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문화제 때 열심히 대본 쓰고 연습해서 '겨울왕국' 연극한 거 진짜 너무 재밌었고
잊을 수가 없어요. 근데 그게 쌤과 마지막 추억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고3 수학여행도 못 갔는데 두 분 선생님과 졸업식에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섭섭하고 슬퍼요. 꼭 함께 했으면 좋겠는데... 두 분 선생님 우리의 졸업식 함께 해주신다면 더 바랄 것도
없어요."
더는 학교에서 볼 수 없게 된 선생님을 향한, 졸업을 앞둔 고3 학생의 편지가 전해지자 선생님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촛불을 두 손에
쥔 100여 명의 재학생, 졸업생 그리고 타 학교 동료 교사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기유정, 마대호 두 교사의
부당징계 철회를 외쳤다.
23일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사람들
23일
저녁 6시, 인천의 S특수학교 앞에서 최근 파면 징계 당한 기유정, 마대호 두 교사의 징계 철회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인천에 있는 S 사립 특수학교는 지난 9월, 학교에서 각각 21년, 10년 동안 일한 기유정, 마대호 교사에 대한 파면 징계를
결정했다. 지난 2013년, 학생 성추행, 체벌 등으로 S학교에 대한 소송이 진행되었고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을 뿐 아니라 특별감사를 받기도
했다. 학교는 이 과정에서 두 교사가 동 사건에 관한 내용을 언론 등에 악의적으로 말하고 다녔을 뿐 아니라, 전교조와 학부모회를 동원해 일을
확대했다며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두 교사는 학교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전교조나 학부모회를 동원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기자를
만난 적도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학교가 특별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진술서를 썼을 뿐이며, 그마저도 기 교사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부당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문화제는 참여자들이 함께 수화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문을 열었다. S학교는 청각장애인들이 다니는 학교이다. 문화제에 참여한 농인
학생들과 청인 참가자들이 함께 수화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어 졸업생들이 두 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만든 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졸업생들은 두 교사가 "늘 학생들을 응원하고 자신감을 북돋기
위해 애써 주셨다"며 이들에 대한 애정과 응원의 마음을 영상에 담았다.
제자들의 마음은 편지 낭독에서도 이어졌다. 재학생, 졸업생들이 두 교사에게 편지를 써와 이를 수화로 낭독했다. 이들은 교사들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두 교사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두 교사는 학생들이 보여준 연대와 애정에 감사와 감동을 표했다. 마 교사는 "솔직히 이렇게 많은 학생이 모일 줄 몰랐다. 다들 공부하랴,
일하랴 바쁠 텐데, 우리를 위해 사랑하는 제자들이 이렇게 모여 준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 학교와의 긴
싸움이 예상된다. 학생들의 옆자리로 언제 다시 돌아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늘 이렇게 모여주신 많은 분을 기억하며 더욱 힘을 내겠다"고
전했다.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수화와 목소리로 함께 "S 학교는 부당해고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문화제를 마무리
지었다.
현재 두 교사는 학교의 부당징계에 항의하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마대호(왼쪽),
기유정(오른쪽) 교사. 학생들이
학교 담벼락에 붙인 응원의 메시지. 기유정
교사가 학생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