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4. 18시 28분 입력 - 홍권호 기자 | ![]() ![]() |
장애의 특성을 악용한 집단 성폭행 사건에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
고등학생 16명이 지적장애가 있는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했지만, 가해자들은 한 명도 구속되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라고 불구속 사유를 제시했다. 이에 지역 장애인부모단체와 장애인단체들이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아래 부모연대 대전지부)와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대전장차연)는 13일 이른 11시 대전지방검찰청(아래 대전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들을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8월 19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경찰과 부모연대에 따르면 지난 5월 고교생인 A(17)군과 친구 3명은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여중생 B(15)양이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만나자고 꾀어 대전 둔산동 한 건물 남자화장실에서 B양을 집단성폭행했다.
이후 A군은 친구들에게 B양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고, 2개월여 동안 모두 16명이 B양을 성폭행했다.
이 같은 피해 사실은 B양이 학교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알려졌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 가해학생 16명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부모연대 대전지부와 대전장차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를 가진 여학생의 특성을 이용한 악질 범죄인데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명확히 진술하지 못하고 피해 상황에서 적극적인 반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속하지 않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단체는 “만일 이번 사건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지금까지 지적장애인에 대한 다른 사건처럼 무마된다면 앞으로 이와 같은 사건들이 계속 재발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라면서 “장애인의 특성을 성폭력으로 악용하는 이러한 범죄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욱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후 이들 단체 대표자들과 대전지검 검사들과의 면담이 이뤄졌다. 면담에 참여한 부모연대 대전지부 김선숙 사무국장은 “현재 담당검사가 병가 중이라서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면담한 검사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피해자를 보호할만한 곳을 알고 있느냐?'라고 묻거나, ‘지적장애 3급이면 정상에 가깝지 않으냐?’라고 말하며 지적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냈다"라고 설명하고 "'우리는 법과 규정에 따라 수사할 뿐'이라는 원칙만을 이야기하며 처벌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오늘은 교육청에 공개질의서를 보냈으며, 다음 주 월요일까지 답을 달라고 한 상태”라면서 “흐지부지 넘어가면 유사한 사건이 재발할 수밖에 없기에 앞으로는 교육청을 비롯한 관계당국을 압박하면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전지부 부모연대와 대전장차연은 지역의 장애인단체, 인권단체 등과 협력해 이 사건이 제대로 처리될 수 있도록 주시하겠다고 밝히고, 검찰과 법원에 제출할 진정서를 모으고 있다. 또한 지적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사회가 보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예방 캠페인을 함께 진행해나간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