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정수 열사 5주기 추모문화제'가 19일 수원역 광장에서 열렸다. |
경기지역 장애인 활동가들이 2006년 활동보조인제도화를 위해 경기도청 앞에서 78일간 투쟁에 참여했다가 숨진 정정수 열사를 추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장애인차별철폐를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정정수 열사 5주기 추모문화제'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경기장차연) 주최로 19일 저녁 7시 수원역 광장에서 열렸다.
경기장차연은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위해 투쟁했던 정정수 열사는 그토록 바라던 활동보조인 권리가 시행되기 전인 2006년 10월 23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라면서 "5주기를 맞아 동지의 죽음을 추모하며 열사의 뜻을 따라 차별과 억압이 없는 장애로부터 해방된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모발언에 나선 에바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병태 소장은 "정정수 열사는 저상버스도 없던 2006년 전동휠체어를 타고 매일 2~3시간 걸려 경기도청에 도착해 찬이슬 맞아가며 활동보도제도화 투쟁현장을 지켰던 동지"라고 소개하고 "활동보조가 권리로서 보장되었다면, 장애인 콜택시가 있었다면 우리와 여전히 함께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김 소장은 "올해도 경기도에서는 5년 전 요구를 가지고 싸웠는데, 앞으로도 정정수 열사가 열사만의 방식으로 투쟁했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투쟁하자"라고 강조했다.
열사의 벗이었던 의왕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경수 소장은 "올해 경기도에서도 천막농성을 했지만, 2006년 정정수 열사와 투쟁하던 때는 더 힘들었다"라면서 "용역 깡패가 천막을 빼앗아 가고 동지들이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장 소장은 "식구들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직장으로 나가면 돌아올 때까지 밥을 먹을 수 없어 굶고 있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그가 활동보조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더 절실하게 와 닿았다"라면서 "활동보조서비스를 제도화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이었고 결의에 차 있던 정정수 열사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기억된다"라고 소개했다.
![]()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는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신승우 경기지부장. |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신승우 경기지부장은 추모시 '올해도 오지 못하는 정정수 열사'를 낭독했다. 신 지부장은 추모시를 통해 "정수 형이 지금 이 자리에 우리와 함께 있지 못하는 건 살아 있는 저희의 슬픔이며 책임"이라며 "그때 장애인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다면, 경기도가 장애인들의 활동보조생존권 요구를 며칠만 더 일찍 들어주었다면, 이 자리에 동지들 옆에 앉아 있었을 정정수 열사"라고 회고했다.
신 경기지부장은 "대한민국에서 장애인 이동권이 최악인 이 자리에, 장애인은 집 밖으로 맘대로 이동할 수 없는 경기도에 정정수 열사는 오지 못한다"라면서 "이동권을 쟁취한 그날 경기도에 모든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의 문이 열리며 내리시는 정정수 열사를 맞이해야 할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기장차연 이도건 이동권위원장은 정정수 열사에게 바치는 투쟁선언문을 낭독했다. 이 위원장은 "차별이 없는 세상,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그저 평범한 세상, 열사가 살고 싶었던 그 나라 우리가 꼭 같이 만들어내자"라면서 "열사 뜻 이어받아 힘찬 걸음 걸어나가자"라고 결의했다.
이날 추모문화제에는 노동가수 이혜규 씨가 추모공연을 펼치며 열사의 넋을 기렸다. 추모문화제는 참가자들이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며 열사를 추모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 ▲투쟁선언문을 낭독하는 경기장차연 이도건 이동권 위원장. |
![]() ▲길 트기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
![]() ▲정정수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수원역 광장에 모인 장애인활동가들. |
김가영 기자 chara@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