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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미첼과 섀런 스나이더가 주장하였듯, 우리의 장애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우리가 갖게 되는 “문학 속의 장애인들과의 상상적 만남에 의해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문학과 장애의 접점에 주목하는 일은 중요하다.


    정신 장애와 문학의 관계는 길고도 깊다. 다양한 유형의 정신 장애를 지닌 인물들이 많은 문학적 내러티브에 등장해 여러 가지 목적을 수행해왔다. 국내 문학에서도 그 예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김동인의 『광화사』(1930)는 완벽한 미인을 그리려는 집착에 결국 정신장애인*) 이 되는 화가를 제시하고 있으며.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1935)는 낮은 지능을 지닌 한 여성의 불행한 삶을 그려내고 있다. 외국 문학에서는 더 많은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200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존 쿳시의 소설 『마이클 K의 삶과 시대』(1983)는 자폐증을 지닌 흑인 주인공이 인종 차별에 찌든 남아프리카공화국 사회를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냈다. 영국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1605)은 리어 왕이 정신장애를 일으키게 되는 과정을 재현하였고, 열세 살에 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처음 정신장애 증상을 보인 후 결국 59세의 나이로 자살한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일기와 소설들을 남겼다.


    미국의 대표적인 소설가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윌리엄 포크너는 소설 『음향과 분노』(1929)에서 낮은 지능을 지닌 벤지의 의식을 통해 남부 문화가 몰락하는 모습을 그렸고, 실제로 정신장애를 지닌 누나가 있었던 테네시 윌리엄스는 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47)에서 어린 시절 결혼한 남편의 자살과 부모의 농장 몰락으로 인한 충격에서 시작된 정신장애로 성적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블랑쉬를 등장시켰다. 평생을 신경쇠약 증세로 고통받다가 31세의 나이로 자살한 실비아 플라스는 자전적 소설 『벨 자』(1963)에서 여성 인물 에스더에 본인의 정신장애인으로서의 경험을 반영했다. 그리고 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62)는 정신장애인을 치료한다는 명분으로 운영되는 수용 시설이 오히려 정신 장애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인간성을 억압함으로써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모습을 담아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이 같은 정신장애(인)와 문학의 긴밀한 관계는 자연스럽게 정신장애의 문학적 재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그와 같은 관심은 최근 장애학의 하부 분야로 시작된 정신장애학이 제시하는 접근 방법과 분석 틀에 기댄 학자들에 의해 강력하게 표출됐다. 최근 출판되어 (주로 캐나다에서의) 정신장애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저서 『정신 장애 문제』(Mad Matters, 2013)에 의하면 정신장애학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기존의 이해와 접근법을 비판하고 초월하기 위해 정신장애인이 경험하는 억압, 그에 대한 투쟁, 정신장애인의 주체성과 시각을 부각시키는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은 21세기에 들어서 등장한 보건인문학(health humanities)과 결합하여 2010년 8월 영국 노팅엄대학교에서 “정신 장애와 문학”이란 주제 하에 열린 1차 국제 보건인문학학회(1st International Health Humanities Conference)와 같은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정신 장애와 문학의 접점에 대한 집중 분위기 속에서 『1945년 이후 영미 소설에 나타난 정신 장애』(Madness in Post-1945 British and American Fiction, Charley Baker 외 4명 공저, 2010) 같은 저서가 출판되기도 했다.


    정신장애는 미국 흑인 문학에서 더욱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를 해리 일럼은 “인종적 정신장애”(racial madness)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노예 제도와 인종 차별을 경험한 미국 흑인들은 집단적인 정신장애 증상을 경험하게 되고, 이것이 문학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일럼의 인종적 정신장애는 프란츠 파농이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1961)에서 식민주의와 인종 차별의 경험이 흑인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손상을 입혔고, 그 결과 다수의 흑인이 사회적 또는 개인적 정신장애 상태를 경험한다고 한 주장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 같은 설명의 설득력 여부를 떠나 미국 흑인 문학에는 다수의 정신장애 인물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예 두 가지만 들자면, 애드리언 케네디의 극 『한 흑인의 정신 병동』(1969)은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시달리면서 검은 옷을 입고 교수형에 사용되는 밧줄을 목에 걸고 다니는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의 소설 『술라』(1973)는 2차 세계 대전에서의 끔찍한 경험으로 인하여 정신장애를 갖게 된 섀드랙이란 인물이 ‘전국 자살의 날’이란 행사를 매년 치르는 광경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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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거스트 윌슨의 작품 『 울타리』를 원작으로 한 연극의 한 장면. (출처: Denver Center Theatre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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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거스트 윌슨의 작품 『두 편의 열차』를 바탕으로 극화한 연극. 오른쪽 배우가 햄본 역. ( 출처 : Goodman Theatre)

     

    특히 정신장애 인물을 많이 등장시킨 미국 흑인 작가로는 어거스트 윌슨을 들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 극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윌슨은 7편의 극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는데 그 중 무려 4편의 극에 정신장애 인물이 등장한다. 그의 두 번째 브로드웨이 공연작 『 울타리』(1987)에는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여 뇌를 크게 다쳐 정신장애를 갖게 된 게이브리얼, 다섯 번째 브로드웨이 공연작 『두 편의 열차』(1992)에는 유아적 지적 능력이 있는 햄본, 여섯 번째 공연작 『일곱 개의 기타』(1995)에는 백인이 흑인을 말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사는 킹 헤들리, 그리고 일곱 번째 브로드웨이 공연작 『킹 헤들리 2세』(1999)에는 성경 구절을 외우고 신문 기사를 인용하며 길거리를 헤매는 정신장애 인물 스툴 피존이 등장하고 있다.


