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때부터 27년 동안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살다가 지난해 1월부터 지역사회로 나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체험홈에서 자립생활을 준비 중인 최동운(뇌병변장애 1급, 34세) 씨. 그는 지난 1월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부양의무자 확인조사 결과 최 씨의 부모가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명돼 이의신청 기간을 거친 뒤 수급권이 상실될 예정이라는 통보였다. 최 씨는 그때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현재 최 씨는 이의 신청을 위해 가족관계 단절 증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사무소에서는 올해 바뀐 지침에 따라 통화 내용과 입출금 내용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 씨는 가족관계 단절을 증명할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손을 빌리고 있다. 본인이 직접 가족과 통화를 했다가 그것이 빌미가 되어 가족관계 단절을 증명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달에는 수급비도 나오지 않았다.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되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수급비와 장애인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최 씨에게 주는 심리적, 물질적 압박은 크다.
최 씨는 “2년 전에 시설에 있을 때 가족들이 와서 용돈으로 쓰라며 20만 원을 준 것 외에는 가족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지 않았고, 지난해 시설에서 나왔을 때는 아버지가 찾아와 무척 화를 내며 다시 시설로 들어가라고 한 것이 가족과의 교류의 전부”라면서 “하지만 앞으로 내가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이런 식의 교류조차도 불가능한 것 아니냐?”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최 씨는 “아버지에게 일정 정도 소득과 재산이 있는 것은 맞지만 가족들이 나를 부양할 의사가 없기에 그동안 시설에서 생활한 것"이라며 "성인인 나 또한 가족들이 나를 부양하기를 원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씨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성인이 된 장애인 자녀를 가족들이 끝까지 부양토록 강제해 가족의 짐으로 살게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따지고 싶다”라고 성토했다.
최 씨는 지난해 지역사회로 나온 뒤 수급비와 장애인연금을 합해 50여만 원을 받아 생활하며, 이 중 20만 원을 적금으로 붓고 있다. 체험홈과 자립생활가정을 거친 뒤 독립적인 주거를 얻기 위한 종잣돈이다. 하지만 수급권 박탈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더는 저축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활동지원서비스 본인부담금 납부 대상자가 되어 기초적인 생활마저 위태롭다.
최 씨는 “자립생활을 준비하면서 수급권 문제 외에도 밤에 활동보조인이 없어 급한 일 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라면서 “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생활을 꾸려갈 수 있고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립생활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