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호 문화원장은 무릎 꿇고 사과하고, 짐 싸서 은평을 떠나라!" 피켓을 든 장애인 활동가의 모습 뒤로 경찰이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통제한 모습이 보인다. |
장애인보호시설을 비롯한 복지시설에 대해 혐오성 발언을 한 은평문화원 박인호 원장이 ‘어설픈’ 공개 사과를 했다가 장애인 단체 등의 빈축을 샀다.
박 원장은 27일 늦은 6시 ‘은평문화원 박인호 원장 막말 규탄기자회견’에 참여한 장애인 당사자 및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복지시설 종사자 등에게 “지난 5월 11일 (구)국립보건원 부지활용 시민대책위원회 창립총회에서 낙후된 복지시설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실언한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라며 “앞으로 은평구 장애인을 위한 복지활동에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원장의 사과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진정성이 없다”라며 진정 어린 사과와 은평문화원장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장애인이살기좋은은평을만드는사람들(아래 장은사) 최용기 대표는 “진정 어린 사과를 원했는데 이는 사과문이 아닌 반성문”이라며 “오히려 더 화가 난다. 사과가 아니기에 받지 않겠다.”라고 일축했다.
자진사퇴 의사를 묻는 최 대표의 질문에 박 원장이 “은평문화원은 특수법인체로 회원사에 의한 선출직이기에 당장 사퇴는 어렵다”라고 답하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자기가 잘못했다 생각하면 자진사퇴를 하면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날 박 원장은 장애인단체 대표단과 합의해 사과문구를 다시 작성하고 지역신문과 장애인 관련 언론사에 공개 사과문을 싣기로 했다.
![]() ▲은평문화원 1층 로비에서 장애인 단체와 경찰이 한 시간가량 대치를 벌인 끝에 박인호 문화원장이 로비로 내려와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
![]() ▲27일 늦은 4시, 은평문화원 로비에서 열린 ‘은평문화원 박인호 원장 막말 규탄기자회견’ |
이에 앞서 늦은 4시, 은평문화원 로비에서는 박인호 원장의 장애인 혐오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은사 최용기 대표는 “박 원장은 지난 5월 11일 (구)국립보건원 부지활용 시민대책위원회 창립총회에서 복지시설에 대해 혐오스럽고 부끄럽다 한 바 있으며, 지난해 7월 은평타임즈 기고 글에서도 이와 같은 발언을 했다”라며 “이는 상습적이고 악의적 차별행위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이러한 혐오시설 때문에 은평구가 부끄럽다면 박 원장이 떠나라”라며 “이런 말을 하는 박 원장은 문화원장 자격도 없다. 즉각 사퇴하라.”라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최 대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마을공동체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전근대적 사고방식을 가진 지역인사와 은평구에 같이 산다는 게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이런 사람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라며 “박 원장은 요양원이 혐오시설이라 했는데 박 원장 가족이 응암동에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분노를 표했다.
![]() ▲은평구사회복지협의회 이영묵 관장 |
은평구사회복지협의회 이영묵 관장은 “은평구는 단 한 번도 님비현상으로 사회복지시설 건립을 반대해본 적이 없으며, 다른 지역보다 복지가 앞서 있고 더불어 사는 모습으로 타의 모범이 된 지역”이라며 “이러한 은평구에서 박 원장의 발언은 은평 주민 전체를 모욕하는 행위이자 사회복지시설과 지역주민을 분열시키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장애인부모회 유재숙 회장은 “25세 된 지적장애아들이 있다”라며 “25년 넘게 은평구에 살며 복지시설이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살았는데 박 원장 말을 들으니 은평구에 더 희망을 품어도 되는지 회의가 든다”라며 착잡함을 내비쳤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활동가는 “박 원장 발언은 도덕적·도의적으로 사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행위”라면서 “법을 위반한 사람이자 지역 화합을 방해하는 사람에게 문화원장이라는 커다란 직책을 맡길 순 없다. 원장직을 박탈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활동할 수 없게끔 해야 한다.”라고 규탄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박 원장이 사회적 약자들을 폐기물로 생각하는 것과 히틀러가 유대인을 가스실로 데려가 죽인 것과 뭐가 다른가”라며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해 혐오스럽다 이야기하는 것이 이 사회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
박 상임공동대표는 “작년 강원도 양양에서는 서울시가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해수욕장 ‘하조대 희망들’을 양양 하조대에 지으려고 하니 양양군수가 혐오시설이라며 건립 반대한 바 있다”라면서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이라 했고 법원에서도 위헌 결정을 받았으나 ‘하조대 희망들’은 결국 대체부지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모습은 은평구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양양에서도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박인호 은평문화원장은 그동안 사회복지 관련 시설을 '혐오시설'이라고 칭하고 은평구가 이러한 시설을 유치해 죽은 도시로 전락했다고 표현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은평시민신문 보도를 보면 박 원장은 지난 11일 은평문화예술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구)국립보건원 부지 활용 시민대책위원회 창립총회에서 "서울시는 정신병원, 결핵병원, 요양원, 불우청소년육성시설, 소년원, 장애보호육성시설, 천사원, 갱생원 등을 은평구에 50년 동안 버리듯이 했다”라며 “은평구가 결핵환자가 많은 동네도 아니고, 정신병자가 많은 동네도 아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발생하는 모든 그런 혐오시설을 은평구에 퍼부었다.”라고 발언했다.
또한 박 원장은 “제가 정신병원 앞에 한 30년을 살았는데 택시를 타고 정신병원에 가자고 하면 택시 기사가 꼭 뒤돌아본다"라면서 "이게 얼마나 부끄럽고 혐오스럽고 화가 나는 일인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은평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선 “서울시의 혐오시설인 정신병원, 결핵요양환자 수용시설, 소년원, 갱생원, 장애인아동보호시설 등을 받아 온 은평구는 홍제동 고개를 지나 녹번 삼거리를 접하는 순간부터 경제적, 문화적 자산이 없는 무능력하고 어두컴컴한 죽은 도시로 전락했다”라고 썼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장애인단체는 박인호 원장에게 성명서를 전달하려고 2층으로 이동하려던 중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경찰은 1, 2층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방패로 막은 채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이동을 원천 봉쇄했다. 박 원장이 1층 로비로 내려와 사과문을 낭독할 때까지 대치는 한 시간가량 이어지기도 했다.
![]() ▲이에 앞서 27일 늦은 4시, 은평문화원 로비에서 열린 ‘은평문화원 박인호 원장 막말 규탄기자회견’에 참가한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장애인단체가 박인호 원장에게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 2층으로 이동하려고 하자 경찰이 방패를 든 채 계단을 막아서고 있다. 이에 대해 항의하는 참가자. |
![]() ▲경찰에 가로막힌 엘리베이터 |
![]()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치하는 사람들과 경찰 |
![]()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치하는 사람들과 경찰 |
![]() ▲경찰에 의해 막힌 1층 엘리베이터와 항의하는 사람들. |
![]() ▲은평문화원 1층 로비에서 장애인 단체와 경찰이 한 시간가량 대치를 벌인 끝에 박인호 문화원장이 로비로 내려와 사과문을 낭독하자, 한 농아인이 손가락을 아래로 향하는 모습을 보이며 화를 표하고 있다. |