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발달장애인의 80.4%가 방송용어에 어려움을 겪어 알기 쉬운 말로 방송을 해주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는 21일 늦은 2시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개최한 ‘성인발달장애인의 방송접근권 확보방안 연구 공청회’에서 지난 6월 17일부터 7월 18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발달장애인 약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 당사자토론에 나선 이들도 한 목소리로 방송을 즐겨 보고 있지만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발달장애인 교육인형극단 ‘멋진친구들’에서 활동하는 한은지 씨는 “방송에서 드라마를 주로 보며 뉴스는 어려워서 보지 않는다”라면서 “하지만 발달장애인에게 알기 쉬운 자막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뉴스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북부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윤종혁 씨는 “드라마 내용 진행이 너무 빨라 이해하기 어려워서 아버지에게 그 내용을 묻고는 하는데 내가 본 것과 달라 혼란스럽다”라면서 “아버지가 뉴스도 봐야 한다고 해서 보고 있는데 아나운서가 어려운 말을 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발제에 나선 경민대 자치행정학과 남영진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TV를 혼자 시청하는 경우가 33.2%, 가족이나 동료와 함께 시청하는 경우가 63.4%로 혼자 시청하는 경우가 낮게 나타났는데 이것은 아직 발달장애인에게는 TV 채널을 선택해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는 현실을 보여 준다”라고 분석했다.
남 교수는 “특히 방송 이용 욕구에 대한 문항에서 ‘알기 쉬운 말 사용 욕구’가 80.6%, ‘복지시책 제공 욕구’가 79.1%로 높게 나타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방송 용어나 정보제공 방식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성인발달장애인의 방송 접근권 확보 방안으로는 △지상파 방송에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자막 제공 △성인발달장애인 전문방송 개설 △성인발달장애인용 원격조정 전자장치기기 개발 △성인발달장애인의 알 권리 보장 및 지원을 위한 사회인식 개선방안 마련 △국가 차원의 제도적 정비와 예산안 마련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윤보영 서기관은 “지난 5월 19일 신설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14조에서는 장애인 시청 편의 서비스의 기준 및 방법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해 고시토록 하고 있다”라면서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에 대한 내용을 담도록 요청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소장은 “방송법에는 장애인과 관련된 내용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시·청각장애인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라면서 “따라서 앞으로 법을 개정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자막 또는 해설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조상현 팀장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방송이라면 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고 발달장애인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당사자와 부모, 전문가들이 함께 방송제작에 참여하는 새로운 제작방식이 필요하다”라면서 “하지만 이러한 제작방식을 모든 방송에 적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현실적인 대안은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전문방송채널 개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홍종배 시청자권익증진부장은 “연구자가 제안한 성인발달장애인 전문방송 개설은 당장 법 조항 개정이 필요하며 법 조항 개정 후에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이므로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라면서 “하나의 대안은 부산과 광주에 소재한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전문방송채널을 전담해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공청회에 앞서 지난해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에서 시행한 ‘발달장애학생 교육방송 접근권 확보방안 연구’에서 발달장애학생의 67%가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방송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