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1.08.19 15:54

다시 시작한 중증장애인 '웰빙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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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밭이 참 시원하네! 사각사각하며 대나무 잎 부딪치는 소리도 으스스하게 들리고.”

담양 죽녹원 대숲을 안내인의 도움을 받으며 걸어 올라가는 익산의 중증장애어르신이 큰소리로 외치신다.

“야, 맨발로 걸어가니 발바닥이 간지럽고 참 시원하다.”

순창 강천산 맨발체험 오솔길을 걸어가는 완주의 상지장애어르신이 흥얼거리며 탄성을 지른다.

나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들이 기회가 부족한 중증재가 장애인 35 명을 모시고 담양과 순창으로 웰빙체험 행사를 다녀왔다. 매년 내가 이런 자리를 마련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었다.

5년 전, 어느 장애인 행사장에서 한 시각장애 어르신이 나를 향해 불쑥 던진 한 마디 때문이었다.

“송 관장, 내 평생 소원이 뭔지 알아?”
“글쎄요.”

그러자 어르신이 깊은 한숨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제주도 한번 가보고 죽는 거여.”

나는 어르신의 애절한 사연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그 한마디가 내 마음 깊숙이 각인되었다.

나는 며칠을 고민하다가 지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행사추진의 뜻을 비췄다. 다행히도 대다수 지인들이 쾌히 동참해 주어 나는 40명의 시각장애어르신을 모시고 ‘하늘길 바다길 나들이’ 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개최할 수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의정활동이 바빠진 탓에 중증장애인들의 나들이 행사를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웰빙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다시 실시하게 된 것이다.

작년에는 고창 선운사와 장애인오솔길 그리고 서정주 생가와 문학관 견학, 그리고 구시포 해수욕장 갯벌체험을 다녀왔었다. 그 때 어느 분이 내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말했었다.

“송 관장, 내년에도 꼭 행사를 마련해 줘야해”

나는 보슬비를 맞으면서도 행복에 겨워하시는 중증장애어르신들의 즐거운 탄성소리를 결코 잊지 못했다. 그리고 그 분들을 위해 어려움이 있어도 꼭 행사를 가져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다졌었다.

“야, 순창 음식 맛이 기가 막히네. 소주 맛도 좋고.”
“집에서 눈치만 보다가 여기에 오니 참 행복해.”

나는 ‘건강히 오래 사셔야 해요’ 라고 덕담을 하며 식사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정성들여 소주 한 잔씩 따라드렸다.

나는 갑자기 5 년 전 ‘내 평생 소원이 뭔지 알아’라고 하시던 시각장애어르신이 떠올랐다. 지금은 장애 없는 저 세상에서 편히 계실 그 어르신이 환한 미소를 띠며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르신, 그 곳은 참 행복하시죠? 많이 보고 싶어요.”

나는 그 어르신의 해맑은 얼굴을 떠올리며 생각해 보았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바깥구경을 하고 싶어도 여러 가지 이유로 방안에만 갇혀 생활하는 중증장애인이 많다. 그들을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밝은 세상으로 나오게 하는 길이 참 많을 텐데...

그늘진 곳에서 어둡게 생활하고 계실 그 분들에게 어둠을 밝혀주는 빛들이 되어 줄 수 있는 길이 많을 텐데... 왜 우리사회는 그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없을까?

“어르신, 하늘나라 생활은 어떠세요?”
그러자 내 귓가에 이런 말이 들리는 듯했다.
“참 좋아. 하하하.”
비록 환청이었지만 듣기 참 좋았다.

우리 주변에 비록 환청이지만 ‘참 좋다’는 소리가 메아리칠 수 있도록 그늘을 비춰줄 나눔 천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참 행복한 지역사회공동체가 될 텐데 말이다. 나는 하늘을 향해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르신, 내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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