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복지
2012.05.03 16:48

균도는 서번트증후군이다

(*.192.14.84) 조회 수 1398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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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축 오리데이. 엄나무 오리백숙 사만원짜리를 거의 혼자서 흡입 신공을 펼치는 균도도사.

 

피곤하든 그렇지 않든 균도는 7시 전후에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한다. 밤새 발바닥 아픔으로 고민하는 나는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다. 균도는 한참 젊은 나이라 회복이 잘 되는 것 같다. 나는 평소 지병으로 회복이 늦다. 그러나 균도에게 배려는 없다.

 

오늘은 흐린 날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위 때문에 힘이 든다. 아스팔트 도로도 우리에게 배려는 없다. 그늘 하나 없는 길을 진군 또 진군이다.

 

덥다. 그런데 균도는 아침부터 자꾸 칭얼댄다. 오리데이라 오리를 먹어야 한다. 사실 난 오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튼, 지나가다 오리백숙집을 찾아들었다. 엄나무 오리백숙을 시키고 있는데 서빙하시는 아줌마에게 균도는 연신 이름을 물어본다.

 

"아줌마 이름이 뭐에요? 어디 살아요?" 잘못 들으면 완전 작업멘트다. 대답할 때까지 이름을 물어보고 나이를 묻는다. 어제도 균도에 대해 잠시 짧은 글을 올렸는데,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균도의 상태에 대해 잠시 적는다.

 

균도는 우리나라 장애영역 중 하나인 자폐성장애 1급이다. 그리고 자폐성장애 중 5% 이하인 서번트증후군이다. 균도의 특성은 기억하고 싶은 것은 꼭 기억한다. 몇 년이 지나도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한다.

 

날짜에 연관되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1984년 4월 27일이 무슨 요일이냐고 물으면 즉시 대답한다. 금요일, 쥐띠, 갑자년, 바로 대답을 한다. 초코송이, 고래밥, 포스트가 그 해에 출시되었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위인 5,000명 정도 그 사람이 언제 태어나는지 언제 죽었는지 기억한다. 영어사전도 한 권을 외우고 있다. 물론 응용은 안 된다. 마지막으로 한타, 영타 공히 1분에 독수리타법으로 400타 이상은 친다.

 

또 자기에 관련된 모든 것을 기억하려 한다. 서울에 언제 갔는지 이야기하면 자기가 갔던 날은 줄줄 이야기한다. 그런데 왜 장애냐 하면 사회성이 5세 이하이다. 거의 꼬마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이런 사회성이 없는 아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장애인의 개별화 교육이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우리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다.

 

균도는 잘 걷는다. 그렇지만 같이 행동하기는 너무 어렵다. 도로를 다니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그것도 자폐성향이 있는 아이와 함께라면 더 그렇다.

 

난 그만큼 균도같은 아이에게 이 세상을 물려주기 싫었다. 우리가 하는 행동이 감히 아니라 생각해도 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이 최선이다. 나머지는 다른 사람이 머리를 써서 해달라. 균도와 세상걷기에 포기는 없다. 우리가 지나간 만큼 성공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대 없는 무더운 날 무척 힘들다. 혹시 우리가 지나가는 길에 물이라도 건네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균도는 관심을 좋아한다. 어제저녁 문자를 보내주신 50여 분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균도와 세상걷기의 영상 편집이 다 되었다고 연락이 온다. 5월 4일 저녁 8시 50분 SBS 서울방송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방송된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열흘 동안 같이 행동한 피디의 머리에 무엇이 있는지 나도 궁금하다. 같이 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오늘 날이 더워 둘 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렸다. 우리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시는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낀다. 

 

▲오리데이입니다. 대전에 들어왔습니다. 굼벵이는 오늘도 달립니다.

▲위험한 길을 지나니 이제는 아파트가 많다. 도시를 즐기다. 균도와 세상 걷기 한밭을 지난다.

▲ 오리고기 백숙을 먹으려고 들어간 오리백숙집에서 한 컷.

▲문자를 확인하면서 업되고 있는 균도. 오늘 모텔방은 퀸침대 2개가 있어 편히 잘 것 같아요.



이진섭 ljs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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