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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 2급 김호락씨의 삶-②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1-01-17 16:06:25
동네 사람들은 아버지가 방앗간 방위를 잘못해서 애가 병이 들었다고 수군거렸다. 할머니는 무당을 불러 굿을 했다. 침도 맞고 한약도 먹었다. 그러나 아이는 낫지 않았고 나이를 먹어도 더 이상 자라지도 않았다.

아이의 병을 낫게 해 보려고 어머니는 백방으로 뛰어 다녔는데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에게 짜증만 내다가 급기야는 집을 나가 버렸다.

옛 신흥당에서 김호락씨.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옛 신흥당에서 김호락씨. ⓒ이복남
“내가 아픈 탓인지 역마살이 끼었는지 그 때 이후로 아버지를 보지는 못했지만 강원도 어디에서 돌아가셨답니다.”

어른들의 세계를 잘 모르기는 했지만 아버지가 집을 나가자, 얼마 후에는 그와 여동생은 할머니에게 맡겨지고 어머니도 집을 떠났다.

“처음에는 큰집에서 할머니와 살았는데 내 같은 병신 아이를 누가 볼라 하겠습니까?”

그 때부터 그와 여동생은 옷 보따리를 안고 이집 저집 옮겨 다녀야 했다. 7남매 중에서 아버지가 떠나고 그래도 여섯이 남았으니 한 달씩은 두 남매를 맡았던 것이다. 참으로 서럽고 고생스런 시절이었다. 그 무렵 이웃에 시집갔던 딸이 애기를 업고 친정에 와서 디딜방아를 찧는데 그 모습이 어머니를 닮아 어찌나 엄마가 보고 싶든지 혼자 남몰래 울기도 했다.

구포 강둑에서 아내와 함께.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구포 강둑에서 아내와 함께. ⓒ이복남
그런데 1년쯤 지나자 어머니가 여동생은 데려가고 그만 홀로 남겨졌다. 첫째 삼촌 큰아들이 결혼을 해서 부산에 살고 있었는데 그를 혼자 시골에 두어서는 안 되겠다며 자기 어머니에게 부산으로 데려오라고 했다.

큰어머니와 함께 포장도 안 된 시골길을 버스를 타고 덜컹거리면서 6시간이나 걸려서 부산에 도착했다. 큰 형님 집에 와 보니 그가 살던 시골집과는 비교도 안 되었지만 시골집이 그리웠고 미치도록 할머니가 보고 싶었다.

큰 어머니는 그를 아들집에 데려다 놓고는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갔다. “여기서 이래 살면 할매도 내 죽은 줄 모르고, 내도 할매가 죽은 줄 모르는 거 아이가.’ 할머니와 시골이 그리워서 몇날 며칠을 울고 또 울었다. 그러나 형님은 “니 그래 울면 바닷물에 던지 분다.”며 엄포를 놓았다. 정말 형님이 바닷물에 던지는 줄 알고 그때부터 울음을 뚝 그쳤다.

“그 때 저를 돌봐 준 형님의 은혜는 잊지 않았고, 현재 칠십이 넘은 그 형님 하고는 지금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형님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나이의 그를 연지국민학교에 입학시켰다. 집이 학교 근처라 멀지는 않았지만 가방을 메고 목발을 짚고 다리를 끌다시피 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학교에서 공부는 잘 한 편이었다. 형님 집에는 형님의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사촌동생들과도 별 탈 없이 잘 지냈다.

그러나 그는 부모도 없고 나이도 많고 더구나 혼자서는 움직이기도 힘든 장애인이다. 초등학교는 집 근처에 있었으나 중학교는 너무 멀었다. 마침 집 근처에 재건 중학교가 있어 졸업은 했으나 검정고시를 볼 형편도 아니었기에 그의 학력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처음 차를 사고 태종대에서 김호락씨와 삼남매.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처음 차를 사고 태종대에서 김호락씨와 삼남매. ⓒ이복남
하루는 미군부대인 하야리아 부대 앞을 지나는데 라디오방에서 구슬픈 노래가 흘러나왔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맹세를 하고 다짐을 하던
너와 내가 아니냐
세월은 가고 너도 또 가고
나만 혼자 외로이
그때 그 시절 그리운 시절
못 잊어 내가 운다’


딱히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맹세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아버지가 가고 어머니마저 자기를 버리고 가실 줄은 정말 몰랐었다. 세월은 가고 그만 혼자 남아서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워서 울고 또 울면서 몇 번이나 그 노래를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노래는 손인호가 부른 ‘해운대 엘레지’였다.

그렇게 울면서 라디오방 앞에서 노래를 들으면서 문득 그도 라디오 기술을 배워보고 싶었다. 용기를 내어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주인을 찾았다. 주인은 이층에 학원을 차렸으니 와서 배우라고 했다.

그러나 막상 그 학원에서 배운 것은 라디오가 아니라 시계기술이었다. 학원에 가 보니 라디오수리 보다는 시계수리 기술이 나아 보였던 것이다. 6개월을 다녔는데 학원비는 형님이 마련해 주었다. 교육을 마치고 6개월 후에 나와 보니 돈도 없을 뿐 아니라 기술도 부족해서 당장 시계방을 차릴 형편은 아니었고, 그와 같은 장애인을 점원으로 받아 주는 시계방도 없었다. 다시 집에서 빈둥빈둥하고 있으려니까 아는 사람이 공짜로 기술을 가르쳐 주는 데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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