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가해로 징계를 받은 전 충남 당진수화통역센터장이 서울시농아인협회 성북구 지회장으로 단독 입후보했다.
지난 2015년 10월, 당진센터에서 2년간 계약직으로 일해온 청각장애인 당사자 A 씨는 자신이 센터장 김 아무개 씨로부터 성희롱을
당해왔다며 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청각 장애인이기 때문에 녹취록 형태의 실질적인 증거는 없었으나,
노동부는 이례적으로 정황증거들에 기반하여 A씨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한국농아인협회에 김 씨를 징계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가해자인 김 씨는 2016년 2월 5일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징계가 종료된 이후인 3월, 그는 당진수화통역센터장직을
사임했다. 피해자인 A 씨의 복직과 한국농아인협회(아래 한농협)의 사과 등으로 당진수화통역센터 성희롱 사건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해자인 김 씨가 당진센터장 사임 1년도 되지 않아 서울시 성북구 지회장 후보에 등록하면서 사건은 2차 국면을
맞았다.
성희롱
가해로 징계를 받고 이후 사퇴한 전 당진수화통역센터장이 농아인협회 성북구 지회장으로 단독 입후보했음을 알리는 공고문.
오는 21일, 한농협 서울지부인 서울특별시농아인협회(아래 서농협)는 정기총회를 실시한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각 구 지회장과 이사 및
감사, 그리고 시도대의원을 선출한다. 김 씨는 성북구 지회장에 단독으로 출마했다. 지회장은 수화통역센터장직을 겸한다.
본래 성북구 지회장 선거에는 김 씨 외에도 한 사람이 더 후보 등록을 했었다. 그러나 서농협 선거관리위원회는 다른 후보가 '이사한
주소를 등록하지 않았다'며 후보 등록을 취소시켰다.
이에 성북구 회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회원은 "떨어진 다른 후보는 성북구 지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회원들의 신망을 쌓아온
인물이었다. 성희롱 문제로 징계까지 받은 사람이 다시 지회장으로 온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했다.
그는 "성북구 회원들이 김 씨의 지회장 단독 입후보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아 서농협에 전달하러 갔다. 그런데 서농협 선관위 부위원장이
'성희롱이 그렇게 큰 죄도 아닌데 이게 무슨 결격사유냐. 그리고 이렇게 나쁜 소문 내고 다니면 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며 도리어
큰소리를 쳤다더라"고 전했다.
서농협 선관위 부위원장은 전 충남농아인협회 본부장이었던 인물로, 김 씨의 성희롱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적극적으로 김 씨를 두둔했던
인물이다. 그는 김 씨가 사임한 이후인 지난해 3월 14일 본부장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대한농아인체육연맹 부회장으로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진시 성희롱 사건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고 하며 가해자를 두둔했던데다, 현재 서농협
선관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어 김 씨가 성북구 지회장에 오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수화통역센터를 지원하고 있는 성북구는 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성북구 관계자는 "선출은 기관
내부적으로 진행되는 문제이고, 성북구는 시설장 변경 신고가 들어왔을 때 승인할 뿐"이라며 "이 건과 관련해서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구에서도
한농협에 문의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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