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1.10.24 13:01

즐겁고 재미나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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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홀어머니 두고
시집가던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소리만
어린가슴속을 태웠소.’

‘칠갑산’이라는 이 노래는 조운파 작사 작곡으로 주병선이 불러서 유행을 시켰다. 충청남도 청양에 있는 칠갑산은 해발 561m로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산으로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으나 주병선의 노래로 더욱 유명해졌다.

박상욱씨.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박상욱씨. ⓒ이복남
어머니는 딸애를 멀리 시집보내고 북받치는 서러움을 콩밭을 매는 것으로 달래었을까. 홀어머니를 두고 시집갔던 딸의 사대육신은 멀쩡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아를 키워야 하는 어머니의 한과 설움은 콩밭을 맨다고 나아지겠는가.

어쩌면 어머니에게는 평생을 숙명처럼 안고 가야할 짐일지도 모르겠지만, 장애인들은 항변한다. ‘우린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어떻게 평생을 눈물 속에서 살아요. 우리도 나름대로 즐겁고 재미나게 살고 있답니다.’

사실 박상욱씨는 청양과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칠갑산을 첫머리로 내세운 것은 박상욱씨가 콩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아둔함 때문인지 박상욱씨를 인터뷰하면서 떠오르는 것이 ‘칠갑산’ 밖에 없었다.

박상욱(1956년생)씨는 경상남도 밀양군 상동면 금산리에서 3남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고향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아버지는 부산 조방 앞에서 모직 가공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부산 아버지 집과 고향의 시부모집을 오가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첫 아들이 돌이 지나도록 일어서지를 못했다.

“창피하다고 이웃에 숨기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연유를 알 수 없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아 본 기억은 없고, 남모르게 숨겨진 채로 서너 살이 된 것 같았다. 대여섯 살이 되자 조금씩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한발 그리고 또 한발 걸음마를 시작했고 천천히 비틀거리면서 움직였다. 어머니 등에 업혀서 부산으로 대구로 몇 번인가 치료를 받으러 간 것 같았지만 그의 다리가 낫지는 않았다.

“병신 낳아가 머 할 낀데……. 그 말이 골수에 박혀서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는 병신으로 태어나도 제대로 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상동국민학교에 입학을 했고 절뚝절뚝 비틀거리면서 느릿느릿 걸어 다녔다.

부산진역 부근 가로수에 심어진 맥문동.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부산진역 부근 가로수에 심어진 맥문동. ⓒ이복남
“절뚝발이 축구한다. 병신 육갑하네 등 핵교 친구들이 참 많이 놀렸심니다.”
그는 친구들이 놀려도 대꾸를 하거나 대들지 못했다. 친구들의 놀림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말없이 집으로 향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의 놀림감이었지만 집에 오면 가족들이나 주위에서는 아무도 그의 장애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집에 오면 새끼도 꼬고 꼴을 베어다가 소도 먹였다.

박상욱씨는 밀양 시골에서 자랐기에 어떤 단어들은 필자도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는 농사일에서 새끼를 새께이라 했고 그 당시 밭에는 어떤 곡식을 심었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냉민동’이라고 했는데 그 말은 필자도 한참을 생각한 후에야 맥문동임을 알 수 있었다.

맥문동은 백합과에 속한 식물로서 난초 잎처럼 이파리가 길쭉한데 뿌리 끝에 땅콩같이 맺힌 덩이뿌리를 약초로 사용하는데 해열 기침 가래 천식 등에 쓴다. 뿌리의 생김새가 보리와 비슷하고 겨울에도 잎이 시들지 않아 맥문동(麥門冬)이라 한다. 요즘은 가로수의 조경용으로 쓰이고 있는데 예전부터 밀양에서는 맥문동을 많이 키운 모양이다.

"지는 촌에서 할배 할매하고 냉민동도 캐고 돌개나 고메도 심으면서 농사를 지었는데 우리 어무이는 부산 아부지자테 왔다리갔다리 함시러 동생이 생기데예."

그는 초등학교는 졸업했으나 중학교에는 진학하지 않았다. 공부도 재미가 없을뿐더러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놀림을 받는 것이 싫었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없었다. 그는 고향에서 농사를 지었다. 부산에 있는 아버지에게 드나들던 어머니는 어느 날 두 동생만 데리고 아예 부산으로 떠나고 말았다.

그는 어머니가 그만 고향에 남겨 두고 간 것에 대해서도 원망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욕심이 많아서 집에 가만히 있지를 못해 등에는 막내를 업고 머리에는 박상다라이를 이고 다니시며 장사를 했는데 자기까지 있으면 오히려 거치적거렸을 거라고 했다. 어머니에게 짐이 되기 싫었던 그는 고향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도와 말없이 농사를 지었다.<계속>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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