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수화가 꽃피는 마을’
프랑스 남부 지방 카마르그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책 ‘폴루’ 할아버지는 한 청각장애인 가족에게 집을 판다. 가족 모두가 청각장애인인 푸르네 가족을 통해 청각장애인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며 따뜻한 우정을 쌓아가는 폴루 할아버지. 하지만 푸르네 가족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런 큰 홍수로 마을에 큰 난리가 나고, 푸르네 가족과 마을 황소들은 고립되게 되는데…
“여기 도착해서 사람들이 수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제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죠. 남편과 저는 가끔씩 건청인과 청각장애인이 서로 열띤 대화를 나누는 이상적인 세계를 그려본답니다. 그런데 그게, 그 세계가 존재하네요! 바로 우리 마을입니다!”(본문 중에서)
미국 남동부에 있는 마서즈 비니어드 섬에서는 ‘수화’를 공통의 언어로 사용한다고 한다. 모두가 수화를 사용하는 이 특별한 마을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 들리거나 들리지 않거나,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특별한 마을’이 있다. 차이와 편견을 넘어 ‘따뜻한 우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 바로 ‘수화가 꽃피는 마을’이다.
“만일 통역이 없었더라면 때로는 웃음 짓고 때로는 진지했던 이 세 사람의 손짓, 이 손놀림들이 아무런 보람도 없이 그저 침묵과 무지 속에서 춤을 췄을 것이다. 나의 무지 속에서. 그리고 그들에게 내 목소리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이런 깨달음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지금 여기서는 누가 장애인이지? 바로 나로군!’…아니 그렇다면, 내 쪽에서 그들의 언어를 배우면 되지 않았을까?”
이 책은 프랑스 비두를르 강가의 작은 마을에 청각장애인 푸르네 가족이 이사 온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폴루 할아버지를 통해 들려주는 청소년 소설이다. 푸르네 가족이 마을 사람들과 차이와 편견을 뛰어넘어 ‘수화’로 따뜻한 우정을 나누며 소통해가는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더불어 사회적 편견과 몰이해로 일과 사랑을 잃고 자살한 19세기 청각장애인 ‘장’의 편지 19통을 담아냈다.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펼쳐지는 아주 특별한 이 마을의 이야기는 ‘장애란 무엇인지’, ‘진정한 의미의 통합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추천의 말>
언어는 하나의 문화이며, 문화는 삶의 양식입니다. 두 개의 문화와 삶의 양식을 진정으로 통합하고자 한다면, 이는 일방주의가 아닌 상호주의를 전제로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때 이는 통합이라기보다는 흡수일 뿐이며, ‘수화를 사용하는 민족’에 대한 식민주의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사실을 우리가 알아야만 한다는 것을, 이 책은 19세기의 청각장애인의 편지와 21세기의 청각장애인 가족을 둘러싼 마을의 이야기를 통해 낮고 절절한 목소리로 들려줍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도현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