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21일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 폐지! 빈곤의 사슬,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경찰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전국집중 1박2일 결의대회에 참가하려고 이동하던 장애인들을 무리하게 막아 광화문역사와 동화면세점 앞 등 광화문 곳곳이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공동행동은 21일 늦은 3시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집중 1박 2일 결의대회를 열고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 폐지! 빈곤의 사슬,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집회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광화문역 측에서 시설보호요청을 했다는 이유로 광화문광장에서 광화문역사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은 데 이어 광화문역사 곳곳에서 장애인들의 이동을 막아 마찰을 빚었다.
특히 중증장애인들은 경찰이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출입은 막으면서 비장애인들은 통행시키는 것에 격분해 “장애인은 시민이 아니냐?”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늦은 2시 30분께에는 광화문역장이 나와 “역의 시설물 보호를 위해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라면서 “대표자가 나와 행선지가 어디인지 말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면 경찰들에게 비켜달라고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장애인들은 “역장이 다른 시민들에게도 행선지를 말하라고 요구하느냐?”, "장애인들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는데 출입을 막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의 통제로 광화문역사 안에 있던 장애인들의 결의대회 참가가 불가능해지자, 동화면세점 앞에 모여 있던 장애인 백여 명은 늦은 3시 10분께부터 광화문역사로 들어가기 위해 이동을 시작했다.
이에 경찰은 동화면세점 앞을 병력으로 둘러싸고 차벽을 세워 장애인들이 동화면세점 밖으로 나오는 것을 원천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대여섯 명의 장애인들은 길목을 막는 경찰을 피해 도로를 건너려다가 강제로 인도 쪽으로 끌려나오기도 했다.
늦은 4시 10분께에는 십여 명의 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에서 내려 광화문 6번 출구 계단을 통해 기어서 광화문역사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중증장애인 활동가 한 명이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다리가 꺾인 뒤 고통을 호소해 강북삼성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경찰과 대치를 이어가던 동화면세점 앞 장애인들은 저녁 7시에 예정대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투쟁문화제를 열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광화문역사 내 장애인들은 경찰의 이동 통제로 여덟 시간째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으며 계속 경찰과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밤 9시 30분경 광화문역 측이 시설보호요청을 해제한다고 밝혔음에도 경찰은 광화문역사 4,5,6,7번 등의 출구 출입을 통제하며 광화문역사 내 장애인들에게 3차 해산명령까지 내린 상황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아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저녁 8시 30분쯤에 서울시 비서실로부터 서울시가 광화문역에 시설보호요청 해제를 지시해 그렇게 조치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라면서 “하지만 경찰은 집시법 위반을 이유로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역으로 들어오는 장애인들까지 개찰구에서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광화문역이 아닌 다른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역사 안으로 들어가려고 재차 시도했으나 경찰이 리프트 전원을 내리는 등 장애인의 진입을 막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상임공동대표가 리프트 사용을 막으려는 경찰에 항의하다가 휠체어에서 떨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