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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7 12:57

사람이 없는 유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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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박김영희의 거북이도 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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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는 유령철
지하철잔혹사1
2011.08.16 00:12 입력 | 2011.08.26 23:07 수정

유튜브(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마이클이라는 미국 청년이 한국의 지하철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홍보하는 장면이 저녁 지상파 티브이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면서 씁쓸했다. ‘세계적인 지하철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만세 만만세!’라고 하기에는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다.


아침에 출근하러 나서던 사촌 여동생 말이 “바늘을 큰 것 들고 다녀야겠어. 몸을 밀고 들어오는 남자들 다 찔러주고 싶어. 지하철을 타기 싫어 죽겠다니까.”이다. 언젠가 며칠 동안 아침 출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 반 거리를 다닌 적이 있었다. 승강장에 들어오는 지하철을 보면 도저히 들어갈 틈이 없다. 문이 열리자 쏟아지는 사람들을 헤치고, 겨우 승차하면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밀려 밀려 겨우 움직여서 자리를 잡는다.

 

한 역에 도착할 때마다 나가고 들어오고 어떤 남자들은 밀려서 나의 휠체어에 기대는 자세가 되기도 하고 팔걸이에 엉덩이를 올리기도 한다. 오히려 나는 최대한으로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한다. 어제저녁 술들은 얼마나 마셨는지 술 냄새, 담배 냄새, 입 냄새, 아래에 앉아 있는 나로서는 고통의 시간이다. 시인의 이름은 잊었고, 시 구절도 정확하지는 않지만, 한 구절이 생각났다. ‘지하철 안 사람들 머리 위로 김치, 술, 담배...... 섞여 범벅이다’

 

그것은 누구의 머리 위가 아니라 바로, 나의 머리 위에서 범벅된 그 모든 것이 내리쏟아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휠체어 팔걸이에 슬쩍 걸터앉는 남자들의 엉덩이를 찌를 바늘이 간절히 필요했었다. 사촌 여동생의 심정을 알 것도 같았다. 출근 시간은 지옥철이라던 말이 실감 난다.


지난달 시각장애여성이 보조견과 함께 지하철을 타자, 어떤 여성이 보조견이 더럽다고 당장 내리라고 난동을 부렸던 사건을 접하면서 나는 몹시 화가 났었다. 아직도 시각장애인 보조견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을 보면, 장애인의 정당한 보조견은 정당한 편의에 따라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시각장애여성이 그렇게 수모를 당하는 동안 주변 시민들이 만류했다고는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인 조치가 있어야 했다.

 

경찰에 신고해줘도 되었을 텐데 시각장애여성은 얼마나 당황스럽고 난감했을까 싶다. 해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서는 그 사건이 벌어진 지하철 역사에 당시 현장의 책임 있는 곳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장애인이 정당하게 이동해야 할 권리를 어떻게 보장했는지를 알아둬야 했다. 언제 이러한 일이 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전쯤일 거다. 나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하철 안에서 한 남성이 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내가 뭘 잘 못했을까 생각해 봐도 잡히는 것이 없다. 그 남성은 나를 향해 손가락질까지 하면서 뭐라고 계속한다. 가까이 가서 물어보기에는 사람들이 많아 복잡하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가는데, 그 남성도 내려서 승무원한테 가서 또 내게 뭐라고 한다.

 

난 달려가서 그 남성에게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전동휠체어는 이륜차이기 때문에 지하철에 타는 것은 열차법 몇 조에 걸린다.’는 것이다. ‘맙소사!’ 황당해도 이렇게 황당할 수가 없었다. 화가 나서 따지려는 나를 승무원이 말리면서 그 남성에게 전동휠체어는 장애인의 보장구라고 설명했지만 그 남성은 듣지도 않는다. 어느 순간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에서 이러한 황당한 상황을 접할 때, 웃고 지나칠 수만은 없다. 여전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도 확인한다.

 

지하철은 많은 사람이 타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타면 잠깐 멈추어지는 곳이면서 차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해도 내려 버리면 자기를 감출 수 있는, 그래서 무책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스쳐 가는 공간에서 약자에게는 무차별 무방어의 공간이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를 제어해줄 장치가 전혀 없기에 생각도 말도 거침없이 보인다.

 

나는 가끔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어느 날 지하철 안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나에게 말을 건다. 통화 중이던 사람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할아버지 얘기를 들었다. ‘자기 가슴 좀 만져 봐도 돼?’ 순간, 머리 한 대를 맞은 것만 같았다. 순간 흥분하지 말자. 핸드폰 사진을 찍자. 나에게 폭력을 쓸 수 있으니 주변 시선을 모으자, 별생각을 다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어디서 수작을 부리느냐”고 사람들에게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노인은 당황하더니 문이 열리자 내려버린다. 쫓아 내리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수치심과 분노에 온몸이 떨리고 흥분되어서 목적지까지 오는데 정신이 없었다. 이후, 이런 노인네가 최소한의 소리로도 방어할 수 없는 지적, 발달 장애여성들에게 어떤 폭력을 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그때 내가 그 노인네를 잡았어야 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무슨 힘으로 그 노인을 잡을 수 있을까 싶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과연 그 안의 많은 사람 중 누가 나의 말을 들어줄 것이며, 남의 일에 개입할 것인가, 실은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도움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 종종 술 취한 사람이 말 걸고 귀찮게 하여도 누구도 나서서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때로는 용감한 할머니가 ‘싫다고 하는데, 왜 자꾸 말 시키느냐“고 하셨다가 나 대신 수모를 겪으시는 상황도 있었다. 언어 장애가 있는 장애 남성이 이유도 없이 분풀이 대상으로 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다. 지하철에서 내려버리면 그만이다. 지하철에서 사람은 많으나 살아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폭력을 관망만 하는 유령들이 있다. 폭력 쓰는 사람들이 절대 무서워하지 않는 유령들만 가득한 공간이 지하철이다. 어떤 관계이든지, 누구든지, 어떤 이유에서이든지, 폭력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그리고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의식이 없는 공간은 지옥이다. 몇 번 이러한 일을 겪고 나면 지하철 타기가 두렵다.


사람들의 의식은 나만 아니면 된다는 무감각과 폭력에 갈수록 무디어진다. 약자에 대한 안전시스템 없는 지하철은 유령철일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대안이 필요하다. 우리가 화풀이 대상 한강이 될 수는 없다.

 

 

 

박김영희의 거북이도 길을 만든다.

나의 별명은 거북이 또는 굼뱅이 달팽이였다. 그만큼 나의 몸은 무거운 짐을 짊어진 것처럼 느리다. 나이 들어갈수록 더 느려지는 나는 시간에게 더 쫒기며 살아간다. 나의 행동은 느리지만 그래도 내가 지나가는 땅에는 길이 만들어진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중되고 어떠한 생명도 소중하게 존중되는 길을 만들고 싶다. 나의 지나간 흔적이 길이 되고, 그 길을 따라오는 사람들 땜에 길은 더 선명해 질 것이다. 거북이도 굼뱅이도 달팽이도 길을 만든다. 나는 길을 만들려고 나선 거북이 장애여성이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pyh2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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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의견 (1개)
08.21. 02:01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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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휠체어는 4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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