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시각3급+지체3급=중복장애 2급, 여승현씨의 삶-②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1-06-24 09: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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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대학에는 다니고 싶었고. 할 수만 있다면 대학에서 정치를 공부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공부는 잘 안 되고 성적도 지지부진한데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마저 식도암으로 앓아 누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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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무도 없는 혼자가 되었다. 형과 누나들은 이미 결혼을 했고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그는 갈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가 홀로 되자 형님이 자신의 집으로 그를 데려갔다.
“형수와 조카들도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염치없이 형님 집에서 몇 년씩이나 살았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방안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가슴앓이로 세월만 갉아 먹고 있었다. 형수님 눈칫밥을 얻어먹는 것도 죄스러웠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서 더 애가 탔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디오에서 장애인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곳이 있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 장애인등록을 했는데 시각장애는 5급이고, 지체장애는 3급이었다. 담양에 있는 덕산직업전문학교(현 혜림직업전문학교)에서 2년간 컴퓨터를 배웠다. 한쪽 눈은 실명상태이고 다른 한쪽 눈도 잘 보이지 않으므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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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 왔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형님과 누나,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가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로 언제나 도움만 받아 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남에게서 도움을 받기보다는 자신이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작정하자 삶에 대해서도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사회복지였다.
그는 서른세 살의 늦은 나이로 한국재활복지대학에 산업체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그동안 학교 공부에는 별 흥미가 없었고 세상살이에도 심드렁했었는데 대학생이 되면서 사는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