원협의회 창립시부터 회원 및 회장으로 활동하며 저소득장애인가정 주거환경개선사업, 론볼링대회, 장애인 나들이 등 사업 주도.
최건훈(남,49세,지체,포항시 지방행정주사보)-시군에서 장애인 업무를 담당하며 장애인생활시설 신축,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기능보강사업, 중증장애인고용사업장 건립 등 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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