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구조와 많은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장애인이 4호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려면 리프트를 이용해야만 했다. 이는 적어도 2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으며 잦은 고장과 추락사고로 원성이 잦았었다.
때문에 그동안 환승구간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는 요구가 높았지만, 서울시 등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구조적인 문제로 엘리베이터 설치가 어렵다고 난색을 보여왔다. 그러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줄기찬 요구 끝에 지난 11월 말 4호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들어섰다. 엘리베이터 설치를 통해 환승 시간이 20분에서 3분으로 눈에 띄게 단축됐다.
이에 17일,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에 한 걸음을 나아간 것을 축하하는 자리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엘리베이터 앞에서 열렸다.
▲17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호선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는 엘리베이터 설치에 대한 환영 행사"기쁘다, 엘리베이터 오셨네"가 열렸다. |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받은 '장애인 리프트 고장 현황(2010~2014년 9월)'을 보면 1~4호선의 리프트는 연평균 76.5건, 월평균 6.3건의 고장이 발생했으며 5~8호선의 리프트는 연평균 83.3건, 월평균 6.9건의 고장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해 서울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민·관 합동 TF팀을 구성했다. 27명으로 구성된 TF팀은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12번의 회의를 진행하였으며, 지난 3일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아래 이동권 선언)을 발표했다.
현재 휠체어 이용자가 사용할 수 없는 역이 37개로, 그중 14곳은 1동선 확보를 위해 엘리베이터 설치가 진행되고 있으며 2017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그 외 구조적인 문제로 설치에 어려움이 있는 23개의 지하철역은 내부구조 변경, 신기술 도입 등의 대안을 검토하여 2022년까지 완공할 계획으로 밝혔다.
▲리프트를 이용하면 20분이 소요되던 환승 구간이 엘리베이터 설치도 단 3분만에 가능해졌다 |
이러한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증진 흐름의 첫 발걸음이 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장애인 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개인과 단체가 모여 축하의 메시지를 남겼다.
강윤택 전국시각장애인청년연합회장은 "이동권 증진을 통해 장애인의 권리뿐 아니라 모두의 권리를 증진한 것"이라며 "아직 이동권 증진을 위해 계획을 세워야 할 곳은 많지만, 민 ·관합동 TF팀을 통해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가 완공될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유모차를 이용해 아들과 함께 다니고 있는 이효성 씨는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짐은 물론이고 유모차는 필수이다 보니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다"며 "지하철 이용에도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헤맬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 설치를 통해 이동권 증진에 힘쓴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경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혜화에서 답십리로 가는 예상시간이 24분이라고 뜨지만, 환승 시간을 고려하면 이 시간은 턱도 없었다"며 "그러나 이번 엘리베이터 설치 이후, 소요 시간을 재보니 정말 24분에 도착해 놀랐다"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한편, 이동권 선언을 통해 서울시에서는 현재 33.3%에 그친 저상버스 도입률을 2025년까지 100% 도입할 것을 약속했다. 그 외에도 지하철역 내 △'발 빠짐' 사고 발생 예방 △시각장애인을 위한 이동편의시설 △통합 콜센터 설치 등을 통해 이동권을 강화할 방침이다.
▲엘리베이터 설치를 축하하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장을 비롯해 다양한 인사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