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1.06.27 15:09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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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시각3급+지체3급=중복장애 2급, 여승현씨의 삶-②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1-06-24 09:02:56
그래도 어찌어찌하여 중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경기도 의왕에 있는 우성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아버지가 목수 일을 하시고 어머니가 여러 가지 부업을 하신 관계로 밥은 굶지 않았지만 수업료는 잘 내지 못했다.

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대학에는 다니고 싶었고. 할 수만 있다면 대학에서 정치를 공부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공부는 잘 안 되고 성적도 지지부진한데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마저 식도암으로 앓아 누우셨다.

여승현씨와 아내 김나연씨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여승현씨와 아내 김나연씨 ⓒ이복남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도 대학에 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일자리를 찾지도 않은 채 그냥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를 먼저 보낸 후유증인지 2년 만에 어머니까지 돌아가셨다.

그는 아무도 없는 혼자가 되었다. 형과 누나들은 이미 결혼을 했고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그는 갈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가 홀로 되자 형님이 자신의 집으로 그를 데려갔다.

“형수와 조카들도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염치없이 형님 집에서 몇 년씩이나 살았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방안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가슴앓이로 세월만 갉아 먹고 있었다. 형수님 눈칫밥을 얻어먹는 것도 죄스러웠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서 더 애가 탔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디오에서 장애인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곳이 있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 장애인등록을 했는데 시각장애는 5급이고, 지체장애는 3급이었다. 담양에 있는 덕산직업전문학교(현 혜림직업전문학교)에서 2년간 컴퓨터를 배웠다. 한쪽 눈은 실명상태이고 다른 한쪽 눈도 잘 보이지 않으므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을 공부했다.

해운대자립생활센터의 식사시간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해운대자립생활센터의 식사시간 ⓒ이복남
학교를 졸업하고는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다. 회사에서 다른 시각장애인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세상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 왔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형님과 누나,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가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로 언제나 도움만 받아 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남에게서 도움을 받기보다는 자신이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작정하자 삶에 대해서도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사회복지였다.

그는 서른세 살의 늦은 나이로 한국재활복지대학에 산업체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그동안 학교 공부에는 별 흥미가 없었고 세상살이에도 심드렁했었는데 대학생이 되면서 사는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해운대자립생활센터의 소풍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해운대자립생활센터의 소풍 ⓒ이복남

“뭘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니까 공부도 재미가 있었어요.”

그래서 학교생활도 잘 했고 성적도 4.0이상이었으나 막상 졸업을 하고 나니 갈 곳이 마땅치가 않았다. 또 다시 백수가 될 판이어서 시간이 날 때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재활통신망 ‘넓은마을’에 들어갔다.

가끔은 ‘넒은마을’에서 남의 얘기도 듣고 자신의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그러다가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은 시각장애 1급으로 안마를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고민을 잘 들어 주었으며 대화를 나눌수록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았단다.

그러나 ‘넓은마을’에서 만난 김나연(1973년생)씨는 부산에 살고 있었고 여승현 씨는 집이 경기도 군포였다. 그래도 둘이 만날 인연이었는지 마침 여승현 씨가 부산 괴정에 사는 큰어머니 집에 갈 일이 생겼다. 그렇게 해서 둘은 만났는데 여승현 씨가 장래 직업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하자 김나연 씨는 공부를 좀 더 해서 공무원이 되는 것은 어떠냐고 했다.

당시에는 김나연 씨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곤경에 처해 있을 때여서 둘은 서로의 고민을 이해하면서 외로움을 달래줬고 그것이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가 되었다. <3편에 계속>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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