    이 네 편의 극 중에서 『두 편의 열차』를 더 들여다보기로 한다. 이 극에서 윌슨은 1960년대 미국 피츠버그의 흑인 빈민가를 살아가는 여섯 흑인의 삶을 그린다. 이들이 사는 빈민가는 백인의 억압과 착취 그리고 그 후유증이라고도 할 수 있는 흑인들의 자기 파괴적 행동이 뒤엉켜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위태로운 곳이다. 윌슨은 이 혼란스런 그리고 무기력한 세상에 정신장애 인물 햄본을 등장시킨다. 극 속에서 햄본은 9년여 전에 정육점 주인인 백인 루츠로부터 ‘가게 울타리에 페인트칠을 해주면 닭을 주겠다. 그리고 특히 일을 잘하는 경우 햄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루츠의 가게 울타리에 페인트칠을 해주었다. 그러나 칠을 잘했다고 판단한 햄본의 기대와 달리 루츠는 닭을 주겠다고 고집했다. 그로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루츠의 정육점 앞에 나타나 자신의 햄을 요구한 햄본은 이제 “내 햄 줘”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정신장애인이 되었다.


    햄본이 “내 햄 줘”를 외치는 모습을 길 건너 음식점에 모여 매일 목격하는 등장인물들 모두가 그의 본명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등장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햄본은 시가 빈민에게 제공하는 방에서 고립된 채 죽음을 맞이한다. 살아 있을 때의 햄본의 행동은 그의 주변에 있는 다른 인물들에게 영향을 주어 그들의 삶과 태도를 변화시킨다. 일례로 이 극의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멤피스는 햄본의 영향을 받아 30여 년 전 백인이 불법적으로 빼앗아 간 자기 땅을 찾으러 남부의 잭슨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게 된다. 더불어 햄본의 죽음은 그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함께 행동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한 인터뷰에서 윌슨은 햄본이 “1960년대 햄 대신 닭을 받아들이지 않는 새로운 흑인이 탄생하였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결국 윌슨은 정신장애인 햄본의 행위를 백인의 억압과 착취에 대한 저항의 필요성과 미국 흑인 사회에 결여되어 있는 공동체 의식의 회복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시된 은유로 이용한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정신장애를 지닌 햄본은 윌슨의 수사적 효과를 위해 만들어진 인물로서, 다른 인물들의 변화를 위해서만 필요한 상징적인 삶을 살다 죽어 무대에서 사라지는 인물인 것이다.


    미첼과 스나이더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이같이 오로지 수사적 목적 달성을 위해 정신장애 인물을 등장시키는 기회주의적 이용 자체도 큰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수사적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윌슨이 햄본을 비장애 인물들의 사회로부터 분리시켜 홀로 살아가는 존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햄본은 비장애 흑인 인물의 변화에 필요하지만 그들의 일부는 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는 그저 “길 건너에서” 정신장애 행동을 보여 주는 존재이고, 그 기이한 행동을 극 속의 다른 인물들은 (그리고 극 밖의 관객/독자는) 구경한다. 윌슨은 햄본과 같은 장애 인물을 관객을 위한 “구경거리 인물”(spectacle character)이라고 부르면서 그의 구경거리 인물들이 “완전히 다른 인물들의 삶 속에 융합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는 철저히 주변화되어 있고 대상화되어 있어, 윌슨의 수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존재 의미를 가지며, 궁극적으로는 독자/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한 구경거리가 되어야만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주변화와 대상화에 도전하는 것이 윌슨이 이 극을 쓴 목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윌슨은 여러 번 미국 흑인의 문학적 재현이 미국 흑인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극을 쓰는 목적이 기존 미국 흑인의 문학적 재현에 대한 도전과 대안 제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결국 윌슨은 몸(피부색)의 다름을 근거로 한 미국 흑인의 주변화에 도전하기 위해 이 극과 다른 극들을 썼던 것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더 긍정적인 흑인 이미지를 제시하려 했다. 그리고 이런 의도의 문학적 재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결과 그는 대표적인 미국 (흑인) 극작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만 안타까운 것은 소수 집단인 미국 흑인의 주변화에 도전하기 위한 윌슨의 노력에서 또 다른 소수 집단인 정신장애인은 배제되어 거듭 주변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배제 담론은 문학 밖에서의 정신장애인 배제 담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기에 더더욱 안타깝다.

     

     

    - 참고 문헌

    Elam, H. J., Jr. 2004. The Past As Present in the Drama of August Wilson. Ann Arbor: The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Lyons, B. 1999. “An Interview with August Wilson.” Contemporary Literature.  40.1: 1-22.
    Mitchell, D. T. and  Snyder, S. L. 2001. Narrative Prosthesis: Disability and the Dependencies of Discourse. Ann Arbor: U of Michigan P.
    Saunders, J. R. 1995. “Essential Ambiguities in the Plays of August Wilson.” The Hollins Critic. 32: 1-11.
    Wilson, A. 1999. “The Ground on Which I Stand.” American Theatre. 13: 7-20.
    Wilson, A. 1993. Two Trains Running. New York: Plume.

     

     

    * 여기서 정신장애란 한국에서 장애인복지법상 나누는 15개의 장애유형 중 하나인 정신장애인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정신적 장애’라고 묶이는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정신장애인을 모두 포괄한다. (편집자 주) 

     

     

    글쓴이 : 손홍일. 대구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주요 저서로는 『어거스트 윌슨의 이해』(2002), 역서로는 『미국 흑인 풍자 소설』(2007), 『보통이 아닌 몸-미국 문화에서 장애는 어떻게 재현되었는가』(2015)가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장애와 어거스트 윌슨」(201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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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 키치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원작으로 만든 동명의 영화 한 장면.


    손홍일 대구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beminor@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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