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애고아에다 눈 안보이는 외톨이
그는 함양읍에 있는 함양제일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집에서 읍내까지 버스를 타면 40~50분이 걸렸는데 누나와 같이 갈 때는 버스를 탔고, 혼자서 다닐 때는 주로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2시간쯤 걸렸는데 앞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자전거는 탈 수 있었다.
그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누나와 둘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학비는 지원을 받았지만 그 방식이 학교에 먼저 납부하고 난 뒤에 영수증을 동사무소에 제출하면 본인 통장으로 돌려받는 것이라 항상 어렵기 마련이다. 외할머니가 학비도 먼저 내 주셨고 생활비도 부담해 주셨지만 그는 아르바이트로 신문도 배달하고, 야간업소에서 접시도 닦았고, 컴퓨터 수리가게에서 일도 했다.
“수급자면 학비는 정부에서 나오잖아요. 그런 것은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눈도 잘 보이지 않는 고등학생이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셨어요?”
필자의 물음에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 상황이 아니라면 잘 모를 겁니다.”
그는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신문배달을 할 때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오토바이가 갖고 싶었고, 컴퓨터는 날로 발전하는데 그가 가진 것은 구식이라서 최신 컴퓨터도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때 컴퓨터 A/S 기사가 되고 싶어 시험을 쳤는데 실기는 되지만 번번이 필기시험에서 떨어졌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무렵에는 함양읍에서 혼자 하숙을 했는데 졸업 후에는 앞날이 막막했다. 아무도 없는 천애고아에다 돈도 없고 기술도 없고 그리고 눈까지 먼 외톨이에 불과했다. 오토바이가 갖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로 중고 오토바이를 가지기는 했으나 앞이 잘 보이지 않은 탓인지 사고가 나는 바람에 허리를 다쳐 몇 달씩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게다가 누구하나 돌봐주지 않는 절망적인 환경에서 그가 쉽게 빠져 든 것은 컴퓨터 게임이었다.
그가 함양읍에 혼자 살면서 컴퓨터게임에 빠져 있을 때 부산 사는 이모가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를 이렇게 혼자 두면 안 되겠다며 당장 부산 구서동 이모집으로 데려갔다. 친척 중에 시각장애인이 한 사람 있어 안마지압을 하고 있었는데 그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주었고, 마침 그는 군대 갈 나이가 되었던 것이다.
병역면제를 위해 장애진단을 했고 시각장애 2급으로 등록을 했다. 그리고 외삼촌과 함께 창원 병무청으로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시각장애 2급임에도 병역면제는 되지 않았다. 병무청에서는 서울 큰 병원에서 병사용진단를 다시 받아오라고 했다. 참으로 기가 막혔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서울에 가니 지방은 지방에서 받으래나. 다시 창원으로 내려왔고 우여곡절 끝에 병역은 면제를 받았다.
그리고 구포에 있는 부산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재활교육을 받았다. 그동안 장애인으로 살지 않았기에 알지 못했던 시각장애인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 갈수록 점점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공부를 해 보고 싶었다.
2005년 3월 부산맹학교 고등부 1학년에 입학을 했다. 정말 공부를 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공부는 체질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공부보다는 운동이나 컴퓨터를 더 잘했고, 정기검진에서 왼쪽 눈도 잘 안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어 시각장애 1급이 되었다.
맹학교에서는 골볼을 했다. 골볼(goal ball)이란 시각장애인 3명이 한 팀이 되어 코트를 사이에 두고 방울소리가 나는 볼을 굴려 상대팀 골대 안에 먼저 넣는 경기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김진기 체육 선생이 부임해 오셨다. 골볼 시합에 참가했다가 우승도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김진기 선생은 단체경기 보다는 개인종목으로 탠덤사이클이 새로 생겼으니 한 번 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물으셨다.
-탠덤사이클(tandem cycling)을 쓸 때 많은 사람들이 탠덤과 텐덤을 혼용하고 있으며, 대한장애인사이클연맹에서도 텐덤사이클로 표기하고 있지만 국어사전이나 용어사전 등에 의거하여 필자는 탠덤사이클이라고 표기하였음.―
탠덤사이클 경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2인용 자전거에 동승하여 앞좌석에는 파일럿이라는 비장애인 선수가, 뒷좌석에는 시각장애인이 타고 치르는 경기이다. 그는 사이클에 관심도 있었고 스피드도 즐기는 편이라 기꺼이 응했다.<계속>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시각장애1급 김종규씨의 삶-②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1-04-26 16: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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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자면 학비는 정부에서 나오잖아요. 그런 것은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눈도 잘 보이지 않는 고등학생이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셨어요?”
필자의 물음에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 상황이 아니라면 잘 모를 겁니다.”
그는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신문배달을 할 때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오토바이가 갖고 싶었고, 컴퓨터는 날로 발전하는데 그가 가진 것은 구식이라서 최신 컴퓨터도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때 컴퓨터 A/S 기사가 되고 싶어 시험을 쳤는데 실기는 되지만 번번이 필기시험에서 떨어졌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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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함양읍에 혼자 살면서 컴퓨터게임에 빠져 있을 때 부산 사는 이모가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를 이렇게 혼자 두면 안 되겠다며 당장 부산 구서동 이모집으로 데려갔다. 친척 중에 시각장애인이 한 사람 있어 안마지압을 하고 있었는데 그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주었고, 마침 그는 군대 갈 나이가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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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구포에 있는 부산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재활교육을 받았다. 그동안 장애인으로 살지 않았기에 알지 못했던 시각장애인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 갈수록 점점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공부를 해 보고 싶었다.
2005년 3월 부산맹학교 고등부 1학년에 입학을 했다. 정말 공부를 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공부는 체질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공부보다는 운동이나 컴퓨터를 더 잘했고, 정기검진에서 왼쪽 눈도 잘 안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어 시각장애 1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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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 김진기 체육 선생이 부임해 오셨다. 골볼 시합에 참가했다가 우승도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김진기 선생은 단체경기 보다는 개인종목으로 탠덤사이클이 새로 생겼으니 한 번 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물으셨다.
-탠덤사이클(tandem cycling)을 쓸 때 많은 사람들이 탠덤과 텐덤을 혼용하고 있으며, 대한장애인사이클연맹에서도 텐덤사이클로 표기하고 있지만 국어사전이나 용어사전 등에 의거하여 필자는 탠덤사이클이라고 표기하였음.―
탠덤사이클 경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2인용 자전거에 동승하여 앞좌석에는 파일럿이라는 비장애인 선수가, 뒷좌석에는 시각장애인이 타고 치르는 경기이다. 그는 사이클에 관심도 있었고 스피드도 즐기는 편이라 기꺼이 응했다.<계속>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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